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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개선 속도내는 엔씨…내부 반발 수습은 어찌하리오

IT조선 조회수  

12년만에 적자를 기록한 엔씨소프트가 경영을 효율화하고 본격적인 성장을 위해 조직을 분사하기로 했다. 하지만 내부 직원들의 반발에 직면해 성장을 위한 추진력이 상실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

비성과자 ‘아웃’…안되는 게임은 “접어”

엔씨소프트는 올 초부터 위기 상황을 강조했다. 기존 리니지 IP를 활용한 게임 ‘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 등 기존 캐시카우 매출이 분기마다 감소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작부재도 부진이 심화된 이유다. 

엔씨소프트는 부진 해소를 위해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올해 3월 박병무 공동대표를 영입하고 본격적인 고강도 체질개선을 시작했다. 

4월에는 비개발 조직과 지원 조직의 저성과자 직원을 대상으로 권고사직을 시작했다. 권고사직을 통보받은 직원은 5월부터 퇴직 절차를 밟았다. 5월에는 품질관리(QA) 서비스 사업부문,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 공급 사업부문을 분사해 별도 신설 법인을 설립키로 했다. 신설 법인명은 엔씨큐에이와 엔씨아이디에스다. 해당 신설 법인에는 각각 180명의 직원이 이동했다. 

또 올해 5월 얼리 액세스했으나 흥행에 실패한 ‘배틀크러쉬’는 서비스 종료를 결정했다. ‘프로젝트M’, ‘도구리 어드벤처’ 등 신작 개발도 중단했다. 올해 8월 출시한 모바일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호연’ 개발팀 100여명에 대한 추가 구조조정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엔씨소프트는 기존 5000명대를 유지해온 직원수를 4000명대까지 줄였다. 회사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추가 구조조정, 조직개편을 빠르게 진행했다. 

TL. /엔씨소프트
TL. /엔씨소프트

비개발·개발 일부 조직 모두 분사…“내년까지 3000명대 축소”

엔씨소프트는 10월 엔씨큐에이, 엔씨아이디에스의 정식 출범 이후 곧바로 대규모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희망퇴직 대상자는 게임 개발 및 지원 직군의 정규직 직원이다. 이를 통해 500명 이상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진다. 엔씨소프트는 희망퇴직 신청자를 대상으로 승인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TL, LLL, 택탄 등 신규 지식재산권(IP) 게임 개발 조직과 인공지능(AI) 사업부인 엔씨리서치를 별도 법인으로 분사한다. 조직을 분사해 경영 효율화와 동시에 신규 IP 게임을 개발하는 직원에게 자율성과 도전정신 등을 부여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엔씨소프트는 11월 28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TL을 개발하는 ‘퍼스트스파크 게임즈’, LLL을 개발하는 ‘빅파이어 게임즈’, 택탄을 개발하는 ‘루디우스 게임즈’, 인공지능(AI) 기술 전문기업 ‘엔씨에이아이’ 등 4개의 신설법인 설립을 의결했다. 해당 법인은 내년 2월 정식 출범한다. 각각 800명의 직원이 이동하게 된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수 차례의 구조조정, 조직개편을 통해 현재 4000명대의 직원수를 2025년까지 3000명대까지 줄인다는 목표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우리가 계획 중인 희망퇴직, 분사 등이 마무리될 경우 4000명대 중반인 본사 직원 수는 3000명대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우주정복 노조원들이 28일 오전 엔씨소프트 판교R&D 센터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송가영 기자
우주정복 노조원들이 28일 오전 엔씨소프트 판교R&D 센터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송가영 기자

고용불안 호소하는 직원들…업계선 “추진력 잃을 수도”

엔씨소프트의 강도 높은 체질개선 행보에 내부 직원들의 반발은 거세다.  분사 법인으로 이동하는 직원들은 성과가 크지 않거나 게임 서비스 종료가 결정되는 경우 회사가 이를 빌미로 구조조정할 것이라는 고용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본사에 잔류한 직원들도 언제 자신이 구조조정 대상이 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노조 ‘우주정복’은 경영실패를 직원들에게만 전가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 회사의 분사 계획 발표 이후 분사 대상자들의 근로계약서에 3년 이내 분사 법인 폐업시 본사 복귀를 보장해주는 내용을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엔씨소프트는 현재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수 차례의 분사 설명회를 통해 분사 취지를 충분히 설명했고 폐업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 이유다. 

업계선 내부 및 분사 직원들의 반발과 동요가 지속되면 오히려 부진 해소를 위한 추진력만 상실하게 된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고용불안이 가중되면 직원들이 스스로 회사를 떠나거나 성과도 이전보다 저조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엔씨소프트는 내부 직원들의 반발과 고용불안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박병무 공동대표도 11월 28일 임시주주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원칙대로 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용불안이 가중되면 안정적인 곳을 찾는 등 이탈 가능성이 크다”며 “인건비 등 비용을 줄이는 측면에서는 좋게 보일 수는 있으나 회사가 성장을 이끌기 위한 추진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가영 기자 sgy0116@chosunbiz.com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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