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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전기차 화재’ 원인도 보상도 ‘미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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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가 끝내 미궁에 빠졌다. 수사당국이 약 4개월에 걸친 조사에도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향후 피해 보상 등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면서 제조사 측에 구상권을 청구하려던 지방자치단체와 보험사들도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 경찰 “정확한 화재 원인 확인 못해”

인천경찰청 형사기동대는 28일 청라 전기차 화재 사고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정확한 원인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올해 8월 1일 사고가 발생한 뒤 전담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나선 경찰은 불이 시작된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 관리장치(BMS)와 배터리 팩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 의뢰하는 등 4개월간 수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국과수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배터리 팩이 외부 충격으로 인해 불이 났을 수 있다’ 등의 가능성만 확인한 채 정확한 원인은 밝혀내지 못했다. 원인 규명의 핵심 장치로 주목 받았던 배터리 관리장치가 상당 부분 불에 타 데이터를 추출하지 못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은 차량 제조사인 벤츠 측과 차량 소유주를 상대로도 조사했지만 차량 결함 등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경찰 조사를 받은 벤츠 본사 소속 기술자는 “배터리는 중국 제조사로부터 셀을 공급받아 자체 기술로 팩을 제작해 차량에 장착했다”며 “배터리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화재 초기 스프링클러 작동을 임의로 멈추게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과 관리사무소장, 소방 안전관리자 등 아파트 관계자 4명을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이들은 평소 화재 대피 훈련이나 교육 등을 실시하지 않는 등 화재 안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입주민 등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소방시설 작동에도 문제가 없었지만, 화재 발생 후 미흡한 조치로 피해가 더욱 커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 수백억 원대 보상 책임도 미궁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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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이 화재로 주민 23명이 연기를 흡입하는 등 다치고, 차량 87대가 불에 탔다. 또 차량 872대가 그을리고 아파트 내부에 분진까지 가득 차면서 주민들은 피난 생활을 해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재산피해액만 수백억 원대로 추산된다.

관할 자치단체인 인천 서구는 책임 소재에 따른 구상권 청구까지 염두에 두고 5억 원이 넘는 예산을 피해 복구 지원에 썼다. 피해 차량 소유주들은 각자 가입한 보험사로부터 보상을 받고, 보험사가 화재 원인 제공자에 구상권을 청구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경찰 수사에서 정확한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으면서 구상권 청구 대상을 특정하기조차 어렵게 됐다. 발화 차량 제조사인 벤츠 측도 형사 처벌을 피하면서 사고 책임에선 일정 부분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벤츠 코리아는 ‘인도적 차원’에서 피해 주민에게 45억 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한 아파트 입주민은 “일부 세대는 아직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고, 잦은 정전과 단수로 여전히 정상적인 생활이 힘든 상황”이라며 “이제야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사고 원인조차 밝히지 못한다면 누가 선뜻 보상을 해주겠나”라고 토로했다.

벤츠 전기차 차주 50여 명을 대리해 벤츠코리아를 상대로 매매 계약 취소 등 민사소송을 낸 하종선 변호사도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경찰 수사 결과는 벤츠 측을 포함해 모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과”라며 “당국이 밝히지 못한 차량 설계결함을 소송에서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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