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잠실=제갈민 기자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에서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과 송영숙·임주현 모녀 양측이 각각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28일 열린 임시 주총은 시작부터 지연에 지연을 거듭해 주주들 사이에서는 미흡한 주총 진행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28일 오전 잠실역 인근 서울교통회관에서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이 열렸다. 임시주총 의장직을 수행할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는 오전 9시 40분경 주총 장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임시주총은 이날 오전 10시 개회 예정이었으나 의결권 위임장을 집계하는 과정에 시간이 다소 소요돼 오후 2시가 되도록 주총 개회를 하지 못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의결권 위임장을 확인하는 게 이렇게 오래 걸릴 일이냐”, “언제쯤 시작할 수 있는지는 안내를 해야 하지 않느냐” 등 불만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임시주총 개회가 계속해서 지연되자 오후 2시 5분께 법무법인 세종 이숙미 변호사가 나서서 “주총 시작이 언제 될지도 알 수 없고 주주들이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데 의결권 투표를 하고 제출한 후 퇴장해도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어 한 주주는 “바쁜 사람들 모아 놓고 뭐하는 것이냐, 바쁜 주주들은 먼저 투표하고 가겠다”고 말했고, 또 다른 주주는 “의결권 위임장을 집계하는 게 이렇게 오래 걸릴 일이면 전날부터 하면 되지 않냐”고 고함을 쳤다.
이에 임시 주총 진행을 맡은 사측 관계자는 “주총 개회를 위한 최소 주식 수를 확인하는 과정이 진행 중이니 잠시만 더 기다려주길 바랍니다”라면서 “의결권 위임장을 전날에 전달받을 수는 없어서 금일 오전 일찍부터 집계를 진행했으나 약간의 문제가 생겨 다소 시간이 지체되고 있는 점 죄송하다.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며 양해를 구했다.
이날 임시 주총에는 소액주주 약 100여명이 참석했다. 또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측에서는 한미약품 창업주 고(故) 임성기 선대회장의 차남인 임종훈 대표와 관계자들이 함께 자리했다. 임성기 선대회장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는 불참했다.
장차남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4자 연합 인물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김남규 라데팡스 대표는 전부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송영숙 회장의 대리인으로 법무법인 세종 이숙미 변호사가 의결권을 위임 받아 참석했다.
송 회장의 대리인인 이숙미 변호사는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임종윤·임종훈 형제가 한미사이언스 이사로 선임된 후 한미약품에 대해 경영 간섭과 부당행위가 반복되고 있어 한미약품그룹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협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이에 제안자는 이사 수를 11명으로 확대하는 정관 변경 및 신규 이사 2인 선임을 통해 임종훈 대표이사의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독단적인 경영을 방지하고자 임시주총 소집 청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시 주총 진행이 늦어진 것과 관련해 임시 주총을 청구한 사람으로서 주총 진행에 있어 상당한 행정 미숙이 있는 점을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3자연합은 집계 시간을 줄여주기 위해 미리 어제 밤부터 집계 표를 모두 정리해서 전달했고 룰미팅도 신속히 끝냈다는 점 알려주며, 개회가 지연된 점에 대해 주주들에게 송구합니다만 우리는 최대한 협조를 했다는 점 알려드린다”고 말했다.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은 이날 오후 2시 30분께 개회를 알렸다. 임시 주총 출석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 수는 5,734만864주로 집계됐다. 의결권이 있는 주식 수의 84.68%다.
이날 임시주총에 상정된 안건은 총 3가지며, 1호 의안과 2호 의안은 3자 연합 측이 제안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원 수를 10명에서 11명으로 증원하는 내용의 정관변경 △신규이사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기타비상무이사)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사내이사)을 선임하는 것이다.
정관변경의 경우 임시주총 출석 주식 수의 66.7% 이상이 찬성해야만 변경이 가능하다. 이러한 만큼 임시 주총이 열리기 전부터 가결 가능성은 희박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임시주총 1호 안건에 대한 표결을 진행한 결과 찬성표는 3,320만3,317주, 출석 주식 수의 57.89%로 특별결의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으로 최종 부결됐다.
이어 2호 안건 신규 이사 선임은 그나마 의결권의 과반(50%) 이상만 확보하면 가결이 가능하다. 신규 이사 선임 안건 중에서는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 후보자에 대한 안건이 먼저 상정됐다.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 안건이 통과되면 한미사이언스 총 이사 수가 10명으로 채워지는 만큼 임주현 부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자동으로 폐기된다.
투표에 앞서 이숙미 변호사는 “기타비상무이사 후보자 신동국은 한미약품그룹의 아주 오래된 주주”라며 “회사의 철학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고 회사 성장을 억누르고 있는 현 상황을 잘 해결할 것으로 판단되며 추가 이사로 최적임자다”고 말했다.
신동국 회장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에 반대한 주주도 입장을 표명했다. 손석현 주주의 대리인 손우석 씨는 “신동국 이사 후보자는 상장 회사 경영 경험이 부족하고 헬스케어나 한미그룹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또한 이번 소액주주연대가 신동국 이사 후보자 지지선언 후 주가가 폭락한 사실을 모두 봤을 것이다. 이를 보더라도 신동국 이사후보자가 한미그룹 주요 경영 의사 결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능력과 자질이 검증됐다고 볼 수 없기에 신동국 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주인 최철호 씨는 “신동국 회장이 신규 이사로 선임이 되고 경영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면 주총 현장에 참석을 해야 하지 않냐, 그런데 참석을 안 하신 것 같다. 이 역할(기타비상무이사)을 하고자 신청을 하셨으면 주총에 참석해 인사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은가”라며 “주주들은 5시간 넘게 기다리고 있는데 그는 참석도 하지 않았다. 경영 능력 외에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이 자리에 나타나지도 않고 본인 소개도 직접 하지 못했다면 본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규 이사 선임 반대의견이 적지 않았던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에 찬성한 주식 수는 3,318만8,984주, 출석 주식 수의 57.86% 찬성을 얻으며 가결됐다. 이에 따라 임주현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총 이사 수가 10명으로 제한되는 만큼 자동으로 폐기됐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원은 한미약품 창업주 임성기 선대회장의 장차남인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 인물이 5명, 4자 연합 측 인물이 5명으로 동률을 이루게 됐다.
한미사이언스 경영진인 장차남 측에서 제안한 3호 의안 ‘자본준비금 감액 건’이다. 이는 자본준비금 1,000억원을 감액해 ‘배당가능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소액주주를 포함해 한미사이언스 주주 입장에서는 반길 만한 내용이다. 이에 대해서는 국민연금공단 측에서도 찬성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에서 제안한 자본준비금 감액 건은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예상됐으며, 임시주총 표결에서도 95.13% 찬성을 얻어 통과됐다.
양측 모두 완승을 이뤄내지는 못했지만 장차남 측은 정관 변경 안건을 저지했고, 4자 연합 측은 신규 이사 1명을 선임하는 최소한의 목표를 달성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 예정된 한미약품 임시주총에서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의 영향력이 더 크게 작용할지, 아니면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를 포함한 4자 연합 측의 입김이 더 세게 작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다음달 19일 예정된 한미약품 임시 주총에서는 이사 2인 해임 및 선임의 건을 다룰 예정이다. 해임되는 이사(박재현·신동국)는 4자 연합 측, 신규 이사 후보에 오른 인물 2인(박준석·장영길)은 형제 측 인사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앞으로도 회사의 발전과 주주 이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하며 임시주총 폐회를 알렸다.
이어 임 대표는 임시주총 폐회 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임시주총으로 이사 수가 동수(5대 5)로 됐는데, 제가 조금 더 강한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든다”며 “회사를 위한 결정은 다른 분들도 모두 이해해줄 거라 생각하고, 앞으로 있을 한미약품 주총 준비도 잘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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