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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내년 성장률 1.9% 제시… “무역갈등 격화시 1.7%로 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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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내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9%로 전망했다. 지난 8월 발표한 성장률 전망 2.1%는 물론 잠재성장률 2%도 하회하면서 저성장 시대에 진입하는 모습이다. 한은은 주력업종에서 주요국과의 경쟁이 심화되고 보호무역 기조 강화로 인해 수출 증가세가 예상보다 낮아지는 점을 반영해 성장률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내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도 지난 전망보다 0.2%포인트(p) 내린 1.9%로 제시했다. 한은은 유가 하락세가 거세고, 민간소비 증가세가 예상에 못미친 점을 들어 상승률 전망치를 내렸다.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와 환율 움직임, 국내외 경기 흐름 관련된 불확실성은 상존한다고 봤다.

◇ 내년 성장률 1.9%, IMF·KDI 전망보다 낮아

한은이 제시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국내외 기관의 전망 중에서 가장 작은 수준이다. 나란히 2.0%를 제시한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보다는 각각 0.1%p 낮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 2.2%보다는 0.3% 낮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한은이 성장률 전망을 낮춘 것은 수출 증가세가 예상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전망에서 한은은 내년도 수출 증가율을 기존 2.9%에서 1.5%로 낮췄다. 올해 증가율도 6.9%에서 6.3%로 낮췄다. 이번에 처음 공개한 2026년 수출 증가율은 0.7%로 제시했다.

한은은 반도체·화학제품·철강 등 우리 주력 수출품목에 대한 중국 저가공급 확대 등으로 주요국과의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트럼프 당선에 따른 보호무역 기조 강화와 미국의 관세인상 영향 본격화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할 것으로 봤다.

민간소비는 회복세를 보였지만 그 수준은 한은 예상을 빗나갔다. 한은은 당초 1.4%로 제시했던 올해 민간소비 성장률을 1.2%로 낮췄다.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로는 2.0%를 제시했다. 종전 전망치(2.2%)보다 0.2%p 내린 것이다. 한은은 “민간소비는 가계 소비여력 개선에 힘입어 회복을 나타내겠으나 그 속도는 예상보다 완만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건설투자와 설비투자 전망치도 하향 조정됐다. 내년 건설투자 성장률은 종전 전망치 -0.7%에서 -1.3%로, 내년 설비투자 성장률 전망치는 4.3%에서 3.0%로 낮아졌다. 건설투자는 수주·착공 지연 영향으로 내년에도 부진한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됐으며, 설비투자의 경우 인공지능(AI) 반도체 관련 견조한 투자수요 등으로 증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은 “내년에는 소비를 중심으로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겠으나 그 속도는 내수와 수출 모두 지난 전망에 다소 미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수출뿐만 아니라 투자의 회복 흐름도 지난 예상보다 완만할 전망”이라고 했다.

◇ 물가 상승률도 0.2%p 내린 1.9%… “유가 하락 영향”

한은은 내년 물가 상승률도 종전보다 0.2%p 낮춘 1.9%로 제시했다. 석유류 가격이 최근 국제유가 하락과 지난해 하반기 유가상승에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10% 이상 하락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끌어내렸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그간 불안정하던 농산물 가격도 과실 수급 여건이 개선되면서 오름폭이 상당폭 축소됐다.

근원물가 상승률도 종전보다 0.1%p 내린 1.9%로 제시했다.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상승률 전망치는 낮은 수요압력의 영향으로 내구재 등 근원상품 가격의 오름폭이 둔화되면서 1% 후반으로 낮아졌다. 물가에 영향을 주는 기대인플레이션(향후 1년 뒤 물가 상승률에 대한 일반인들의 전망)은 7~11월 연속 2% 후반대(2.8% 안팎)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경상수지는 대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은은 내년 경상수지 흑자를 종전 예상보다 180억달러 많은 800억달러로 제시했다. 2026년 경상수지는 750억달러로 예상했다. 한은은 “상품수지는 통관수출이 견고한 글로벌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등에 힘입어 높은 수준에서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통관수입이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증가폭이 제약되면서 상당 규모의 흑자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했다.

취업자 수 증가 규모는 내년 13만명으로 예상됐다. 종전 전망보다 3만명 줄었다. 15~64세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노동공급 증가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업황부진에 따라 제조업과 건설업의 노동수요가 약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보건·복지, 정보통신 등 서비스업 고용의 견조한 증가세와 정부 일자리 사업 확대가 고용 둔화 폭을 제한할 전망이다.

국내경제 성장률·물가 상승률 등 전망. /한국은행 제공
국내경제 성장률·물가 상승률 등 전망. /한국은행 제공

◇ 무역갈등 격화되면 성장률 1.7%… 올해 4분기 0.5% 성장 예상

한은은 향후 성장률과 물가가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 강화와 이에 대한 주요국의 대응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특히 글로벌 무역갈등이 격화될 경우 글로벌 교역이 급격히 위축되고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증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 경우 우리경제의 내년 성장률 및 물가 상승률은 각각 0.2%p, 0.1%p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적 노력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될 경우 성장률이 상향조정될 수 있다고 했다. 이 경우 국제유가는 하향 안정되고 유로지역은 안보 불안이 완화돼 경기 회복세가 탄력을 받는다. 대외여건이 개선되면서 우리경제의 내년 성장률은 0.2%p 오르고, 물가 상승률은 0.3%p 하락할 전망이다.

분기별 성장률(전기대비)은 ▲올해 4분기 0.5% ▲내년 1분기 0.5% ▲2분기 0.6% ▲3분기 0.5%로 예상됐다. 물가상승률(전년동기대비)은 ▲올해 4분기 1.9% ▲내년 1분기 1.9% ▲2분기 1.9% ▲3분기 2.0%로 전망됐다. 한은은 “경제전망이 조건부 전망임을 감안해 전제조건이 변화할 때 전반적인 경로의 흐름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중점을 두고 활용해달라”고 했다.

조선비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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