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션별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돌아가는 골든글러브 후보가 최종 확정됐다. KIA 타이거즈 유격수 박찬호(29)도 후보에 포함됐다. 그런데 그가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두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런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받고 싶은 거 없다”라고 말했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7일 2024 신한 SOL뱅크 KBO 골든글러브 후보 명단을 발표했다. 올해는 총 81명의 후보가 지명됐다. 투수부터 지명타자까지 10개 포지션에서 수상자를 선정한다. 통합 우승을 달성한 KIA는 최다인 10명의 후보를 배출했다. 박찬호도 유격수 부문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그에게 이번 골든글러브는 영광보다 부담으로 다가오는 모양새다.
박찬호는 26일 열린 KBO 시상식에서 2년 연속 수비상을 수상하며 유격수로서의 기량을 입증했다. 그러나 28일자 일간스포츠 보도에 따르면 박찬호는 시상식 직후 “골든글러브에 대한 인터뷰를 한 적도 없는데 내가 상을 받으려고 언론 플레이를 한다는 얘기가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런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상을 받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유격수 부문은 올해 골든글러브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포지션 중 하나다. 최근 2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오지환(LG 트윈스)은 올 시즌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후보들 간 경쟁이 격화했다. 박찬호와 박성한(SSG 랜더스)이 유력 후보로 떠오른 가운데 박찬호는 통합 우승팀 주전 유격수라는 프리미엄을 안고 있다. 하지만 개인 성적에서는 두 자릿수 홈런(10개)을 기록한 박성한이 소폭 우위에 있다. 둘 모두 실책 수는 23개로 같아 비교는 더욱 미묘해졌다.
투수 부문에서는 10개 구단이 고르게 후보를 배출했다. KIA는 양현종, 네일, 전상현, 정해영 4명이 후보에 올라 통합 우승팀의 위용을 보여줬다. LG는 손주영과 임찬규를 포함해 엔스까지 이름을 올렸고, 삼성은 원태인과 레예스를 후보로 내세웠다. 한화의 류현진과 NC의 하트 등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들도 후보 명단에 포함돼 투수 부문 경쟁을 한층 치열하게 만들었다.
포수 부문에서도 양의지(두산)의 수비 이닝 부족으로 새로운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박동원(LG), 강민호(삼성), 장성우(KT) 등 KBO 리그에서 오랜 경험을 가진 베테랑들이 주요 후보로 등장했다. 이 외에도 최재훈(한화), 김형준(NC), 김재현(키움) 등이 이름을 올려 포수 부문의 새로운 얼굴들이 주목받고 있다.
1루수는 오스틴(LG), 양석환(두산), 나승엽(롯데) 등이 경쟁하고, 2루수 부문에서는 KIA의 김선빈, LG의 신민재, 두산의 강승호 등 6명이 후보로 올랐다. 특히 김선빈은 노련한 플레이로 팀의 통합 우승에 기여하며 수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3루수 부문은 MVP 김도영(KIA)을 포함해 문보경(LG), 황재균(KT) 등 8명이 경쟁 중이며, 외야수는 좌익수, 중견수, 우익수 상관없이 3명을 뽑는 만큼 19명의 후보가 포함됐다. KIA 소크라테스와 삼성의 김지찬, LG의 박해민 등이 주요 후보로 꼽히고 있다.
문제는 경기 외적인 논란이다. 일부 팬이 박찬호가 상을 받기 위해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박찬호는 일간스포츠에 “시즌 중에 ‘받으면 좋겠지만, 시즌 끝나고 생각하는 게 맞다’ 정도의 발언밖에 한 적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난해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도 박찬호는 수상 후보가 아니었음에도 참석해 경쟁자인 오지환의 수상을 축하했다. 하지만 올해는 정반대의 상황에 놓이며 시상식 참석 여부조차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그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참석해야 하는 건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작년에는 박수받을 수 있는 2등이었으니까 구단에서 제의했을 때 흔쾌히 ‘가겠습니다’라고 했는데 올해는 분위기가 너무 다르지 않나. (만약) 받아도 박수를 못 받을 거 같은 분위기여서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일간스포츠에 전했다.
박찬호는 이렇게 말하며 가족까지 악플의 타깃이 되는 상황을 우려했다. 그는 안 받아도 된다면서 이런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받을 이유를 모르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명타자 부문에서는 3명의 후보가 경쟁하고 있다. KIA의 최형우, 두산의 김재환, KT의 강백호가 그 주인공이다. 특히 최형우는 오랜 시간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활약해 온 만큼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처럼 각 포지션에서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박찬호가 속한 유격수 부문은 특히 주목받고 있다.
박찬호는 이번 시즌 개인적으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규정타석을 채우며 타율 3할을 기록했고, 통합 우승팀의 주전 유격수로 팀에 기여했다. 이는 2017년 김선빈 이후 처음으로 KIA 유격수가 골든글러브 후보에 오른 사례다. 그는 개인적으로 올 시즌 성적에 만족한다면서 지난해보다 발전했으니까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골든글러브는 단순히 개인 성적뿐 아니라 리그에서의 기여도와 이미지도 고려되는 상이다. 하지만 박찬호는 상을 둘러싼 논란과 비난 때문에 본래의 의미가 훼손됐다고 느끼고 있다. “작년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시상식에 갔지만 올해는 고민이 크다”고 말한 그의 모습에서 상의 무게를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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