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걸그룹 뉴진스 멤버 팜하니와 같은 예술인이나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 등도 직장 내 괴롭힘 보호대상이 될 수 있는 법이 발의됐다. 최근 특수형태 근로종사자를 위한 입법 움직임이 박차를 가하는 추세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노무 제공자와 예술인에 관한 특례 조항을 신설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직장 내 괴롭힘법)이 발의됐다.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진보당 정혜경 의원은 전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직장 내 괴롭힘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열고 “2019년 근로기준법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이 생겼으나 뉴진스 하니뿐 아니라 많은 일하는 사람들이 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개정안의 내용은 ▲제3자에 의한 괴롭힘 발생 시 사업자의 조치의무 규정 마련 ▲괴롭힘 발생 시 가해자와 적절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사용자에 대한 벌칙규정 마련 ▲노무 제공자와 예술인에 관한 특례 조항 신설(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보호, 예술인 포괄) 등을 포함했다.
정 의원은 하니가 국정감사 당시 “서로 인간으로 존중한다면 직장 내 괴롭힘은 없지 않겠느냐”고 한 발언에 공감한다며 “수입이 많든 적든, 고용 관계이든 계약관계이든 상관없이 일하는 사람 누구든 직장에서 상사나 타인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해서는 안 된다. 그런 취지에서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파트 경비노동자는 입주민에게 “개처럼 짖어봐라”라며 모욕을 당하기도 하고 또 어떤 경비노동자는 입주민의 폭행과 괴롭힘에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이런 특수관계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하니는 지난달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소속기관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자진 출석해 하이브 사옥 내에서 겪은 따돌림을 구체적으로 진술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0일 노동부는 현행법상 하니는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의 보호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제76조 2항을 적용받으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여야 하는데, 현재 연예인은 근로자가 아닌 기획사와 전속계약을 맺고 활동하는 ‘예외 대상자’에 해당된다는 이유에서다.
하니와 소속사 간 계약 내용은 서로 대등한 당사자 지위에서 각자의 의무를 이행하는 관계이며, 하니가 소속사의 일방적인 지휘나 감독하에 일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노동당국의 판단이다.
환경노동위원회 안호영 위원장은 국정감사 당일 “기술 사회 변화 속에서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들이 등장했다. 플랫폼 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 등 노동법으로 보호받지 못한 노동자가 850만명에 육박한다”며 “이 같은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부 김유진 노동정책실장도 동의를 표했다.
정 의원은 “해당 개정안이 제3자에 의해 괴롭힘이나 노무 제공자 예술인을 포괄하기는 하나, 일터에서 발생하는 모든 괴롭힘을 방지하는 데는 부족할 수도 있다”면서도 “한발 더 나아가 우리나라도 ILO 협약, 제190호 폭력과 괴롭힘 협약을 비준해야 한다. 별도법으로 가칭 ‘일터 괴롭힘 방지법’을 제정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하니의 국감 출석이 단순히 화제로 끝나지 않고 이를 계기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법적 보완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꾸준히 확산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날 당정은 ‘노동약자지원법 제정안’을 추진해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등 ‘노동약자’의 취업난, 보수 미지급, 열악한 복지 등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 재정 사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바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노동약자지원법 입법발의 국민 보고회에 참석해 “최근 특수형태 근로종사자 등이 많이 증가했지만 제대로 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보고회는 당정이 노동약자들에게 기댈 수 있는 언덕이 되겠다고 다짐하는 자리”라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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