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퍼블릭=오두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취임 첫날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에 이어 멕시코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선언은 국내 기업들에게 폭탄 선언과 마찬가지다.
이미 국내 기업들은 북미를 겨냥한 제품 생산기지로 멕시코에 많이 진출해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 대부분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강도 높게 진행된 대중 무역 제재를 피해 미국과 무관세 협정을 맺은 멕시코로 넘어왔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내년) 1월 20일 첫 행정명령 중 하나로 멕시코와 캐나다로부터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필요한 서류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멕시코는 인건비가 저렴하고 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USMCA)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북미 시장을 공략하는 수출 거점으로 최적의 입지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USMCA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미국, 멕시코, 캐나다 3국이 1992년 체결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보완해 새로 맺은 자유무역협정이다. 무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 3국 내에서 생산한 부품과 재료를 더 많이 쓰도록 원산지 규정을 NAFTA 대비 강화했다. 2018년 타결됐으며, 2020년 7월부터 발효됐다.
협정 체결 이후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그룹, 포스코, CJ 등 대기업이 기존 멕시코 공장을 증설하거나 신규 공장을 추가하면서 투자를 확대했다. 현재 2000여개 기업이 진출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멕시코 외국인 직접투자(FDI) 규모는 11위다.
산업계에선 트럼프의 관세 폭탄이 멕시코, 캐나다, 중국에 이어 광범위하게 적용될 경우 한국의 수출액이 최대 약 62조7500억원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트럼프 리스크 현실화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멕시코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시름이 깊어지게됐다.
삼성전자는 케레타로에서 가전 공장을, 티후아나에서 TV 공장을 각각 운영 중이다. LG전자도 레이노사(TV), 몬테레이(냉장고), 라모스(전장) 등에 생산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LS전선도 지난 8월 케레타로에 대용량 전력 배전 시스템인 버스덕트 공장과 전기차 배터리 부품 공장을 착공했다.
자동차업계도 트럼프의 멕시코 관세 발언 여파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기아는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생산공장을 운영하며 연간 25만대를 생산 중이다. 이중 15만대 가량이 미국으로 수출된다. 만약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영향을 피할 수 없다.
현대모비스 멕시코 법인은 기아 멕시코공장과 현대차 앨라배마공장, 기아 조지아공장 등에 모듈과 램프 등을 공급 중이다. 다만 미국 공장에 납품되는 양은 매우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2시 행정부’의 관세 인상이 현실화되면 멕시코 대신 미국에서 생산 확대를 검토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부터 가동을 시작한 연산 30만대 규모 조지아 메타플랜트, LG전자는 테네시 공장 등에서 멕시코 물량을 대체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높은 인건비와 부족한 제조 인력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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