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dict
BYD T4K. 익숙한 외모에 낯선 이름 GS글로벌에 기댄 이유가 있다
GOOD
– 1,474만원이라는 문턱 없는 가격
– 더 크다. 상용차에서 크다는 건 돈과 직결되는 가치다. 고장나기 전까지
BAD
– BYD T4K…를 아예 차 인지도 모른다는 것
– T4K 의미는 ‘Truck For(four) Korea’ || 몰라도 그만 알아도 그만
Competitors
– 현대차 ST1 : BYD T4K가 벤치마킹을 미처 하지 못한 유일한 전기트럭
– 기아 포터 EV : 오리지널의 맛이란 이런 것일까?
2025년 BYD의 한국 진출보다 앞선 상용차 모델 BYD T4K를 시승했다. 우리나라 1톤 트럭시장은 현대자동차 포터와 기아 봉고가 양분하고 있는 부문으로 매해 18만대 규모다. 이 18만대를 사실상 포터와 봉고 단 2차종이 나눠 갖고 있는 상황.
버스를 비롯한 대형 상용 부문에 앞서 진출한 BYD가 GS글로벌을 앞세워 1톤 트럭시장에 뛰어들겠다는 선언은 자동차 업계에서 이미 몇 해 전부터 돌던 루머가 현실화된 것이다. 그리고 마주선 BYD T4K. 사실 국내 첫 론칭 행사에서 이 차를 처음 보았을 때는 몇 해 전 중국차의 전형을 보는 듯해서 큰 관심이 가진 않았었다. 어디선가 본 듯한 디자인, 그럭저럭한 스펙, 모험심 가득한 상품성 등을 무릎쓰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GS글로벌의 판매전략은 매달 다양한 변화를 보이며 판매자들에게 다양한 판촉전략을 펼쳤다. 기본 카고 차량부터 냉동 탑차까지 선택지를 넓히고 실구매가 1,74만원까지 문턱을 낮추는 배수의 진을 펼치는 전략이다.
이질감 덜어낸 BYD T4K 디자인
BYD T4K는 국내 1톤 트럭 사용환경을 감안해 기존 기아 포터나 현대차 봉고 디자인을 따른 디자인이다. 어찌보면 너무 비슷한 디자인으로 읽히기에 충분할 정도로 닮았다. 트럭시장의 사용자들을 감안해 이런 디자인보다 실용성에 치중했는데, 무엇보다 기존 1톤 트럭들보다 크다. 전후면부는 형태가 거의 같고 측면은 1톤 트럭 전용의 기능과 형태를 따른다. 실내 디자인도 기존 1톤트럭 사용자 입장에서 엠블럼을 제외하면 차별화라고 말할 수 있을 만한 디자인 요소는 거의 없다. 오로지 기능에 충실한 디자인이다.
다만 1톤 전기트럭이라는 배경 그리고 BYD의 스마트 인포테인먼트를 한국화한 요소를 체크하기 시작하면 BYD T4K는 전혀 다른 색채를 도드라지게 표현하기 시작한다. BYD T4K는 전기 트럭답게 차체 바닥에 BYD의 블레이드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장착했다. 배터리 용량은 82.02kWh로 상온 주행거리는 246km, 저온 주행거리는 209km. 한국교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국내 택배 배송 차량의 일일 주행거리가 42km임을 감안하면 넉넉해 보인다. 다만 현대차 전기 상용차 ST1의 주행거리가 317km와 비교하자면 다소 부족한 것은 사실.
인테리어에서는 12.8인치 인포테인먼트 패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스마트 패드를 겸하는 이 디스플레이는 BYD T4K 인테리어의 핵심이다. 티맵과 누구(NUGU) 등 멀티미디어를 다양하게 누릴 수 있고, 차량 정보 제공과 다양한 기능조작은 현대의 전기트럭이 어디까지 진보했는지를 보여주는 듯 하다. 아울러 운전자 중심의 슬라이딩 시트나 크루즈 컨트롤, 3단 회생제동 시스템, 넓게 뉘로 뉘여지는 리클라이닝 시트, 열선과 통풍 시트 기능은 사용하는 내내 실속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체적으로 보면 기존 현대차 포터나 기아 봉고에 비해서 실내 공간은 더 크다. 기존 내연기관 부문 기능들을 전기차로 옮기는 과정에서 이질감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과 배려가 느껴져 사용에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 무엇보다 사용자의 우려를 감안해 전기차 전용 부품의 무상 보증기간을 8년 12만km까지 연장한 것은 주목할 만 하다. 국내 1톤 상용차 시장을 분석하고 틈바구니에 적절한 모델을 끼워 넣는 방식은 후발주자의 전형적인 전략이다. 물론 국내 특장업체들이 워낙 유연하게 사용자요구에 대응하는 터라 BYD T4K가 노리는 전략까지 충족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YD T4K는 제조사가 감당해야 할 영역에서도 충실하다. 국내 주요 지역 곳곳에 AS 네트워크를 배치하고 신속한 기술지원도 탄탄하다. BYD T4K와 GS글로벌의 협업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BYD T4K, 탈수록 탐나는 1톤 트럭
BYD T4K는 솔직히 기대가 없었다. 앞서 기아 봉고 EV와 현대차 ST1을 모두 경험한 나로선 1톤 전기트럭 부문에서 만족할 만한 대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하지만 BYD T4K는 전기 트럭 부문에서 기대치를 더 크게 만들어주는 계기가 됐다. 일단 더 크고 높다는 점은 그 자체만으로 이 분야에서 큰 덕목이다. BYD T4K가 그랬다. 실내 공간은 더 넓고 적재함도 큰 데다 배터리 지상고를 감안해 고하중으로 설계한 덕분에 카고, 박스카, 윙바디, 냉장차 어떤 영역에서도 더 적재용량이 더 크다.
반면 주행감각은 기존 전기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BYD T4K도 버튼식 스타트로 출발하는데 초기 발진가속이 매우 좋고 적재용량과 상관없이 발휘되는 터라 사용하기에도 편했다. 기여부는 로터리 타입으로 돌려서 조정하는데 조작감이 다소 어색하고 장난감 같은 가벼움이 있지만 작동은 원활했다.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과 조작성능 그리고 물 흐르듯이 이어지는 주행조작편의성은 좋은 점수를 주기에 충분했다.
1톤 전기트럭의 주행감각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실내 거주성. BYD T4K는 이런 기준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시트가 편하다. 좌판이 넓고 무릎과 페달 위치가 이상적이다. 스티어링 휠은 일반 승용차보다 뉘여져 있어지만 상용차의 시야와 사용성을 고려한 배치로 별다른 조작 이질감도 없다. 이제 가속과 감속을 통해 이 차의 실력을 보기로 하자.
가속 페달에 힘을 주자 쭉 뻗는 맛이 일품이다. 전기차 특유의 매끄럽게 속도만 올라가는 이 느낌. 거기에 풍절음이 더해지는 가속감은 다른 전기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BYD T4K 계기판에는 속도가 차곡차곡 올라가며 주의를 요하는 경고음도 간혹 들린다. 시야는 쾌적했다. 넓직한 사이드 미러에 프론트 언더뷰 미러도 제역할을 충실히 한다. 아울러 상용차임을 감안해도 BYD T4K의 차고는 높은 편이다. 시승차로 나선 BYD T4K 내장탑자의 크기도 높아 도로에서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무게가 커서 횡방향 이동에선 주의가 필요한데 생각보다 높은 속도에서도 안정감이 있었다. 제동력도 출중했다. 특히 이 제동력은 기본적으로 중국차에선 다소 불안하게 느꼈던 기억이 있는데 BYD T4K는 전혀 달랐고, 오히려 동급의 국산차와도 비견될 수 있을 정도로 안정감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중국자동차를 그간 경험해본 바로선 출처를 알 수 없는 잡음이 주행 내내 신경을 거슬렸었는데, BYD T4K는 이런 기억을 없애기에 좋았다. 시종일관 차분하다. 시승임을 감안해 가감속을 격하게 해보고 용기를 내서 속도를 올려도 BYD T4K는 충분히 받아냈다. 전기차들은 배터리나 전기모터 등 제원의 한계가 뚜렷하다. BYD T4K는 최고출력 140Kw, 최대토크는 330Nm인데 이 정도면 경쟁자들에 비해선 부족하더라도 실생활에선 부족함을 느끼기 어려웠다.
BYD T4K는 기대하지 않았던 1톤 전기트럭이다. 편견만 조금 뒤로 물러낸다면 적절한 대안으로 삼기에 좋다. 다만 아직 국내 상륙한 지 오래되지 않았고, 브랜드가 성장하려면 시간도 더 필요하다. 다만 BYD T4K 그 자체로선 선택지로 삼기에 좋았다. 시승을 통해서 각자가 처한 상황을 대입해 고민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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