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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전기차(하이브리드차 포함) 업체로 도약한 비야디(BYD)의 선전 본사 전시관에는 ‘기술은 왕, 혁신은 근본(技術為王 創新為本)’이라고 적힌 글과 함께 BYD가 전 세계에 출원한 특허 증서가 빼곡히 붙어 있다. BYD 관계자는 “보유한 특허만 4만 2000건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수십 년간 ‘세계의 공장’을 자처하며 성장 가도를 달려왔다.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제조업 경쟁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지만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세계 주요 국가에 비해 한참 뒤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0년대 후반부터 중국은 기술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결과는 각종 수치로 증명된다.
지난해 네이처가 평가한 자연과학 연구 영향력 지표에서 중국은 미국을 추월해 1위로 올라섰다.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올 3월 발표한 ‘2022년도 기술 수준 평가’ 결과에서도 중국은 한국을 제치고 미국·유럽연합(EU)·일본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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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기술 분야에서도 중국의 경쟁력은 눈으로 확인된다. 호주 싱크탱크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가 발표한 ‘핵심 기술 추적지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년 만에 미국을 압도하는 기술 강국으로 우뚝 섰다. 연구논문 인용 횟수를 기준으로 64개 핵심 기술 부문의 연구 경쟁력을 평가한 결과에서 2003~2007년만 해도 중국은 3개 부문에서 1위였다. 미국은 당시 무려 60개 분야에서 1위였지만 올해 발표한 2019~2023년 결과는 중국이 57개 부문에서 1위에 올라 7개에 그친 미국를 제쳤다. 주목할 대목은 중국은 한 국가가 독점할 위험이 높아 ‘고위험’으로 분류된 레이더, 위성 위치 추적, 드론 등 24개 부문 기술 분야에서 1위를 석권했다는 점이다.
ASPI는 “중국은 해마다 연구 예산을 크게 늘려 기초연구, 국가 전략 과학기술 육성 등에 집중 투자한 결과 2010년대 이후 엄청난 발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실제로 과학기술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매년 늘리고 있으며 올해도 전년 대비 10% 증가한 3710억 위안(약 71조 원)을 관련 예산으로 책정했다.
블룸버그 산하 블룸버그인텔리전스·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분석에서도 중국은 13개 핵심 기술 영역 중에 전기차·리튬배터리, 무인항공기(UAV), 태양광 패널, 그래핀(차세대 나노 신소재의 일종), 고속철 등 5개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로 평가됐다. 미국의 제재에도 외려 기술 자립을 통해 역량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애덤 포즌 소장은 “미국 제재로 중국의 기술 굴기가 좌절되거나 느려지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미국과 전 세계의 혁신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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