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정년퇴직하고도 연금을 못 받는 이른바 ‘소득공백’의 위헌성을 가려달라는 헌법소원이 처음으로 제기됐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공무원노조)은 30일 헌법재판소에 ‘공무원 퇴직자 소득공백에 따른 퇴직공무원 권리 구제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공무원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6년 이후 공무원연금법의 소급적용은 노후보장 제도인 공무원연금제도의 본질을 훼손하고 헌법 제7조에 따른 직업공무원제도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특히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해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않는다’는 헌법 제13조의 제2항을 근거로 “임용시기에 따른 자의적 차별로 신뢰보호를 훼손하며 공무원의 재산권인 연금 수급권을 박탈해 생존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은 명백하게 위헌이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또한, “(소득공백자 발생은) 헌법 제11조 평등권과 제23조 재산권, 제34조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위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해준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10년 전 정부는 국가재정 파탄을 이유로 공무원연금을 개악하면서 소득공백자가 발생하기 전에 이 문제를 해결한다고 약속을 했지만,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는 국가의 직무유기이고 국민을 대상으로 사기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무원노조는 정부의 직무유기에 대해서 헌법재판소에서 엄중한 심판을 해 줄 것을 믿고 헌법소원을 청구한다”면서 “퇴직자 공무원들의 위태로운 삶을 지키기 위해 소득공백해소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2015년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통해 공무원연금의 기여율은 높이고, 지급률은 낮추는 연금개혁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어 2016년 공무원연금법을 개정해 1996년 이후 임용된 공무원의 연금지급 개시연령을 2022년 61세에서 2033년 65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했다.
당시 공무원 노동계가 공무원연금 개혁과 지급시기 연장에 동의한 것은 문서화하진 않았지만, 소득공백이 발생하지 않게 정부가 정년연장 등 후속조치를 한다는 전제가 깔렸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정년연장 등 후속조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2022년 1691명을 시작으로 올해 2384명 등 소득공백자가 매년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라면 2033년에는 그 수가 1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한다.
공무원노조 등은 공무원 소득공백 해소를 위해 줄기차게 대책을 요구했음에도 정부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헌법소원이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공무원 노동계와 소득공백자 재채용 등에 관한 논의를 진행해왔다. 소득공백자를 일반임기제 채용 등에서 접점을 찾았지만, 이마저도 진척을 보지못하고 있다.
설령 진행이 된다고 하더라도 매년 수천명씩 쏟아져 나오는 소득공백자를 다 수용할 수도 없어 미봉책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헌재의 결정이 어떻게 나오든 이번 공무원노조의 헌법소원은 공직사회 최대 관심사인 소득공백을 사회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다만, 일각에선 국민연금 가입자도 정년퇴직하고 연금을 못 받는 경우가 많은 데 왜 공무원만 문제가 되는가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공무원 노동계는 일반기업은 퇴직금이 있고, 임금 수준도 공무원에 비해 높은 만큼 직접 비교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헌재의 심의에서는 이런 다양한 요인들이 함께 검토될 것으로 보이지만, 결정까지는 적잖은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물론 이에 앞서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과 함께 정년연장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공무원 소득공백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될 수도 있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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