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직구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같은 대규모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은 수많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며, 한국 소비자들에게도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러한 플랫폼의 약관 운영 방식이 법적 책임 회피, 소비자 권리 침해, 개인정보 남용 등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이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약 6개월에 걸쳐 이들 플랫폼의 약관을 집중 조사한 끝에 총 47개의 불공정 조항을 적발하고 이를 시정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약관 시정 조치는 단순히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려는 차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해외직구 트렌드 속에서 글로벌 플랫폼의 책임 있는 운영을 촉구하는 상징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이번 결정은 한국 소비자들이 공정한 거래 환경에서 안심하고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며, 글로벌 기업이 한국 시장에서 신뢰를 강화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공정위의 이번 조치가 성공적으로 이행될 경우, 약 1,300만 명에 달하는 한국 해외직구 이용자들의 권익 향상에 큰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직구 1300만 시대…알리·테무의 약진 뒤 소비자 피해 쌓인다
[더퍼블릭=이유정 기자] 최근 몇 년간 해외직구 시장은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해외직구를 통한 거래가 대중화되며, 소비자들이 이전보다 훨씬 더 다양한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국내 해외직구 이용자는 1300만명을 넘어섰고, 해외직구 시장은 매년 급성장하며 2023년 연간 거래액은 약 7조원에 달한다.
이는 단순한 소비 트렌드를 넘어선 주요 경제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성장세의 배경에는 편리한 온라인 플랫폼의 발전,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의 확충, 그리고 모바일 기반 소비 문화의 확산이 존재한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와 같은 플랫폼은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상품 구성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넓혔다.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 월간 활성 이용자(MAU)가 약 904만명에 이르며, 테무 역시 679만명으로 뒤를 잇고 있다. 두 플랫폼 모두 다양한 제품군과 저렴한 가격을 강점으로 내세워 급성장했다.
중국산 제품의 경우 높은 가성비와 폭넓은 제품 선택권을 제공하며 한국 소비자들에게 강한 매력을 발휘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 해외직구 시장에서 중국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48.7%에 달해 전년 대비 20.4%포인트 증가하며, 미국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러한 급성장 이면에는 문제가 존재했다. 이들 플랫폼의 약진은 소비자 피해 사례와 불공정 약관 논란이라는 그림자를 동반했다.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관련 소비자 상담 건수는 2023년에만 약 1000건을 넘어서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주요 불만 사항으로는 제품 배송 지연, 품질 불량, 환불 거부 등이 포함됐다.
저렴한 가격에 이끌려 이용한 플랫폼에서 상품 누락, 잘못된 배송, 환불 거부 등의 사례가 빈번히 보고되며 소비자 불만이 쌓였다.
소비자들은 플랫폼을 이용했지만, 문제 발생 시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는 점에서 불만을 제기했다.
이 같은 문제는 소비자와 판매자 간의 직접적인 문제로 볼 수 있지만, 플랫폼이 이를 중재하거나 해결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논란을 키웠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저렴한 가격에 이끌려 플랫폼을 이용했지만, 불공정한 약관과 소극적인 분쟁 해결 절차로 인해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공정위, 알리·테무 약관 47개 조항 시정 명령…개인정보 남용부터 환불 거부까지
공정거래위원회는 약 6개월간 알리와 테무의 약관을 심사하며 여러 문제점을 적발했다. 공정위가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약관을 심사한 결과, 알리와 테무의 약관에는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내용이 곳곳에 포함돼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들 플랫폼이 법적 책임을 회피하거나, 개인정보를 무분별하게 수집하고, 소비자 권리를 침해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는 점이다.
이들 조항은 플랫폼이 소비자와 판매자 간 분쟁에서 중립적인 위치를 내세우면서 실질적으로 책임을 외면하거나,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부적절하게 활용하는 행태를 보여줬다.
공정위는 소비자 권리를 제한하거나 플랫폼의 책임을 축소하려는 47개의 조항을 적발하고 이를 시정하라고 명령했다.
먼저 알리익스프레스는 “플랫폼은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손실과 비용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는 조항을 약관에 명시했다. 이는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한 후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플랫폼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테무 역시 사용자 간 분쟁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러한 조항은 소비자와 판매자 간의 갈등이 발생했을 때 플랫폼이 중재 역할을 전혀 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여준다. 공정위는 이런 조항이 국내 민법에 위배된다고 보고 시정을 명령했다.
개인정보 수집과 활용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무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권한을 약관에 명시했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는 SNS 계정 정보, 연락처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수집하고 이를 제3자와 공유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한국 개인정보보호법에 명백히 위배되는 행위로, 소비자의 프라이버시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문제로 지적됐다.
테무 또한 소비자의 동의 없이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내용을 약관에 포함하고 있어 문제가 됐다.
공정위는 이러한 약관 조항이 소비자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보고, 플랫폼들이 이를 즉각 삭제하거나 수정하도록 명령했다.
분쟁 해결 과정에서도 소비자에게 불리한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분쟁이 발생할 경우 홍콩 법원에서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조항을, 테무는 싱가포르 법원 관할 조항을 두고 있었다.
이런 조항은 한국 소비자가 실질적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국 소비자들이 플랫폼과의 법적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해외 법정에 출두해야 하는 상황을 초래하며, 사실상 소비자 권리 포기를 강요하는 결과를 낳는다.
공정위는 플랫폼이 국내 소비자와의 분쟁에서 한국법을 준거법으로 명시하고, 한국 민사소송법에 따라 분쟁을 해결하도록 약관을 수정했다.
즉 정리하면, 공정위의 이번 조치는 이러한 피해를 예방하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다. 공정위의 조치 이후 알리와 테무는 한국 민법과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책임을 부담하고, 개인정보 수집 항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며, 소비자가 콘텐츠 처분 권리를 갖도록 약관을 수정한 상황.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약관 시정을 완료한 이들 플랫폼은 “한국 소비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정위의 약관 시정…소비자 권익 보호의 전환점 될까
이번 약관 시정 조치는 국내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를 플랫폼 운영 전반의 변화를 이끄는 계기로 삼기 위해선 추가적인 제도 보완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의 이번 조치가 불공정 약관 시정을 통해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기에, 단순한 약관 수정만으론 근본적인 소비자 보호를 실현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업계 전반에서 나온다. 환불·교환 절차의 복잡성과 분쟁 해결 시스템의 미비 등 구조적인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C커머스의 급격한 성장 속도와 맞물려 소비자 피해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에서 발생한 피해 사례만 보더라도 배송 지연, 품질 불량, 환불 거부 등 전형적인 문제들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알리와 테무에서 제품 배송 지연, 품질 불량, 환불 거부 등 다양한 유형의 소비자 피해 사례는 꾸준히 보고돼 왔다. 예컨대 한 소비자는 알리익스프레스에서 2만원 상당의 상품을 주문했으나 전혀 다른 상품이 배송돼 환불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한다. 또 다른 소비자는 테무에서 주문한 상품 일부가 누락된 채 배송됐지만 소비자가 피해 보상을 요청하자 판매자와의 분쟁을 이유로 거절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화와 같은 강력한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환불·교환 절차 간소화와 분쟁 해결 시스템 개선, 플랫폼의 운영 투명성 확보 등이 동반되지 않으면 소비자 피해는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었을 때 이를 신속히 해결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다.
또한, 공정위는 약관 시정 외에도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유입되는 위해물품의 판매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2023년 5월부터 10월까지 공정위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에서 총 1915건의 위해물품을 차단했다. 주요 차단 품목은 가전제품, 아동·유아용품, 액세서리류 등이었으며, 납과 카드뮴 같은 유해물질 검출, 감전 위험, 폭발 위험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차단된 물품이 재유통되는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보다 정교한 모니터링 체계와 강력한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보호단체들은 소비자 스스로도 해외직구에 신중을 기할 것을 권고한다. 구매하려는 제품의 안전성과 인증 정보를 사전에 확인하고, 리콜 이력이 있는 제품인지 소비자24 등의 플랫폼에서 검색하는 습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품을 수령한 뒤에는 즉시 이상 여부를 확인해 문제가 발견될 경우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소비자보호단체는 “공정위의 이번 조치는 중요한 출발점이지만, 재발 방지를 위해 강력한 사후 모니터링 체계가 필수”라며 “위해제품 유통 차단, 개인정보 보호 강화, 환불·보상 절차 개선 등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EU·미국은 강력한 제재…한국은 이제 첫발
알리와 테무 등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불공정 행태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같은 대형 플랫폼은 국경을 넘어 다양한 국가에서 활동하며 각국의 규제 공백을 교묘히 이용해왔다. 소비자 피해는 심각한 수준이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규제는 국가마다 편차가 커 국제적 공조의 필요성이 점점 부각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왔다. 디지털 시장법(Digital Markets Act)과 디지털 서비스법(Digital Services Act)을 통해 대규모 플랫폼의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고 소비자 권익 보호를 강화했다. EU는 이를 통해 현재 테무가 불법 상품을 판매하거나 허위 정보를 확산한 사례를 조사 중이며, 위반 시 매출의 최대 6%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이는 규제의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한 강력한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에서도 플랫폼 책임 강화를 위한 법적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이유로 틱톡, 테무 등 중국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연방통상위원회(FTC)를 중심으로 소비자 보호와 관련된 기업의 책임을 보다 엄격히 묻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특히 해외 플랫폼들이 미국 소비자에게 불법적으로 상품을 판매하거나 사기성 마케팅을 벌이는 경우 강력한 법적 대응을 통해 책임을 묻고 있다.
반면, 한국의 대응은 상대적으로 더딘 평가를 받는다. 한국 소비자들은 배송 지연, 불량 제품, 환불 거부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왔으나, 이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제도적 장치가 부족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글로벌 플랫폼에 대해 첫 조치를 취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특히 해외직구는 국내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현재 한국 정부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해외 플랫폼에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 피해 발생 시 플랫폼이 책임을 회피하지 못하도록 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그러나 법안 시행까지는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이 기간 동안 소비자 피해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강력한 제재 수단과 정기적인 약관 검토,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글로벌 플랫폼 문제의 본질은 각국의 법적 공백을 악용한 운영 방식이다. 플랫폼들은 자국 내 규제가 강해질 경우 규제 수준이 낮은 국가로 거점을 옮기거나 허점을 이용해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지 않는 사례를 반복해왔다. 이에 대응하려면 국가 간 공조가 필수적이다. 각국이 독자적으로 규제를 시행할 경우 관할권 충돌로 책임을 회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U와 미국 등 주요 국가와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규제 표준을 마련하고 이를 일관되게 적용해야 한다.
공정위의 조치는 글로벌 플랫폼의 불공정 행태를 바로잡기 위한 첫걸음으로 의미가 크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한국도 해외 규제 당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국제적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몇 가지 규정을 보완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플랫폼들에게 장기적인 경영 개선을 요구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플랫폼 성장은 소비자 신뢰에 달려 있다”며, 플랫폼이 자율 규제를 통해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려는 정부의 엄격한 감독과 플랫폼의 자율 규제가 조화를 이룰 때, 지속 가능한 전자상거래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결국 글로벌 플랫폼 문제 해결의 핵심은 소비자 권익 보호와 책임 있는 경영을 기반으로 한 균형이다. 알리와 테무 사례는 C커머스의 급성장과 소비자 권익 보호 사이의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려는 제도적 보완과 강력한 집행은 물론, 소비자의 경각심 또한 함께 요구되는 시점이다.
글로벌 플랫폼들이 자율 규제를 통해 소비자 신뢰를 회복할 경우, 이는 규제 위반으로 인한 법적 분쟁과 평판 손상을 방지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플랫폼 스스로의 책임감을 강화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도 시장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법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플랫폼 책임 강화와 소비자 신뢰 회복이 이루어질 때, 건강한 전자상거래 생태계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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