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교원 노조 ‘타임오프제(근로시간면제제도)’가 정부와 노조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일정대로라면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갔어야 하지만, 시행은 고사하고 논의조차 중단된 상태다.
8일 관련 기관 및 공무원 노동계에 따르면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근면위)는 지난 4일 제10차 전원회의를 열어 근무 면제시간과 사용인원 한도 등을 논의했으나 큰 소리만 오가다가 노조 측 위원들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오면서 파행으로 끝났다.
지난달 7월부터 논의를 진행해온 근면위는 빠른 시일 내에 합의안 마련한다는 방침에 따라 일주일에 2회가량 간사회의와 전원회의를 열고 집중 논의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정부와 노조가 모두 당초 제시한 안을 굽히지 않은 채 상대방의 양보만 요구하면서 회의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쟁점은 △근로면제시간(타임오프)을 민간 대비 어느 수준으로 할 것인지와 △상급단체에 대한 적용 여부 △중앙부처 노조 등에 대한 가중치 부여 등이다.
이 가운데 타임오프와 관련해서는 노조 측은 민간 대비 90%를 적용하는 안을 낸 반면 정부 측은 30% 안팎(4분의 1~3분의 1 사이)만 적용안을 제시하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상급단체 노조 간부에 대한 타임오프 적용에 대해서는 정부 측이 강력히 반대하면서 수용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측은 “민간에서 적용하는 타임오프제조차 제대로 받아주기 어려운 판에 민간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상급단체 전임자에 대한 적용 규정을 만들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각 부처 노조가 지부형태로 돼 있는 중앙부처나 소방노조 등은 다소 협상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정부는 부·처·청 지부형태의 공무원노동계 특성은 인정하지만, 당초 제시한 30% 선을 크게 벗어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민간의 경우도 사업장이 여러 광역지자체에 흩어져 있는 경우 그 수에 따라 추가 타임오프를 부여하는 만큼 협상의 여지는 있어 보인다.
민간의 경우 걸쳐 있는 광역지자체가 2~5개면 10%, 6~9개면 20%, 10개 이상이면 30%의 추가 타임오프를 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정부 측이 최근 공무원 노동계 실태조사를 한 결과, 노조 전임자들의 근무시간이 지난해보다 오히려 더 늘어난 것으로 나왔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노조 측은 “돈 들여서 실태조사를 했으면 이 결과를 받아들이라”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양측이 세부 규정에 합의를 하지 못하면서 공무원 노동계 일각에서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 중앙부처의 노조 간부는 “명목뿐인 타임오프제를 받고 사용 전 사전 신고와 사후 심사 등 각종 규제를 받느니 아예 타임오프제를 포기하거나 다음 정권에서 협의에 나서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정부 측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노조가 예상외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데다가 공무원 교원 타임오프제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 때문이다.
정부 측은 물밑 접촉을 통해 “당초 제시안은 협상용이고, 협의를 통해 좀 더 높게 제시할 수도 있다”며 노조의 복귀를 설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사노위 역시 타임오프제의 표류가 마냥 편한 것은 아니다.
한국노총이 타임오프제를 각종 사회적 대화 논의와 연계하고 있어 일단 이 문제가 조속히 풀려야만 하기 때문이다.
노조 측이라고 느긋할 수만도 없다.
전국공무원노조는 민주노총이 경사노위를 탈퇴한 만큼 타임오프제 논의에서 빠져 있지만, 다른 노조는 타임오프제가 시행되면 그동안 노조활동의 걸림돌 가운데 하나였던 전임자 보수 문제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인다는 점에서 마음이 급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런 사정을 감안할 때 이번 주에는 근면위가 다시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노조 측이 일합을 겨룬 만큼 양측의 양보안이 타임오프 논의의 성공 여부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공무원·교원 타임오프제는 2022년 5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타임오프제 관련, 공무원·교원 노조법 개정안은 1년 6개월 뒤인 지난해 12월 11일 시행일을 못박으면서 유예기간 동안 경사노위에서 근로시간면제위원회를 구성토록 했다.
하지만, 이후 근면위 구성도 못한 채 표류하다가 9월 시행을 목표로 논의를 시작했지만,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상태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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