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센 장르물에서 강동우로서 묵직하게 버티기 위한 고민이 컸다” 배우 조우진이 화제작 ‘강남 비-사이드’ 열연의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25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디즈니+ 오리지널 ‘강남 비-사이드’ 종영을 앞둔 배우 조우진과 만났다. ‘강남 비-사이드’는 강남에서 사라진 클럽 에이스 재희(김형서 분)에 얽힌 숨은 사건을 뒤쫓는 형사와 검사, 그리고 의문의 브로커 등 3인 공조의 추격범죄물이다.
조우진은 경찰대 출신 강력계 형사 강동우 역으로 분했다. 친근한 듯 묵직한 비주얼과 그에 비롯되는 절제감 있는 직진 액션매력은 영화 ‘내부자들'(2015)이나 드라마 ‘수리남'(2022) 등에서의 날렵한 호흡과는 다른 신선함을 줬다.
또한 말 대신 행동이 앞서는 외골수 성격에서 비롯된 절제된 부성애와 에이스형사로서의 직진 대비는 작품 자체의 어두운 분위기를 강조하는 동시에, 현실적인 갈등을 겪는 여러 세대 사이의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
조우진은 인터뷰 동안 ‘강동우’ 캐릭터와 비슷한 듯 다른 솔직묵직함으로 작품호흡을 더한 25년차 배우로서의 깊은 마음을 드러냈다.
-캐스팅과정은?
▲감독님께서 강동우 캐릭터와 저의 매력이 닮았다 하시며 제안을 주셨다. 구체적으로 ‘인간적인 섹시미’라는 표현을 토대로 솔직함과 정의로움, 친근감을 담아낸 인물을 그려주셔서 꽤 고민이 됐다.
무엇보다 호감형으로서의 비주얼과 함께, 생각이 좀 더 많은 저와는 다른 직진 행동파 스타일의 동우의 모습을 그려야 한다는 데 고민했다. 다만 캐릭터의 공감과정을 밟아가다 보면, 저도 조금은 성장하리라 생각했다.
-기존 조우진보다 외형적으로 거대한 강동우 역, 그에 따른 연기변화는?
▲감독님이 요구하는 묵직함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열심히 찌우고 운동하다보니 뵐 때마다 점점 덩치가 커지게 됐다(웃음).
그러한 완성을 보여준 첫 장면이 시골장면이다. 물론 시청자분들께서 보기 싫어하실까봐 걱정하기도 했는데, 그만큼 설득력을 갖추기 위한 이미지들을 더하고자 했다.
증량과 함께 연기의 캐릭터화를 이루는 과정에서도 좀 도움이 됐다. 강철비 당시의 어려운 연기로 얻었던 자신감에서 한발 더 나아가 묵직함을 그려낼 수 있게 됐다.
-엘리트형사 강동우, 경찰조직보다는 어둠의 조력자들과 많이 접하는데, 연기한 배우의 생각은?
▲극적 요소가 아닐까 한다. 물론 실제로는 비슷한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경우도 많다. 다만 스토리 도입부의 내용과 함께, 현실밀착형 인물들 사이에서 극적인 대비를 보여줄 수 있도록 구성된 게 아닐까 싶다.
-예서·재희의 추적 과정에서의 ‘아빠’의 이미지는?
▲재희는 직업적 사명감으로, 예서는 아빠의 사명감으로서 추적한다고 생각했다. 그 과정에서 캐릭터도 저도 성장할 것이라 생각했다. 모든 것을 잃고 좀 더 흑화되는 강동우의 모습에서 부모자식은 물론 사람 사이의 공감과 교감이 더욱 풍부해야한다는 점이 비칠 것이다. 그 점에서 보면 저도 반성한다. ‘아빠 언제와’라는 말을 자주 듣곤 하는데, 그 말을 다독이고자 ‘사랑한다’고 고백은 많이하지만 늘 미안하다.
-대기만성형 배우 조우진, 강동우와 닮은 점은?
▲외골수적인 측면이 예전의 저와 닮았다. 배우로서 작품을 거듭하면서 조금씩 고쳐나가게 된 것이 지금이라 할 수 있다. 여러 사람들과 만나고 일하면서 탐구하는 게 배우니까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선역이든 악역이든 그 행위 자체는 당연히 옳고그름에 따라야겠지만, 전반적인 성향을 배울 때가 있다. 이번 강동우로는 추진력과 행동력, 실천성을 깨달았다.
-김형서(재희 역), 지창욱(길호 역)과의 케미는 어땠나?
▲두 사람 다 동물적인 감각으로 체화된 듯한 연기를 보여줘서 어떨때는 부럽기도 했다. 형서는 작품 수가 많지 않음에도 어려운 캐릭터를 잘 소화해내는 걸 보고 놀라기도 놀랐고 많이 배웠다.
지창욱 배우와는 여러 작품을 함께 하면서 깊이와 호흡의 변화들을 체감했다. 제가 그에게 감동한만큼 시청자 분들도 감동하셨으면 좋겠다.
-가장 어려웠던 장면?
▲하나같이 다 어려웠다. 다만 지창욱, 김형서, 하윤경 등 몰입도 좋은 배우들과 김종수, 정만식 등 연기력 끝판 선배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막바지까지 자연스레 교감할 수 있었던 현장이 그저 좋았다.
다만 막바지쯤 제자리를 찾아가는 캐릭터들의 모습과 함께 대사 없이 암묵적인 교감을 나누는 장면이 있는데, 그를 표현하기 위해서 집중하는 데 좀 어려웠다.
-‘강남 비-사이드’ 통한 성장지점?
▲무거운 이야기를 장르쾌감으로 끌어내는 과정들을 겪어봤으니, 다음에는 더 기꺼이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무명시절 여러 일들을 했다고 알려져있다. 지금 배우생활에서 양분이 된 경험이 있나?
▲모든 일터마다 드라마가 존재하지만, 특히 공장 허드렛일을 했을 때가 그랬다. 힘들게 일하는 다양한 인간군상이 어우러지면서 보이는 여러 감정요소들이 지금의 연기에 도움이 된 것 같다.
-‘믿고 보는 배우’ 수식어에 대한 부담? 달리 받고 싶은 수식어는?
▲감사함은 잊지 않되, 그 말 자체는 잊으려고 한다. 응원해주시는 분들의 마음을 받고 자신감을 채우면서 단어는 잊고 열심히 하고자 한다. 다른 수식어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뭔가 타이틀이 붙어있다면 정형화된 모습에 매몰될 것 같다. 그보다는 다양한 캐릭터로 만나고자 한다.
-내년 계획은? 차기 캐릭터욕심?
▲공상은 하지만 긴 목표를 잘 못 세우는 편이다.(웃음) 작품을 함께 해주시고 평가해주시는 분들과 열심히 하고자 한다. 여러 호흡들 가운데 도전하고 싶은, 새로운 모습을 연구할 수 있는 작품들을 함께 하고 싶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