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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 트럼프發 관세전쟁 임박…美 정치권·산업계 전방위 소통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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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 트럼프發 관세전쟁 임박…美 정치권·산업계 전방위 소통 강화해야
[청론직설] 트럼프發 관세전쟁 임박…美 정치권·산업계 전방위 소통 강화해야
통상 전문가인 최석영 전 외교부 경제통상대사가 2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은 국제무역 질서 재편의 변곡점”이라며 “치밀하고 전방위적인 대응이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권욱 기자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과 함께 국제 질서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자유무역 시대는 종언을 고하고 세계 경제는 규범·가치가 아닌 힘에 의한 질서로 재편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로 불리는 더 강력해진 트럼피즘은 미국의 동맹이자 자유무역협정(FTA) 파트너인 한국에도 큰 충격파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법무법인 광장 고문인 최석영 전 외교부 경제통상대사는 2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 행정부가 보편관세를 부과하면 각국이 보복관세로 맞대응하며 전 세계가 관세 전쟁에 빠져들 것”이라며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는 심각한 위기”라고 진단했다. 최 전 대사는 “반도체·배터리 투자에 대한 보조금·세액공제가 미국의 일자리 창출과 제조업 부활에 크게 기여한다는 점을 트럼프 정부 핵심 인사들에게 전달해야 한다”며 “한국 기업의 공장들이 위치한 지역의 정치권과 현지 파트너 기업 등과의 전방위적 소통으로 미국 중앙정부에 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청론직설] 트럼프發 관세전쟁 임박…美 정치권·산업계 전방위 소통 강화해야
[청론직설] 트럼프發 관세전쟁 임박…美 정치권·산업계 전방위 소통 강화해야

-트럼프 2기 정부의 요직 인사가 속전속결로 이뤄지고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는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첫 임기는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시작했으나 이번은 다르다. 정치적 자신감이 넘치는 트럼프는 충성도를 주요 기준으로 삼아 내각을 구성했다. 2016년 대선 때 선거인단 투표에서만 간신히 승리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전국 득표에서도 이겼다. 심지어 민주당 텃밭에서도 트럼프의 지지율이 4~5%포인트씩 상승했다. 플로리다 출신 강경 소장파 사단과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하는 기업가들이 핵심 축이다. 자신의 공약을 신속하고 강력하게 실행하려는 의지가 엿보이는 인선이다.

-트럼프 당선인을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사실상 없어 보인다.

△트럼프의 독주를 견제할 ‘어른들의 축’이 존재하지 않는다. 내각과 보좌진 구성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일반 공무원까지 압박하는 점은 문제다. 선거 기간 트럼프는 정책에 반대하는 공무원을 해고하겠다고 공언했다. 미국의 직업 공무원 임명법에는 일반 공무원을 정무직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부칙이 있는데, 트럼프는 이를 활용해 행정부 관료들까지 장악하려 할 것이다.

-무역정책에서 트럼프 1기와 2기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트럼프 1기 정부는 중국만 집중적으로 압박했다. 물론 동맹인 우리에게도 한미 FTA 개정, 철강 쿼터 협상 등을 요구했으나 상대적으로 강도가 약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 세계 모든 국가들에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세계무역기구(WTO)와 FTA를 무력화하는 조치다. 미국이 관세를 일방적으로 올리면 전 세계가 관세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미 유럽연합(EU)은 상응 조치를 예고했고 중국도 보복 조치에 나설 것이 확실하다. 글로벌 관세 장벽이 높아지면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관세 전쟁의 후폭풍은 얼마나 심각할까.

△1930년대 미국은 ‘스무트·홀리 관세법’으로 최고 400%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주요국들이 보복관세로 맞대응하면서 국제 교역이 크게 위축되고 세계 경제가 흔들렸다. 트럼프가 공약대로 중국에 60% 관세를 부과하면 대(對)중국 중간재 수출국인 한국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관세 전쟁의 연쇄 파급효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조 바이든 행정부도 보호무역 정책을 폈다. 트럼프의 정책은 강도만 더 세지는 것 아닌가.

△두 행정부의 근본 철학이 다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추구한 국제무역 질서는 관세 인하를 통한 무역 자유화와 이를 통한 경제성장이었다. 미국은 외교적으로는 규범과 가치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추구했다. 무역 질서의 근간도 WTO나 관세무역일반협정(GATT) 등 규범에 의한 다자간 협정이었다. 다자 체제에서는 국가 규모와 관계 없이 대등한 발언권을 갖는다. 이로 인해 미국이 자국의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중국에 추격당했다는 인식이 미국 내에 팽배하다.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무역 자유화 시대가 막을 내리고 국제 경제의 질서가 바뀌는 변곡점을 맞았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의 힘을 최대한 활용해 새로운 무역 질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미국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힘에 의한 미국 우선주의는 계속될까.

△미국의 민주당이 어려운 과제들에 직면했다. 민주당은 도덕, 윤리, 다양성, 소수자 권리 등 민주적 가치를 기반으로 한다. 여러 범죄 혐의를 받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것은 미국 유권자들이 민주적 가치를 내세우기보다 미국을 다시 강대국으로 만들고 국가 자부심을 고취할 수 있는 지도자를 원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지층이던 백인 노조와 히스패닉이 이번 대선에서 공화당으로 이탈했다. 앞으로 민주당도 노선을 변경할 수밖에 없다. 미국 정치의 큰 흐름이 바뀌는 분수령이라고 본다.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중요할 텐데.

△국제무역 질서와 미국 정치의 대전환은 동맹국인 우리나라에 심히 우려스러운 변화다. 동맹국도 거래적 관점에서 대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무역 적자를 혐오하고 관세를 선호한다. 트럼프 2기 정부는 지난해 기준 대미 무역 흑자 8위인 한국에 전방위 압박을 가할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크게 우려하고 있다. 반도체·배터리 기업들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의 보조금과 세액공제 혜택을 고려해 수십조 원을 투자했다. 미국의 정책이 뒤집힌다면 우리 기업들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무역이 벼랑 끝에 몰리면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이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트럼프는 이번이 마지막 임기이므로 초반부터 강력한 조치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항이 많으므로 미리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트럼프 캠프가 취임 직후 서명할 300개의 행정명령을 준비했다지만 실제 얼마나 실행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보편관세도 구체적인 부과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

-무역 흑자국인 한국에 대한 통상 압력이 거세질 텐데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무역수지와 환율 두 측면에서 압박할 수 있다. 무역수지 균형을 위해 미국산 천연가스 수입을 검토하자는 의견도 있다. 미국이 실제 조치를 취하기 전에 정부는 내부적으로 다양한 시나리오와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대외적으로 불안감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 불필요한 우려 때문에 협상 카드를 미리 내보이면 협상에서 불리해진다. 국제 협상은 철저한 ‘기브 앤 테이크’다. 우리도 지렛대로 활용할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 조선업 협력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조선업 생태계는 완전히 붕괴했다. 미국이 중국의 군함 생산력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할 파트너는 사실상 한국뿐이라는 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트럼프 쇼크로 기업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미국의 IRA·칩스법뿐 아니라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믿고 미국과 멕시코에 투자한 우리 기업들이 많다. 트럼프가 USMCA 재협상을 확언한 데다 2026년에는 기존 협정 이행 사항 검토가 예정돼 있다. 기업들이 공급망에 대해 철저히 점검하되 필요할 경우 대체 공급망을 준비해야 한다. 불안에 떨기보다는 치밀한 준비와 대응이 절실하다.

-트럼프 정부와의 소통 채널 구축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은데.

△대미 무역 흑자의 상당 부분이 현지 투자를 위한 것임을 구체적 ‘팩트’와 논리로 설명해야 한다. 우리 반도체 기업의 보조금 수령은 미국 내 공장 건설과 경제·일자리 기여로 이어져 양국이 상생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런 메시지를 트럼프 정부 핵심 인사들에게 전달할 채널을 신속히 구축해야 한다. 미국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하원 의원, 지방정부·의회에 대한 로비와 소통 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행정부 외 소통 채널도 효과가 있나.

△트럼프 1기 때 백악관 회의 테이블에 한미 FTA 폐기안이 상정됐다. 미국 산업계를 대변하는 상공회의소가 백악관 참모들을 설득해 결국 폐기안을 철회시켰다고 한다. 미국에 공장을 짓는 한국 배터리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를 취소하면 미국 자동차 회사의 전기차 생산 원가가 상승한다. 이런 점을 미국 기업들과 공조해 워싱턴 정가에 알려야 한다.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또 다른 방법은 국내 기업들이 투자한 지역의 상하원 의원, 지방정부·의회를 적극 설득하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공장을 건설하는 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미시간 등은 대부분 경합주다. 2년마다 선거를 치르는 하원 의원을 비롯한 지역 정치인들은 지역 민심에 민감하다. 설득력 있는 논리를 개발해 지역사회, 미국 산업계 등을 대상으로 전방위 여론전을 펼쳐야 한다.

-트럼프 2기 대응을 위한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기준 대미 무역 흑자 규모가 8위인 한국이 1~7위 국가들보다 더 과하게 두려움에 떨고 있는 듯하다. 민관이 뭉쳐 대미 소통 강화를 위해 전방위적으로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 국제 질서가 재편되는 시점이므로 장기적 안목에서 미국 정치·산업계와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절실하다.

◆He is…

1955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강릉고와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으며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외무고시를 합격한 뒤 37년 동안 직업 외교관으로 활동했다. 주미 대사관 경제공사,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대사, 자유무역협정(FTA) 교섭대표 등을 지내 통상 협상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로 꼽힌다. 주제네바 국제기구 대표부 대사를 지냈으며 윤석열 정부 들어 경제통상대사를 역임했다. 현재 법무법인 광장의 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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