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의 KBS 사장 사전 낙점설 속에도 박장범 전 앵커를 사장에 임명하면서 관련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지난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18~20일)에서 제기된 KBS 사장 용산개입설을 규명하겠다며 현장 검증에 나섰다.
[관련 기사: KBS 사장 ‘용산 개입설’에 국회 과방위 KBS 현장 검증]
국회 과방위 소속 야당(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들은 25일 오전 ‘불법적 한국방송공사(KBS) 사장 추천 관련 현장검증’을 위해 서울 여의도 KBS를 찾았다. 애초 오전 10시부터 신관 회의실에서 진행될 예정이던 현장검증은 현장 혼란 등을 이유로 1시간 뒤인 11시께 KBS 본관 이사회 회의실로 장소를 옮긴 뒤 시작됐다.
그러나 현장검증엔 11명의 KBS 이사들 가운데 소수 야권 이사로 분류되는 이상요, 류일형, 김찬태 이사 만이 참석했다. 서기석 이사장을 비롯한 여권 다수 이사는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주요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인사들이 모두 불참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KBS 이사회 사무국장은 지난달 23일 KBS 이사회의 박장범 등 사장 후보자 면접과 이후 투표, 임명제청까지의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이사 11명이 지원자 3명에게 면접을 실시했고, 면접은 오전 9시50분 경에 시작돼 6시 경까지 진행되었고, 한 사람 당 2시간 가량 진행되었다”며 “이사회가 모두 끝난 시간은 오후 7시 경이며 면접 심사 때까지는 이사 11분이 모두 계셨고, 표결에는 (소수 이사) 4명이 퇴장하면서 7명이 표결, 박 후보자를 사장 후보자로 선임하였다”고 보고했다.
박장범 후보, 면접 직전 여권 이사들과 논의 있었나
현장검증에 참석한 류일형 KBS 이사는 “이미 면접 전날 박민 사장이 교체 통보를 받고 측근들과 술을 마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충격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청문회에서 안양봉 기자가 하는 이야기와 맥락이 맞닿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면접일에) 저 역시 이른 시간에 출근을 했는데 저보다도 훨씬 일찍 박장범 후보와 다수 이사들이 6층에 올라와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청문회에서 안 기자는 연임에 도전한 박민 사장이 면접일 전날 대통령실 인사들로부터 사장 교체 결정을 통보 받았다는 말을 면접 당일 KBS 사측 인사(이영일 노사 주간)에게 들었다고 밝혔다.
류일형 이사는 “물론 박장범 후보가 사장 면접 순서가 1순위여서 그럴 수도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다수 이사들과 같이 올라가 6층에 진입을 했다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며 “사전 통보 등이 있지 않았나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황을 볼 때 용산에서 사전에 짜여진 각본에 의해서 (소수 이사들이) 농락을 당한 것이 아닌가 싶다. 저는 모욕감과 수치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고 청문회에서도 증언이 나와 너무 충격적이고 (대통령) 탄핵 사유 중에서도 가장 큰 탄핵 사유 아닌가 싶다”고 했다.
야권 이사 퇴장한 30분, 여권 이사들 사이 오간 말은?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장 임명 제청 절차가 미리 정해지지 않았다는 말에 놀랍다. 이사회 의결 정족수만 정해져있다는 것이 사실이냐”라면서 “사장 임명 제청 특위를 구성해서 진행한다는 것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특정 후보에 유리하게 만들 수 있는데 공영방송 사장 임명 절차가 이렇게 깜깜이로 진행된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이사들 표결로만 사장 후보가 선출된 절차도 지적했다.
이번 KBS 사장 선출 과정에선 일반 시민이 후보자들을 평가하는 ‘시민평가제’가 생략됐다. 관련해 김찬태 KBS 이사는 “양승동, 김의철 사장 때에는 서류 심사와 함께 시민평가제도를 시행하고 그 점수를 합산해서 고점자를 정했는데 이번에만 이상하게 다수 이사들이 이런 제도를 강행했다”며 “합리성이 결여된 절차가 맞다. 저희도 KBS 사장 임명 절차가 진일보해야지 왜 퇴행을 하느냐고 지적했지만 다수결에서 밀려서 어쩔 수 없었다”라고 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민주당)은 “면접날 두 가지 장면이 문제”라며 “박장범 사장 후보가 오전 7시부터 다수 이사들과 함께 있었다는 점, 또 오후 6시30분 소수 이사들이 퇴장한 후 7시까지 다수 이사들이 토론을 하면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속기록이 필요하다”고 KBS 이사회에 관련 자료를 요구했다.
김현 과방위 간사(민주당)는 “(여권 이사들이) 누구의 지시에 의해서 박장범 사장 후보자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확인할 예정”이라며 “오후 면접 심사가 끝나고 야권 이사들이 퇴장하고 어떤 토론을 했는지도 속기록이나 회의록 제출을 통해 확인할 것”이라 말했다. 나아가 KBS 사장 선임 과정에서의 시민평가 생략을 재차 짚으며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사장이 임명됐음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박민 교체 통보’ 의혹, 문 닫은 식당 앞 현장검증
KBS 이사회 현장 검증을 마친 과방위 의원들은 앞선 청문회에서 안양봉 기자가 대통령실 사장 내정설을 들었다고 밝힌 KBS 인근 치킨집을 찾았다. 업체 측이 CCTV 제공 협조를 거부했다고 알려진 가운데, 관련 전언이 전해진 지점과 CCTV 위치를 확인하는 수준의 현장 검증이 이뤄졌다.
이정헌 민주당 의원은 “현장 검증을 통해 KBS 사장 면접 평가에 대한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식이 채택되지 않았다는 부분이 확인됐다”며 “KBS의 소수 이사들이 이전과 같은 채점 방식을 요구했음에도 다수 이사들에 의해 투표 방식으로 임명 제청이 되었다는 점은 용산에 특정한 지시가 있어서 일사천리로 처리되었다는 것처럼 보인다. 이 부분을 앞으로 국회 과방위에서는 철저하게 검증하고 추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과방위 여당(국민의힘) 의원들은 21일 “여의도 소재 ‘주점’에 가서 무엇을 검증을 하겠다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민주당은 전례 없는 3일 KBS 사장 청문회와 현장검증,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인건비, 운영비 등 대폭 삭감으로 국정운영 마비, 민주당식 방송장악 시도를 당장 멈춰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냈다. 대통령실의 KBS 사장 내정 의혹은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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