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을 지날 때면 차에 치일까봐 늘 불안해요.”
지난 22일 오후 2시30분쯤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아암대로 29번길 일대를 달리던 차량들 옆으로 주민 전인희(78·여)씨가 아슬아슬하게 걸어갔다.
전씨는 “길이 좁아서 경계하며 걷는데도 차량이 위협적으로 바짝 붙어서 지나갈 때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원도심 빌라촌 사이에 있는 이곳 2차선 도로는 보행로가 좁은 탓에 차량과 보행자가 한데 뒤섞이는 상황이 일상화돼 있다.
불법 주정차 단속 구간임에도 음식점과 약국, 은행 등 편의시설을 이용하려고 길가에 차를 세우는 운전자가 많아서 보행자들이 불가피하게 차도로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인도가 없는 도로 가장자리에서는 지팡이를 짚고 힘겹게 발걸음을 옮기는 어르신도 눈에 띄었다.
이곳에는 버스정류장도 노면에 글자로 표시돼 있을 뿐 표지판 하나 없는데, 그러다 보니 승객인 줄 모르고 지나쳤던 버스가 급정거하면서 뒤따라오던 차량이 급하게 멈추는 아찔한 모습도 연출됐다.
용현동 아암대로 29번길 보행 환경이 열악해 주민들이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지난해 이곳 일대에서 6건의 사고가 발생해 3명이 크게 다치고 6명이 경상을 입었다.
행정안전부 안전신문고를 통해 불법 주정차를 단속해 달라는 민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관호 미추홀구의원은 “이 도로는 폭이 좁아 인도를 설치할 수 없는 곳이다. 2022년에 전선 지중화 사업으로 보행자 통로를 넓히려 했으나 사전 조사 단계에서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돼 취소된 바 있다”라며 “재개발 등을 통해 도로 전체를 다시 설계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구 관계자는 “해당 거리는 인도를 만들 수 없을 정도로 폭이 좁다. 차선 규제봉을 설치하려면 상인들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추후 안전 민원이 접수되면 상인들과 협의 후 규제봉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 홍준기 기자 hong@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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