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이 내년 한국 경제가 2.1%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2.2%)보다 성장세가 소폭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경제 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IT(정보통신) 경기 회복 속도 등 글로벌 불확실성 요인들이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그 배경으로 꼽혔다.
산업연구원은 25일 발간한 ‘2025년 경제·산업 전망’에서 “내년도 국내 경제는 건설투자의 부진이 지속되겠으나, 수출 증가세와 더불어 소비와 설비투자가 완만히 회복할 것”이라며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2.2%, 2.0%로 전망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우선 내년도 수출(통관 기준)은 전년 대비 2.2% 증가해 무역흑자 규모가 소폭 확대될 것으로 봤다. 산업연구원은 “수출은 기저효과로 증가세가 둔화하겠으나, IT 전방 산업의 회복에 힘입어 반도체 등 IT 부문의 수출 증가세가 유지되면서 2.2% 증가할 전망”이라며 “무역흑자 규모는 올해보다 소폭 확대된 487억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보편적 관세 부과 정책은 자동차를 중심으로 대미 수출 감소를 유발하면서, 전체 수출에 강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민간소비는 전년 대비 1.9% 증가하며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 인하와 실질소득 증대, 물가 안정 등의 소비 여건 개선에 힘입어서다. 설비투자는 글로벌 IT 경기 호조에 따른 주요 기업들의 실적 개선과 금리 인하 등의 영향으로 올해(1.2%)보다 증가세가 확대된 2.9%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건설투자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부진이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연구원은 “건설투자는 금리 하락 등이 긍정적 요인이나, 건설 경기 관련 선행지표의 누적된 부진의 영향으로 올해(-1.8%)에 이어 내년에도 0.9% 감소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내년도 13대 주력 산업과 관련해 연구원은 IT기기·반도체·바이오헬스 산업의 견고한 성장을 예상했다. 일반기계·석유화학·정유 산업은 점진적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조선·가전·디스플레이 산업은 성장세가 정체하거나 둔화할 가능성이 있으며, 자동차·철강·섬유·이차전지는 침체 국면이 다소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산업연구원이 제시한 경제 성장률 수치는 비교적 가장 최근 전망치를 내놓은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비교할 때 올해는 같고, 내년은 0.1%포인트(p) 높다. 앞서 KDI는 지난 12일 ‘하반기 경제전망’ 발표를 통해 올해 성장률을 기존 2.5%에서 2.2%로, 내년 전망치는 2.1%에서 2.0%로 내려잡은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공식 전망치엔 아직 반영되지 않았지만, 최근 한국을 다녀간 IMF 한국 미션단도 한국이 올해와 내년 각각 2.2%, 2.0%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다른 기관과 달리 내년도 성장률을 많이 하향 조정하지 않은 배경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시장 전체에 공포가 지배하고 있는데, 지나치게 공포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며 “관세 효과 등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이 실제로 반영됐거나 확정된 부분이 없어 그런 부분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저희(산업)의 잠재력을 믿어야 하는 부분들도 있고, 변화를 신경 써야 하지만 우리 산업이 새로운 시도를 하며 나아가는 한 해가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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