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은 자신 있다더니
‘이제는 못 믿는다’
일본의 주요 국제관문인 나리타공항에서 최근 여행객들이 연달아 도난 피해를 입으며 일본의 치안 이미지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나리타공항 경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 말까지 나리타 도착 항공편에서 발생한 도난 사건은 39건으로, 이는 전년도 동기 대비 약 두 배 증가한 수치다. 피해 사례는 대부분 현금과 신용카드 도난으로, 가방 속 지갑을 노리는 방식이 90% 이상을 차지했다.
나리타공항 경찰은 이번 사건들이 조직적으로 계획된 범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범인들은 기내가 어두워지고 승객들이 수면을 취하거나 화장실을 이용하는 틈을 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올해 절도 혐의로 중국 국적 남성 두 명을 체포했으며, 이들이 훔친 물건을 은닉하거나 전달하는 역할을 분담하는 등 체계적으로 움직였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피해액은 평균 약 41만 엔(약 378만 원)으로, 최고 피해액은 약 207만 엔(약 1,913만 원)에 달했다.
쿠니이 이사호 형사생활안전과장은 “귀중품은 항상 몸에 소지해야 한다”며 “화장실에 갈 때도 반드시 지참하고 좌석 앞 테이블이나 포켓에 두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를 홍보하기 위해 저비용항공사(LCC) 객실 승무원들이 국제선 이용객에게 피해 예방을 안내하는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여행 만족도 1위를 자랑했던 일본의 치안 명성에 균열
한편, 일본은 오랫동안 여행객들에게 안전하고 편리한 여행지로 평가받아 왔다. 컨슈머인사이트의 ‘해외여행지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일본은 여행 환경의 쾌적도와 치안 측면에서 항상 높은 순위를 기록해왔다. 지난 1년간(2022년 9월~2023년 8월) 조사 결과에서도 싱가포르와 함께 치안에서 공동 1위를 차지하며, 여전히 믿을 수 있는 여행지로 꼽혔다.
여행 만족도는 단순한 여행자원의 매력뿐 아니라 청결, 편의시설, 언어 접근성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산출된다. 일본은 이러한 항목에서 특히 높은 점수를 받아 한국인이 많이 찾는 여행지 중 상위권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번 나리타공항 사건을 계기로 ‘안전∙치안’이라는 일본 여행의 강점에 대한 신뢰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일본은 코로나19 이전에도 나리타공항 내 도난 사건이 27건 보고된 바 있어, 이번 사건은 단순히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치안과 관련된 문제는 여행객들의 신뢰와 직결되기 때문에 일본 당국이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행객들의 불안감 증가, 조직적 범행의 위험
나리타공항의 도난 사건은 단순한 개인 범행이 아니라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의심되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올해 나리타공항 도착 항공편에서 발생한 39건의 사건 중 대부분은 밤 시간대에 승객들이 잠을 자거나 화장실을 이용하는 상황을 노린 치밀한 범행이었다.
특히 범행 방식은 범인과 공범 간 역할 분담으로 이루어진 조직적인 형태였으며, 이는 검거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 여행객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스스로 귀중품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경찰은 “좌석 위 선반에 가방을 보관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귀중품을 몸에서 떼지 말 것을 거듭 당부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