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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린 칼더 CEO에게 듣는 이네오스의 성공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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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칼더가 이네오스의 성공을 가능하게 만든 경험치와 행운, 그리고 순수한 고집을 얘기한다

자동차를 설계하고 엔지니어링 하는 건 어느 정도 같은 영역이다. 그러나 자동차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건 그와 전혀 다른 문제다. 자동차는 생산하기에 매우 비용이 많이 들고 복잡하다. 생산 공정은 무척 복잡한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으며, 자동차 자체도 다양한 종류의 법적인 요구 사항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심지어 그 같은 법적 규제는 종종 각각의 시장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현재의 자동차 업계에서, 테슬라는 제로 베이스에서 출발해 완성차를 만들어 성공적으로 큰 규모로 성장한 유일한 사례다. 그러나 이제는 이네오스 오토모티브(Ineos Automotive)도 그런 성공 사례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릴 만하다.

이네오스 오토모티브는 런던의 한 펍에서 맥주를 마시던 짐 래트클리프 경(Sir Jim Ratcliffe)에 의해 설립되었다. 그는 오래된 랜드로버 디펜더(Defender)의 단종과 시장에 그와 유사한 차가 없다는 사실을 아쉬워했다. 그때가 2016년이었다. 그리고 7년 후, 첫 번째 그레나디어(Grenadier)가 생산라인을 빠져나왔다. 2022년 12월부터 이네오스 오토모티브의 CEO를 맡고 있는 린 칼더(Lynn Calder)는 이네오스 제국의 다른 곳에서 온 인물로, 그레나디어를 생산라인까지 이끌어오고 그 차의 대량생산에 참여했다. 그 이전까지 자동차 회사에서 일한 적이 없는 인물이, 가장 중요한 단계에서 중책을 맡았으니 그야말로 엄청난 도전이 아닐 수 없었다.

칼더는 애초에 그 포지션을 제안받고 상당히 놀랐다고 회상한다. 그는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라고 말한다. 칼더의 임명은 언뜻 예상치 못한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알고 보면 이네오스는 어차피 전통적인 방식을 따르지 않는 회사였다. 칼더 자신도 이전에 뜻하지 않은 “좌회전”을 경험한 적이 있으며, 그런 경우는 항상 자동차 및 가족과 관련이 있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 처음에는 에딘버러 근처의 파이프(Fife)에서, 그리고 그 이후에는 애버딘(Aberdeen)에서, 자동차들이 끊임없이 칼더의 주변에 있었다.

정비공이던 아버지는 자동차에 모든 돈을 쓰곤 했다. 그는 항상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싶어 했기 때문에 어느 날 집에 돌아와 보면 볼보 스테이션 왜건이 닛산 프리메라로 바뀌어 있었다. 칼더의 첫 번째 차는 상태가 좋았던 포드 피에스타였고, 그 차는 시골 지역에서 처음 경험하는 ‘자유’를 안겨 주었다. 칼더는 경제학 학위를 가지고 있으며, 석유와 가스 산업 분야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그는 “나는 제조업과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주제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추출 방법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었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 후 첫 번째 ‘좌회전’으로 미국에 본사를 둔 사모펀드 투자회사로 이직했다. 그곳에서 칼더는 “사업에 대해 제대로 알고, 사업의 절대적인 핵심 요소들과 그것들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을 배웠으며, 놀라운 깨달음도 얻었다. “그저 숫자에 관한 일이라 생각하고 사모펀드에 들어갔지만, 거의 10년 후 그 또한 사람에 관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사업을 발전시키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다음 행보는 칼더를 이네오스 그룹으로 이끌었고, 다시 석유와 가스 분야로, 그리고 몇몇 사업체들의 CEO직을 포함한 화학 분야로 이끌었다. 이네오스 오토모티브를 운영하는 일은 회사의 경력 웹사이트에 나타나지 않았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기회에서 비롯되었다. 처음에는 자동차 업계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이 역할이 가장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필요한 것은 자동차 경험이 아니라 ‘이네오스 비즈니스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저마다 모두 다르지만, 문화와 사업 운영 방식에는 공통적인 맥락이 있습니다.” 오리지널 디펜더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새로운 오프로더를 출시하겠다는 래트클리프의 계획은, 이전 칼더가 이미 이네오스에 몸담고 있었을 때 공개된 것이었다. 그 무렵 이네오스는 이미 석유화학 제품 사업을 넘어 스포츠팀의 소유 및 후원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이전에 팀 스카이라고 불렸던 사이클팀과 메르세데스-AMG F1 팀 지분의 1/3, 그리고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포함된다.

이처럼 굳건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이네오스 역시 대부분의 신생 자동차 회사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과 같은 어려움을 겪었다. 바로 자동차를 생산해 고객의 손에 무사히 넘기는 것이다. 다이슨(Dyson)의 자동차 프로젝트는 이네오스의 자동차 사업과 비슷한 시기에 발표되었지만, 다이슨은 이를 산업화하지 않기로 했다. 칼더는 자동차 생산이 “설계 및 엔지니어링과는 아주 다르다”고 지적한다. 이네오스는 칼더를 임명하기 전 4년간 이를 수행했다. 그 이전까지 칼더가 일해온 다른 분야와 비교해 자동차 산업의 복잡성을 금세 느낄 수 있었다.

“자동차에는 200개의 협력업체로부터 공급받은 2500개의 구성요소가 있어요. 이들을 400개의 각기 다른 현장에서 생산해 공급받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 모든 게 하나의 공장으로 들어오게 되죠. 어떤 날에 그 부품 중 하나라도 기름칠 잘한 기계처럼 작동하지 않는다면,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겁니다. 반면 가스나 석유화학 분야에서는 공급망이 아니라 공정이 복잡해요. 자동차 제조와 아주 다릅니다.” 칼더의 말이다.

칼더는 생산 규모를 확대하는 게 “우리가 정말로 고생하기 시작했을 때”라고 인정하며,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이 단계에서 실패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모기업의 자금 지원이 확실히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네오스가 프랑스 엉바슈(Hambach)에 위치한 메르세데스의 스마트 공장을 인수해 첨단·완전 가동 자동차 공장에 입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도 행운이었다. 칼더는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솔직히 말해서 우리는 정말 힘들었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여전히 우리가 그 일을 해낼 용기와 결단력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코로나 기간(이네오스는 원래 브릿지엔드(Bridgend)의 새로운 부지에서 차를 조립할 계획이었지만) 우리가 처리하기 힘든 온갖 복잡성과 추가적인 비용 때문에 당장은 차를 출시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물론 운도 좀 있었지만, 방법을 찾는 진정한 용기도 있었어요. 우리는 정말로 고집이 세거든요.”

이 회사는 현재 약 1만5000대의 그레나디어를 납품했으며, 이는 올해 말까지 3만 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4×4 모델은 쿼터마스터(Quartermaster)라고 불리는 픽업과 함께 제공된다. 진지한 자동차 회사가 등장했으며, 이 회사가 오리지널 디펜더를 모방한 것인지, 아니면 어떤 부자의 개인 프로젝트일 뿐인지에 대한 의문은 이미 거의 사라졌다. 칼더는 이네오스 오토모티브가 열정 프로젝트라는 개념에 대해 “우리는 이미 그 단계를 훨씬 넘어섰습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과거에도 열정만으로 달려든 적은 없었다고 생각해요. 열정은 모험이나 오프로드, 자동차에 있었죠. 그리고 사실 그건 또한 시장의 빈 틈새이기도 했고요. 우리가 해온 건 언제나 비즈니스였습니다.”

칼더는 그레나디어와 같은 차는 없다고 믿는다. 회사는 틈새시장을 찾아내어 “사람들이 정말로 마음에 들어 하는 고품질의 자동차”를 만들었고, 디펜더보다 훨씬 더 세련된 자동차를 만들었다. 이네오스는 주로 4×4 애호가들에게 자동차를 판매한 지 1년 만에 이제 라이프스타일 시장을 더 많이 공략하고 있으며, 이미 유럽과 미국, 아시아 및 중동에 진출한 데 이어 중국에서도 곧 출시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브랜드가 계획한 네 가지 제품 라인과 변형 모델이 모두 확정되면 연간 판매 목표는 25만~30만 대다.

이네오스는 자동차 산업의 규모와 복잡성에 눈을 떴으며, 한편으로는 이로 인한 규제의 깊이와 규모에 놀랐다. “우리에겐 규제가 엄격한 산업이 낯설지 않습니다. 고도로 복잡한 화학 처리 공장을 운영하는 건 상상할 수 있을 만큼 규제가 엄격합니다. 그러나 자동차 산업에서는 단 한 순간도 멈출 수 없어요. 우리는 45개 국가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며 규정을 준수해야 합니다. 각각의 나라마다 다른 요구 사항이 있어요. 배출, 안전, 사이버 보안 및 해킹 방지 등 분야도 다양합니다. 우리는 이를 철저히 준수하고 있으며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물론 매우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며 중요한 일입니다. 새로운 참가자로서 이는 큰 도전입니다.” 칼더의 말이다.

이네오스는 배터리 전기를 미래의 유일한 동력원으로 지지해 온 입법자들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네오스는 전기차가 모든 시나리오에 적합할 수는 없으며, 그들의 결정이 다른 분야에서의 혁신을 억누를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사업을 운영하고 그에 따른 계획 수립을 어렵게 만들었다. 칼더는 “현재 그 부문은 확실성이 전혀 없습니다. 규제의 관점에서 볼 때 가만히 있는 건 단 한 순간도 없어요”라고 말했다. “지난 5년여 동안 모든 것이 진행되면서, 그것이 정부든, 심지어 자동차 산업이든, 모두가 운전자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어요.”

“자동차 산업은 정부가 규제하는 내용을 따라가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인가부터 ‘사람들이 자동차를 어떻게 사용하는지’와 ‘그들의 이동 수단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 보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기술을 앞세울 게 아니라 실제 운전자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고려해야 합니다. 운전자들은 자동차 업계의 유권자이며, 현재 그들은 자신의 선택을 통해 의견을 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일부 상황에서 전기차를 채택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이제 포화하였으며 다른 선택지가 필요합니다. 내연기관 엔진을 없앤다면 그 빈 곳을 어떻게 채울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이네오스의 첫 전기차인 퓨질리어(Fusilier)는 2027년에 브랜드의 세 번째 모델로 등장할 예정이며, 전기차와 함께 작은 가솔린 엔진 및 소형 배터리를 갖춘 주행거리 연장 버전도 출시할 것이다. 이 같은 파워트레인 구성은 사실 2035년부터는 정부에 의해 지금의 하이브리드 관련 법규에 따라 금지된다. 그런데도 이 솔루션이 동등한 가솔린 모델과 비교해 80%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를 실현할 수 있는 해결책이라는 사실은 틀림없다.

칼더는 이와 같은 정부 결정이 무리한 것으로 생각한다. 이 문제에 대한 대응 외에도 이네오스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칼더의 업무 목록 상위에 놓여있다. “아직도 우리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자동차 행사에 참석합니다. 우리는 일반 대중뿐만 아니라 자동차 산업을 위해서도 진정한 역할을 해야 합니다. 브랜드 인지도 측면에서 우리는 아직까지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이건 그래도 괜찮은 문제 중 하나다. 최근 등장한 거의 모든 자동차 스타트업과 달리, 적어도 이네오스는 처음부터 판매할 수 있는 자신들의 자동차를 갖고 있다. 그리고 그 차들은 매우 뛰어나기까지 하다. 

글 마크 티쇼  사진 맥스 에들스톤

오토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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