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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식여신’이 제일 좋아하는 건 ‘한식’…”중식 더한 새로운 한식 만들고파”

조선비즈 조회수  

정신없이 바쁘지만 동시에 감사해요. 중식에 많은 관심을 많이 가져 주시는 것도, 이렇게 인터뷰를 하러 찾아와주시는 것도요. 이런 기회를 통해 저도 어떤 셰프로 남고 싶은지 고민해보게 되거든요.

높은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의 요리 서바이벌 콘텐츠 ‘흑백요리사’가 종영한지 한 달이 넘었지만 ‘중식여신’ 박은영 셰프는 여전히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홍콩에서는 본업인 ‘그랜드 마제스틱 시추안’ 레스토랑의 수셰프(Sous chef)로 일하며, 한국에서는 각종 팝업스토어와 촬영 일정이 빽빽했다.

이날 인터뷰 또한 점심 영업과 저녁 영업 사이 개인 휴게시간인 한 시간을 할애해 잠깐 진행됐다. 조리복을 입고 빠듯하게 인터뷰 장소에 도착한 박 셰프는, 전날 서울 압구정에서 본인의 시그니처 요리 ‘동파육 만두’ 팝업을 진행한 뒤 본업을 위해 홍콩으로 돌아왔으며 이날 밤 다시 출국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박 셰프는 1시간 내내 한번도 지친 내색없이 웃는 얼굴로 인터뷰에 응했다.

박 셰프는 흑백요리사 이전에도 널리 알려져 있는 ‘스타 셰프’다. 그의 스승으로 알려진 한국 중식의 대가 여경래 셰프와 함께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력이 있으며 남성이 주류로 알려진 중식계에서 몇 안되는 젊은 여성 셰프다. 처음 흑백요리사 출연 제의가 들어왔을 때, 사실 박 셰프는 바쁜 일정으로 참여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스승인 여 셰프가 재차 출연을 권하면서 출연하게 됐다.

넷플릭스 콘텐츠 '흑백요리사'에 '중식여신'으로 출연한 박은영 셰프./홍콩=민서연 기자
넷플릭스 콘텐츠 ‘흑백요리사’에 ‘중식여신’으로 출연한 박은영 셰프./홍콩=민서연 기자

박 셰프는 “당시에 저는 이미 거절을 했었는데, 여경래 셰프님이 여러 번 설득을 해주셨다”며 “가서 또래 요리사들이 어떤 생각으로 어떤 요리를 하는지 만나고 들어보라고 하셨다. 덕분에 방송이 끝나고도 출연했던 요리사들과 자주 만나고 음식 이야기도 나누면서 생각이 넓어지는 걸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요리대회의 심사위원으로 처음 인연을 맺은 여 셰프는 박 셰프에게 제 2의 아버지이자 유일하게 닮고 싶은 셰프다. 여 셰프는 박 셰프가 요리하는 이유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어떤 셰프로 남고 싶은 지를 고민하도록 했다고 한다. 박 셰프는 “새내기 시절에는 그런 질문이 마냥 어렵고 심지어 둘이 있기 싫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계속 듣다보니 20대 후반쯤 드디어 답을 하기 시작했다”며 “요리를 넘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하는 지를 알려주신 분”이라고 설명했다.

박 셰프가 중식을 하게 된 계기는 너무나 단순했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서 요리를 진로로 선택한 박 셰프에게 해외에서 공부할 기회를 제공하는 요리 장르가 중식이었기 때문이다. 중식은 흔히 커다란 중식도와 무거운 웍을 다루면서 여성 셰프가 적은 장르로 꼽힌다. 박 셰프는 한눈에도 여리고 마른 체구를 가졌지만, 특유의 우직한 성격과 꿋꿋함으로 자리를 잡는 데 성공했다.

'중식여신' 박은영 셰프와 동파육 만두./갤러리아백화점 제공
‘중식여신’ 박은영 셰프와 동파육 만두./갤러리아백화점 제공

박 셰프는 “‘아파도 학교에 가서 쓰러지라’셨던 부모님의 교육방식 덕분에 무언가를 한번 결정하면 잘 바꾸지 않는 성격”이라며 “중식 교수님 중에서는 나처럼 작고 마른 남자 교수님도 있었고 그들도 해내는 걸 보면서 나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힘든 시기도 분명히 많았지만 어차피 다 지나갈 것이라는 생각으로 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방송의 순기능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박 셰프는 “흑백요리사를 통해 요식업계에 방송이 미치는 역할을 더욱 느꼈다”며 “파인다이닝만 해도 어떤 사람에게는 정말 다가가기 어려운 분야인데, 예컨대 최현석 셰프님 같은 분이 조금 더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시고 유머러스한 부분을 방송에 나와 설명해주니 관심이 모이고 ‘한번 가볼까?’라는 생각도 (사람들이)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떤 셰프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박 셰프는 ‘자기 음식을 잘 하는 셰프’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일반인인 기자에게는 난해한 표현이었지만, 곧 이어진 설명을 통해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박 셰프는 “셰프는 단순히 요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본인이 만들고 있는 요리가 어떤 요리인지 아는 것에서 시작해 앞으로 어떤 음식을 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잡혀 있고 나아가 한 업장을 관리 통솔할 수 있는지, 이런 능력까지 모두 갖춘 요리사”라며 “그래서 요리사들끼리 ‘네가 그러고도 셰프냐’라는 말을 주고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콘텐츠 '흑백요리사'에 '중식여신'으로 출연한 박은영 셰프./홍콩=민서연 기자
넷플릭스 콘텐츠 ‘흑백요리사’에 ‘중식여신’으로 출연한 박은영 셰프./홍콩=민서연 기자

그렇다면 박 셰프에게 ‘자기 음식’이란 무엇일까. 박 셰프는 자신만의 색깔을 끊임없이 배우고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면서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요리 장르가 ‘한식’이며 여기에 중식의 다양함을 접합해 태어나고 자란 한국에 더 다양한 요리를 보여주고 싶다는 소망을 얘기했다.

박 셰프는 “짜장면이나 짬뽕은 사실 중식에 없는 한식 문화다. 이처럼 나에게 중식은 오히려 한식의 한 장르같다”며 “중국에서 공부하고 보니 한국에서 접할 수 있는 중식은 너무나 단순하고 한정되어 있었다. 더 다양한 중식을 배워 한식에 활용해내는 게 내가 하고 싶은 요리일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셰프를 탈락하게 만든 정지선 셰프와의 미션을 다시 한다면 요리를 바꿀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박 셰프는 “정지선 셰프님이 만든 바쓰는 중식에서 정말 흔하고 기본적인 요리인데 그게 방송에서, 그리고 일반인들에게 그렇게 화려하고 멋지게 보일지 몰랐다”며 “요리사의 생각과 일반인의 관점이 다르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다시 대결해도 같은 요리를 할 것이다. 시래기도미탕이 ‘내가 하고 싶은 요리’이기 때문”이라며 “(도미탕은) ‘쏸촤이’라는 발효된 배추를 통해 떠올린 요리인데, 한식과 굉장히 비슷하면서도 한식과 중식이 모두 발효를 활용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박 셰프는 “그래서 최근에는 발효에 꽂혀 이를 활용한 나만의 요리를 계속 생각하고 있다, 내가 맛있게 먹는 요리를 사람들도 맛있게 느끼도록 내어놓는 셰프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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