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점용료 규정이 태양광 사업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점용료 감면 등 우대 정책을 사실상 외면하고 있어 사업 부담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지자체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요 시정 과제로 내세우지만 정책은 이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전자신문이 수도권 소재 주요 지자체의 태양광 발전 용지 점용료를 비교한 결과 최소·최대 지역 간 격차가 4.4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점용료는 도로, 광장, 공원, 녹지, 주차장 등의 부지를 사용할 때 내는 비용이다.
지자체가 소유한 부지에 조성을 완료한 공원 등 사업 환경이 비슷한 용지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면적은 100㎾ 규모 태양광 발전 설비가 들어갈 933㎡를 임대한다고 가정했다.
경기도 의왕·수원·용인·화성시의 유사 용지 점용료를 비교한 결과 가장 비싼 곳은 연간 1468만원의 화성시로 나타났다. 수원시(1224만원), 의왕시(950만원), 용인시(333만원)가 뒤를 이었다.
화성시 소재 용지는 공시지가가 ㎡당 14만2900원으로 비교 지역 중 최저였지만 점용료는 가장 비쌌다. 용인시 소재 용지의 공시지가가 32만4400원으로 가장 비쌌지만 점용료는 가장 낮았다.
점용료가 공시지가에 비례하지 않는 이유는 지자체의 정책 때문이다. 점용료는 지자체 조례로 규정한다. 공시지가·면적·점용 요율·감면 요율 등을 반영해 산정한다. 점용 요율이 낮고, 감면 요율이 높을수록 점용료가 싸다.
용인시의 점용 요율은 비교 대상 가운데 가장 낮은 5%, 재생에너지 사업 감면 요율은 가장 높은 80%다. 화성시는 점용 요율은 비교 대상 중 가장 높은 10%, 감면 요율은 0%로 규정했다.
점용 요율·감면 요율이 재생에너지 사업성을 결정짓는 요소인 셈인데 지자체간 격차가 크다.
서울특별시, 경기도 광주시·의왕시·과천시·안양시·수원시·용인시·오산시·화성시·안산시·시흥시·광명시·부천시의 점용 요율·감면 요율을 비교한 결과, 재생에너지 사업 우대율이 가장 높은 과천·안산시와 가장 낮은 광명·광주·부천·오산·화성시의 점용료 차이는 공시지가가 같을 경우 13.3배에 달했다.
과천·안산시는 점용 요율을 가장 낮은 1%로 규정했다. 점용료가 비싼 광명 등 지자체는 점용 요율 10%, 감면 요율은 적용하지 않고 있었다. 조사 대상 13개 지역중 재생에너지 사업에 감면 요율을 적용하지 않는 곳이 9개에 달했다.
송전망 확충이 지연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수도권은 재생에너지 보급의 최적지로 꼽힌다. 전력수요가 많아 송전 회피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공원, 녹지, 주차장 등은 태양광 발전 용지 문제를 해결할 열쇠로 지목되지만 다수 지자체가 점용료를 우대하지 않고 있다는 게 확인됐다.
이는 정부 정책에 역행하는 결과다. 정부는 지난 2018년부터 재생에너지 보급 활성화 차원에서 국유지에 태양광 사업을 할 경우, 50%의 감면 요율을 적용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대기업 관계자는 “수도권 소재 공원, 주차장 등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면 그늘이 생기고 무엇보다 전력 분산 차원에서 큰 도움이 된다”면서 “각 지자체가 RE100 대응 등을 주요 시정 과제로 내세우고 있지만 다수 지역이 재생에너지 보급에 영향을 주는 점용료 규정은 손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