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영광을 현재까지 이어 온다는 건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자 박수를 받아 마땅한 일이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이러한 일이 마치 정석처럼 자리 잡고 있다. 1세대 모델 혹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요소를 현재까지 이어 오며 재해석하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헤리티지’라 부르며 그들을 향해 박수를 보낸다.
포드 머스탱은 단순한 자동차 이상의 의미를 가진 모델이다. 1964년 시작된 머스탱의 역사는 7세대까지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거 아메리칸 머슬카의 기준으로 불리던 쉐보레 카마로, 닷지 챌린저 등이 시장에서 사라지면서 머스탱은 아메리칸 머슬카의 DNA를 간직한 유일한 모델이 됐다.
1960년대 포니 카 붐을 일으킨 머스탱
1964년 등장한 머스탱은 포드의 중역이었던 리 아이어코카(Lee Iacoca)의 계획에 따라 개발됐다. 1960년대 미국은 세컨드 카 개념이 널리 퍼져 있던 시대와 첫차의 로망을 가진 젊은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탄생했다. 머스탱(Mustang)이라는 이름은 ‘야생마’라는 의미를 가졌고 크기가 약간 작은 조랑말에 비유해 ‘포니 카’라고 불리기도 했다.
머스탱의 인기가 높아지자 경쟁사인 제너럴 모터스(GM)을 비롯해 크라이슬러에서도 머스탱과 비슷한 크기와 콘셉트를 가진 스포츠카를 내놓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소형 스포츠카 경쟁이 시작됐다. 그렇게 등장한 여러 스포츠카들은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아메리칸 머슬카의 찬란한 시기를 만들었다. 당시 영광의 시기를 누렸던 모델들은 다수 단종됐고 현재는 머스탱만 유일하게 남게 됐다.
헤리티지를 강조한 디자인
이번에 시승한 머스탱은 7세대 모델로 과거 1960년대 모델이 가진 헤리티지를 강조한 디자인으로 변했다. 6세대 모델과 달리 수평형 디자인을 바탕으로 굵은 캐릭터 라인을 더해 역동적인 이미지를 강조한 모양새다. 전면에는 전 세대 모델을 비롯해 1세대 머스탱의 모습이 남아있다. 그릴 중앙에 위치한 머스탱 엠블럼과 사선으로 깎아져 내려오는 전면 라인이 그것이다.
둥근 디자인의 헤리티지를 이었던 이전 모델과 달리 7세대 모델은 사각형의 시그니처 3분할 LED 헤드램프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며 과거와 접점을 만들었다. 그릴 밑 부분의 공기 흡입구의 면적을 키운 점 역시 이전 모델과 다른 점이다.
측면은 영락없는 스포츠 쿠페 형태다. 헤드램프 끝에서 시작된 라인은 펜더를 지나 도어까지 연결된다. 캐빈을 둥글게 감싸는 루프 라인은 A필러 끝에서부터 낮게 트렁크 라인까지 이어진다. 뒤쪽 펜더는 앞쪽에 비해 한층 더 볼륨감이 강조된 디자인이 적용됐으며 과거 머슬카의 이미지를 그대로 옮겨온 느낌이다.
후면 역시 과거 모델의 디자인을 그대로 옮겨왔다. 다만 테일램프의 크기를 줄이고 후면 중앙을 반으로 접은 듯 깊은 각을 넣어 독특하게 마무리했다. 범퍼는 한껏 위쪽으로 들어 올렸고 밑으로는 4구 테일 파이프를 더해 역동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 개인적으로는 전면보다는 후면에 헤리티지가 잘 표현된 느낌이다.
디지털을 만난 과거
실내로 들어서면 현대적인 구성이 환대한다. 눈에 띄는 변화는 디스플레이다. 포드는 최신 유행에 따라 12.4인치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13.2인치 터치스크린을 하나로 연결했다. 덕분에 복잡함이 줄었다. 클러스터 디자인은 매우 다양한데 핵심은 1978년부터 1993년까지 생산된 3세대 머스탱 플랫폼인 폭스 보디 머스탱의 계기판이다. 해당 테마는 과거 아날로그 클러스터를 디지털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며 야간에는 형광 초록으로 빛나 레트로 감성이 진하다.
디스플레이 구성의 단점도 있다. 물리 버튼을 대폭 줄인 것이다. 최근 출시되는 전기차보다는 덜하지만 사용 빈도가 높은 공조 장치, 시트 온도 조절 등을 디스플레이로 숨겨 조작하기 쉬운 편은 아니다. 해당 기능은 물리 버튼으로 남겨 두는 것이 어땠을까 싶다.
재미있는 점은 파킹 브레이크 시스템이다. 과거 모델처럼 핸드 브레이크를 남겨뒀지만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시스템이 적용됐다. 레버를 당기면 채워지고 아래쪽으로 내리면 해제되는 방식이다. 포드는 단순히 과거 방식을 현대적으로 표현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바로 드리프트 브레이크 기능을 더한 것. 드리프트 브레이크는 튜닝카의 사이드 브레이크를 모사했는데 주행 중 달리다 레버를 당기면 강도에 따라 뒷바퀴 제동을 조절해 드리프트를 가능케 한다.
성능 높인 에코부스트 엔진, 여유롭지만 날카로운 움직임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포드가 다양한 라인업에 적용하고 있는 2.3리터(ℓ) 에코부스트 엔진을 탑재했다. 현재 국내에 판매되는 모델은 2.3 에코부스트와 5.0 GT로 구성된다. 에코부스트 모델은 효율성에 중점을 둔 소비자들을 위한 모델이라 볼 수 있다.
시동을 걸자 4기통 엔진답게 다소 진동이 느껴진다. 병적으로 진동과 소음을 줄이는 트렌드와는 조금 다른 길을 걷는 듯하다. 기어를 물리고 서서히 도로 위로 나섰다. 일상 영역에서는 마그네라이드 댐핑 시스템을 적용한 덕분에 실시간으로 노면에 대응해 부드러운 승차감을 전달한다.
가속 페달을 밟자 4기통 엔진답지 않은 가속력을 전달했다. 7세대 머스탱 에코부스트 모델은 319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하고 최대토크는 48.0킬로그램미터(㎏·m)다. 이전 세대에 비해 각각 28마력, 3.1㎏·m 높아진 출력이다. 터보차저와 냉각 성능, 밸브 트레인 등을 강화한 덕분이다.
엔진과 조합된 10단 자동변속기는 다소 의아한 움직임을 보였다. 일정하게 속도를 높일 때는 변속 충격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지만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상황에서는 이따금씩 ‘쿵’하는 충격을 전달했다. 또 기어를 너무 자잘하게 쪼갠 탓인지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변속기 로직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해 보인다.
주행 모드에 따라 달라지는 반응은 운전의 즐거움을 더했다. 7세대 머스탱은 ▲노멀 ▲스포트 ▲슬리퍼리 ▲드래그 ▲트랙 ▲사용자 등 총 6가지 모드를 지원한다. 특히 스포츠 모드에서는 배기음이 한층 커지고 묵직한 스티어링 감각을 전달해 전형적인 스포츠 쿠페의 움직임을 보였다. V8 엔진을 탑재한 GT 모델 보다 출력을 온전히 쓰기 적당한 느낌이었다.
브레이크 성능은 전형적인 스포츠카 다웠다.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을 탑재한 7세대 머스탱은 브레이크 페달을 밟기 무섭게 속도를 줄였고 운전자의 의도에 한치도 벗어나는 법이 없었다. 다만 브레이크 페달의 무게가 약간 무겁게 느껴져 여성 운전자가 조작하기에는 불편하지 않을까 싶다.
코너를 대응하는 능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차체 긴 편에 속하지만 가벼운 엔진을 탑재한 탓에 전혀 어색함 없이 코너를 공략하는 게 가능하다. 높은 속도로 코너를 진입해도 언더스티어가 발생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되려 토크벡터링 기능이 탑재된 차 혹은 휠베이스가 짧은 모델처럼 깔끔한 라인을 그리며 코너를 탈출했다.
머스탱은 포드의 자존심이자 과거와 현재를 잇는 모델이다. 7세대로 진화한 머스탱은 더욱 그렇다. 성능을 높인 2.3ℓ 에코부스트 엔진과 드리프트 브레이크, 디지털 클러스터 등 과거와 현재를 절묘하게 조합한 점은 머스탱만의 매력이다. 2도어 쿠페, 그리고 아메리칸 머슬카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7세대 머스탱은 특별한 의미이자 자동차 마니아들을 위해 준비한 포드의 선물이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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