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포스트] 김민수 기자 = 국내 ‘빅2’ 해운그룹이자 국내 종합선사인 장금상선과 그 관계사들의 자금 흐름이 오너 2세가 운영하는 회사로 집중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되는 이른바 ‘아빠 찬스’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오너 2세가 운영하는 회사들은 10년 전과 비교해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금상선의 연결재무제표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8153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특수 관계자에게 대여했다. 주요 대여처로는 시노코페트로(3253억원), 장금마리타임(2665억원), 시노코탱커(1719억원) 등이다. 이곳은 장금상선 정태순 회장의 아들인 정가현씨가 운영하는 회사로, 정 씨는 세노코페트로케미컬의 지분 77% 보유, 장금마리타임과 시노코탱커 지분 100% 소유하고 있으며, 장금상선 특수관계사로 분류된다. 장금상선을 포함한 한성라인·흥아라인 등 계열사들의 대여 자금이 이곳에 집중되고 있었다.
장금마리타임은 시노코페트로에게 운전자금 1160억원을 연 4%의 이자로 빌렸으며, 또 다른 관계사인 시노코탱커로부터 2069억원을 차입해 119억원을 상환했다.
이러한 그룹사 간 자금 대여로 인해 장금상선의 지난해 이자수익은 약 595억원에 달했다. 그 중 경영진으로부터 받은 약 2억4700만원도 포함되어 있어 오너 일가와의 자금 거래가 있었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장금상선 그룹은 14조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계열사가 비상장 상태이기 때문에 투명성에 한계가 있다. 때문에 의무 조항 외적인 내용은 공시하지 않기 때문에 주로 특수관계인의 자금대여나 채무보증 등의 간략한 정보에 그친다.
이러한 과정에서 오너 2세가 운영하는 시노코페트로와 장금마리타임은 급성장을 이뤘다. 시노코페트로는 지난 10년 간 자산 9214억원에서 4조980억으로, 매출은 427억원에서 8394억원으로 증가했다. 장금마리타임 역시 자산 8472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매출은 2483억원에서 1조848억원으로 올랐다. 장금마리타임의 자산 총계 중 선박 자산은 약 5000억원으로 77%를 차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룹 내 과도한 자금 차입과 대여 구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해운업은 현금 창출력이 높은 산업이지만 업황 변화가 급격하게 발생할 경우 한 회사의 위기가 그룹 전체로 확산될 수 있는 리스크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들 기업이 급성장한 것이지만 문제는 계열사 간 자금 차입으로 한 곳이 무너지면 다른 곳들도 ‘줄도산’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 계열사 간 자금 거래는 비일비재한 일이지만, 자금을 갚지 못하면 대여해준 모기업이나 계열사에 재무상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더욱이 재벌 총수 2세 회사로의 ‘일감 몰아주기’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장금상선은 장금마리타임, 시노코페트로케미컬, 흥아해운 등 계열사를 동원해 VLCC(초대형원유운반선) 등 탱커를 발주한 바 있으며, 올해 1분기에 4억4500만달러(약 6185억원)을 들여 8척의 선박 매입, 이후 VLCC를 추가로 매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관계사 간 자금 차입과 대여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만기 도래 시 이자율 조정 등을 통해 연장하거나 신규 대여를 진행하며 사실상 지속적인 자금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장금상선의 이같은 몸집 불리기는 VLCC 8척 구매 등 공격적인 투자로 인한 유동성 수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HMM과 함께 국내 ‘빅2’ 해운사로 자리 잡고 있는 장금상선의 성장의 이면에 감춰진 이같은 자금 구조와 오너 일가 밀어주기 의혹은 그룹의 신뢰도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