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강우 기자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국내 외국인 밀집 거주지역 또한 형성되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내국인과 외국인이 갖고 있는 ‘생활공간’에 대한 이미지가 달랐으며, 체감하는 범죄 피해 두려움의 정도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서로간의 공간 이용행태에 대한 특성을 파악하고, 서로 교류하며 포용할 수 있는 방향 제시가 필요하다는 연구기관의 발표가 나왔다.
◇ 증가하는 외국인 인구, 내국인이 느끼는 감정과 평가는 달라
행정안전부가 최근 통계청의 인구총주택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3개월을 초과해 국내에 장기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주민 수는 총 245만9,542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한민국의 총 인구 대비 4.8%에 달하는 숫자이며, 2022년 대비 20만명 증가한 수치다.
문제는 외국인 인구수가 늘면서 달라진 환경에 대해 내국인과 외국인이 느끼는 불안함의 정도가 다르다는 점이다.
건축공간연구원은 ‘외국인 밀집지역의 근린환경 실태분석: 범죄예방 환경설계(CPTED) 관점에서’ 제하 연구 보고서를 내고 이 같이 언급했다. 해당 보고서는 외국인 밀집지역에 대한 이미지, 피해 두려움 등에 대한 연구결과를 다룬 것으로, 건축공간연구원은 △서울 관악구 △김해시 △음성군 등 다수의 외국인이 밀집돼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외국인은 주요 생활공간들에 대해 긍정적(밝고 정돈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으나, 상대적으로 내국인은 외국인보다 각 공간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어둡고 어지러운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된 지역의 생활공간들은 △주거 △소비 △여가 △노동·업무 △공공 및 가로공간으로 분류했다. 그리고 지역과 공간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었으나 전 분야에서 내국인이 느끼는 긍정 이미지는 외국인이 느끼는 긍정 이미지보다 낮았다.
특히 관악구의 경우 내국인은 전 분야에서 긍정응답이 50% 아래로 조사됐다. 특히 노동·업무 공간은 내국인이 느끼는 긍정 응답이 24.6%인 것에 비해 외국인이 느끼는 긍정 이미지는 92.1%에 달해 무려 67.5%p(퍼센트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범죄 발생에 대한 우려는 내국인이 외국인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결과 내국인은 외국인에 비해 범죄 소식을 접한 이후 범죄 발생에 대한 우려가 높게 나타났다.
특히 관악구 거주 내국인의 90%는 범죄 소식을 접한 이후 범죄 발생에 대한 걱정이 됐다고 응답했다. 이어 김해시와 음성군에서도 내국인이 느끼는 범죄 발생에 대한 우려는 외국인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관악구의 경우 거주하는 외국인이 느끼는 범죄 발생에 대한 우려 또한 68.4%를 기록해 다른 지역보단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 공간 이용 행태 차이 있어… 포용하고 함께하는 공간 늘어나야
이 같은 결과가 나온 이유 중 하나는 내국인과 외국인이 공간을 이용하는 행태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건축공간연구원 측은 봤다. 외국인 밀집지역은 일반 주거지역 및 상업지역과 물리환경상에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건축공간연구원 측이 근린환경 실태를 진단한 바에 따르면 공간 이용 행태의 변화가 범죄불안감을 높이고 이 불안감이 확산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내국인들만 이용하던 공원이 외국인들의 모임 장소로 바뀌거나, 지역 주민이 운영하던 가게가 다국가 식료품점으로 변경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빌라 주민이 외국인들로 바뀌는 경우가 증가하면서 익숙한 공간임에도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용 빈도가 늘어 자연스럽게 내국인들의 경계심 불안감이 증가하게 된 것이라고 연구원 측은 설명했다.
실제로 연구원 측이 인터뷰한 한 지역 주민 A씨(50대·여)는 “예전에는 운동하고, 산책하러 쉼터에 자주 갔다”며 “그런데 그곳에 외국인들이 모이니까 무섭다”고 전한 바 있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연구원 측은 외국인 밀집지역 공간 이용행태 특성을 파악하고 내외국인의 분리공간과 상충 공간 등을 도출해 서로 교류하고 포옹할 수 있는 방향 제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외국인 주민들을 위한 시설이 부족하다는 점 또한 언급했다. 김해시 같은 경우 외국인 교육센터나 복지센터와 같은 시설들이 있지만 이는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이 아닌, 법적 문제나 한국어 교육과 같은 실용적인 목적으로 방문하는 장소에 가깝기 때문이다.
연구원 측의 인터뷰에 응한 시민단체 소장 B씨는 “외국인 주민들이 장기 정착을 원해 실용적이면서도 저렴한 공간이 필요하다”며 “공간 부족으로 모텔에서 여러 식구들이 자거나 안좋은 원룸에서 살아가는 외국인도 많다”고 전했다.
연구원 측은 외국인 밀집지역 근린환경 개선을 위한 단기, 중·장기 과제를 제시했다. 단기과제로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 원칙을 적용해 범죄예방을 강화함과 동시에 야간 중심으로 치안 활동 등을 강화한다. 중·장기 과제로는 내·외국인이 함께 사용 할 수 있는 커뮤니티 시설을 설치하고 단기적으로 모일 수 있는 공간 조성과 부족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의 방식도 제언됐다.
연구책임인 임보영 건축공간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연구를 통해 “현재 외국인 관련 제도 및 정책은 상대적으로 물리환경 측면에의 생활공간에 대한 지원은 미흡한 실정이다”며 “외국인의 특성을 고려해 주거공간 개선과 함께 내외국인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소비 및 여가공간 조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국인이 범죄 두려움을 가장 많이 느끼고 있는 공공 및 가로공간엔 CPTED 사업 도입을 통해 방범 시설물 확층과 공간의 무질서한 이미지 개성 등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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