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카드업계가 3분기 개선된 실적을 냈음에도 편하게 웃지 못하는 처지다. 3년 주기로 돌아오는 가맹점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이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또 다시 가맹점 수수료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아 업계의 고민이 깊은 모양새다.
◇ 3분기 호실적에도 웃지 못하는 카드업계
업계에 따르면 국내 카드사 8곳(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카드)의 3분기 누적 순익은 2조2,51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2조781억원) 대비 8.3% 증가한 규모다. 주요 카드사들이 올해 전년보다 개선된 실적을 시현했다.
회사별로 보면 신한카드가 5,527억원으로 카드사 중 순익이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삼성카드 5,315억원 △국민카드 3,704억원 △현대카드 2,401억원 △하나카드 1,844억원 △우리카드 1,402억원 △BC카드 1,293억원 △롯데카드 1,025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롯데카드를 제외하고 나머지 카드사들은 전년보다 개선된 실적을 냈다. 롯데카드의 올해 실적은 지난해 로카모빌리티 매각으로 인한 일회성 처분이익에 따른 기저효과에 영향을 받았다. 이 같은 기저효과 영향을 제외하면 전반적인 실적은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카드업계는 고금리 상황에 따른 조달비용 상승과 대손비용 확대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왔다. 지난해 카드업계 실적은 이자비용과 대손비용 확대로 감소세를 보인 바 있다. 올해도 시장 여건이 녹록지는 않았지만 업계는 허리띠를 졸라매 버텼다. 카드업계는 올해 판매관리비 및 카드비용 절감 등을 비용 효율화에 매진했다. 여기에 대출채권을 매각하고 카드론 등 대출을 늘린 것도 수익성 방어에 보탬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선방한 실적을 냈음에도 업계의 한숨이 가시지 않고 있다. 조달금리가 지난해보다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부담인 수준인데다 최근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 가능성까지 부상해서다. 여기에 올해 말 적격비용 재산정에 따라 가맹점수수료가 또 다시 인하될 가능성도 있어 카드업계의 시름이 깊어진 분위기다.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율은 지난 2007년부터 2021년까지 14년간 14차례 인하돼 왔다. 금융위원회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에 따라 2012년부터 3년마다 적격비용산정 통해 가맹점 수수료율 조정해왔다.
◇ 또 다시 돌아온 적격비용 재산정 절차… 수수료 또 인하되나
적격비용은 자금조달비용, 위험관리비용, VAN수수료 등 결제 소요 비용을 고려한 수수료 원가를 뜻한다. 카드사는 적격비용에 마진율을 더해 가맹점 수수료율을 산정한다.
카드사는 3년 주기로 돌아오는 적격비용 재산정 절차를 거쳐 수수료율을 지속적으로 인하해왔다. 2012년 연매출 2억원 이하 우대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1.5%였는데, 2015년에 우대가맹점 적용범위 확대로 연매출 3억 미만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0.8%~1.3%로 인하됐다. 2018년 우대가맹점 적용범위가 연매출액 30억원 이하로 더 확대되면서 수수료율이 조정됐다. 2021년에는 연매출액 30억원 이하 우대가맹점 수수료율이 0.8%~1.6%에서 0.5%~1.5%로 인하됐다.
3년 주기로 돌아오는 적격비용 재산정 절차는 올해 말로 예정돼 있다. 업계에선 이번에도 수수료율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당국이 자영업자 보호를 명분으로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앞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8월 ‘카드 수수료 적격비용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2012년 적격비용 체계 도입 후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한 지속적인 우대수수료율 인하를 통해 제도 도입시 기대했던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 경감 효과도 상당 부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신용카드의 고비용 구조로 인해 이해관계자 간 비용분담에 대한 갈등이 지속되고, 대면서비스 중심의 규제 환경으로 인해 획기적인 혁신에는 한계가 있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며 “가맹점의 권익과 소비자의 편익을 제고하고, 고비용 구조 개선을 통한 이해관계자의 비용부담 절감 방안을 마련해 새로운 환경에 맞는 제도 개선 방안도 모색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잇단 가맹 수수료 인하로 카드업계는 수익성 관리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아왔다. 업계에선 또 다시 수수료 인하가 이뤄질 시, 소비자혜택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수수료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는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지만 수수료율이 인하돼 수익성 관리가 어려워진다면 마케팅비 감축에 따른 소비자혜택 축소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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