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입찰과 관련해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한 경찰 고발을 취소했다. 이는 K-조선·방산이 원팀을 이뤄야 하는 상황에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간 협력의 중요성에 공감해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오션은 22일 오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방문해 고발 취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화오션은 올해 3월 HD현대중공업의 KDDX 군사기밀 유출 사건과 관련해 임원 개입 여부를 수사해 달라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한화오션은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의 적기 전력화로 해양 안보를 확보하고 세계가 대한민국 조선업을 주목하고 있다”며 “해양 방산 수출 확대라는 목표를 위해서는 고발 취소를 통해 상호 보완과 협력의 디딤돌을 마련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국익을 위한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또 “정부의 원팀 전략에 적극 협조하고 한편으로 중국이 공격적인 투자로 글로벌 시장을 잠식하는 가운데 국내 조선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업체간 상호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도 고려해 대승적 차원에서 고발을 전격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앞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KDDX 등에 대한 군사기밀을 몰래 취득해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하면서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2023년 11월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다만 방위사업청은 HD현대중공업의 KDDX 사업 입찰을 제한하지 않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청렴 서약 위반의 전제가 되는 대표나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한화오션은 경찰에 추가 수사를 요청했다.
이에 한화오션은 올해 3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HD현대중공업 임원이 개입한 정황을 수사해 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제출했다. 또 한화오션이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한 피의자 신문조서를 두고 HD현대중공업은 올해 5월 한화오션이 허위 사실 적시 및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한화오션 직원들을 고소하기도 했다.
이번 고발 취소 배경에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사이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한국 조선업계에 협력을 요청한 상황에서 국내 대표 조선업체들이 손잡아야 한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진행하는 방산업체 지정 절차에 따라 실사단 평가와 현장실사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다.
한화오션은 “방사청 등 정부의 투명하고 공정한 평가 결과를 수용하고 상호 협력의 계기가 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의 이번 고발 취소와 관련해 HD현대는 “늦었지만 한화오션이 고발을 취소한데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HD현대중공업이 공정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KDDX 기본설계 사업자로 선정됐다는 것은 이미 수차례 확인된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KDDX 사업이 많이 지연된 만큼 한화오션의 방산업체 지정 신청도 철회돼 KDDX 사업이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히 진행되길 희망한다”며 “HD현대중공업은 K-방산의 경쟁력 강화와 수출 확대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고 했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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