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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 ‘잠정 합의’ 했지만… ‘54억 래커 시위 피해’ 해결은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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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바닥에 공학 반대 문구가 적혀 있다. /연합뉴스
21일 오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바닥에 공학 반대 문구가 적혀 있다. /연합뉴스

동덕여대와 총학생회가 남녀공학 전환 문제를 놓고 열흘 넘게 갈등하는 과정에 이른바 ‘래커 시위’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 복구를 위한 비용 부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22일 전해졌다.

동덕여대 재학생들은 캠퍼스 건물 외벽과 바닥, 도로에 빨간색 스프레이 페인트(래커)로 ‘남녀공학 반대’ 등의 문구를 써넣었다. 학교 측은 복구에 24억~54억원이 들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총학생회는 래커 시위를 주도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복구 비용을 부담해야 할 주체가 총학생회는 아니라는 취지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지난 21일 오전 11시부터 약 3시간 동안 학교 측과 면담을 진행했다. 양측은 남녀공학 전환 논의를 잠정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면서 총학생회는 강의실 점거를 풀고 대면 강의를 재개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총학생회가 공개한 면담 속기록에는 학교 기물 파손은 총학생회와 무관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동덕여대 국제대회협력처장이 “어떻게 (캠퍼스 점거가 시작한 11일) 하루 만에 스프레이를 뿌리는 결정을 내렸는지 궁금하다”고 하자, 총학생회 측은 “총학생회 주도 하에 진행된 게 아니라, 분노한 학우들이 자발적으로 행동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총학생회 측은 “개인 단위로 이뤄진 일이어서 총학생회가 모두 통제할 수 없다”고 했다. 건물 점거에 대해서도 “시위가 시작된 11일 본관 점거 역시 개인 단위로 이뤄졌다”며 “총학생회가 안전 관리 차원에서 건물 점거에 관여한 것은 13일부터였다”고 했다.

동덕여대 총학생회가 처장단과의 면담에서 남녀 공학 반대 의견을 전달한 21일 오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외벽에 공학 반대 문구가 적혀 있다. /연합뉴스
동덕여대 총학생회가 처장단과의 면담에서 남녀 공학 반대 의견을 전달한 21일 오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외벽에 공학 반대 문구가 적혀 있다. /연합뉴스

동덕여대가 추산한 ‘래커 시위’ 피해 금액 24억~54억원 중 20억~50억원은 하월곡동 캠퍼스와 청담동 디자인허브, 공연예술센터 복구 비용 추정액이다. 캠퍼스 점거 과정에서 학생들은 취업박람회 기물을 파손했고, 행사가 취소됐다. 취업박람회 참여 업체 피해 보상액과 파손된 자재 비용은 총 3억3000만원이다.

이와 관련해 동덕여대는 취업박람회 피해 보상 청구서를 총학생회로 보내 학생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학교 측은 면담에서 “외부 업체는 총학생회 주도로 시위가 이뤄졌다고 판단해 수신인을 총학생회로 기재한 것”이라며 “학교는 전달만 했을 뿐”이라고 했다.

총학생회 측은 피해 보상과 관련해 “저희는 3억3000만원 못 낸다”고 했고, 교무처장이 “그럼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총학생회는 “저희도 모른다”고 했다. 학교와 총학생회 모두 3억3000만원을 낼 수 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성신여대와 서울여대에서도 유사한 ‘래커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성신여대는 손해배상과 관련해 “아직 논의된 바 없다. 상황이 일단락될 때까지 지켜볼 것”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여대 역시 “내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과거 ‘래커 시위’를 벌인 근로자들이 복구 비용을 물어낸 사례가 있다. 아사히글라스 한국 자회사 AGC화인테크노한국의 사내 하청업체에서 일하다 해고된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2019년 6월 구미공장에서 복직을 요구하며 정문 앞 아스팔트 도로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노동조합 인정하라’ ‘우리가 이긴다’ 등의 문구를 적었다.

회사는 문구를 지우기 위해 2019년 7월 공장 진입로를 재포장한 뒤 해당 비용 5200만원을 해고된 근로자 4명이 부담하라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재판 과정에서 감정평가업체는 문구 제거 작업에 384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산정했다. 법원은 이를 근거로 근로자들이 384만원을 손해배상하라며 작년 12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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