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디즈니컴퍼니가 향후 콘텐츠 투자 전략으로 더 화려한 배우진과 색다른 소재를 정했다. 무명배우와 감독·연출을 기용하기보다는 흥행 성과를 낸 유명 배우와 제작진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제작비가 더 많이 들 수밖에 없지만 흥행 실패 위험을 낮출 것으로 분석된다.
월트디즈니컴퍼니는 20일과 21일 이틀에 걸쳐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DCS) 2024를 개최했다.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 2024는 디즈니, 마블, 픽사, 루카스필름, 한국 오리지널, 일본 오리지널 등 월트디즈니컴퍼니의 브랜드별·국가별 신작 라인업을 공개하고 배우·제작진과 이야기를 나누는 행사다.
韓 배우·감독 등장에 외신 환호
이번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는 2022년 11월 진행한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 2023’에 이어 글로벌 콘텐츠 라인업 중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비중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오리지널은 무빙 시즌2를 제외하고 10개 작품이다. 일본 8, 마블 7, 픽사 6보다 많다. 특히 이번 쇼케이스는 한국 배우와 감독이 작품을 소개하기 위해 무대에 오르내릴 때마다 환호성이 터졌다는 점이 독특했다.
이번 행사는 전 세계에서 500명 이상의 취재진 및 디즈니 파트너가 참석했다. 한국 취재진 110명쯤, 일본 취재진 60명쯤에 싱가포르, 중국, 홍콩, 대만,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호주 등까지 총 12개국의 취재진이 참여한 미디어 간담회임에도 한국 작품과 배우에 환호성을 내질렀다. 외신은 취재의 목적보다 팬심으로 구경하는 모양새였다.
디즈니 임원진 “아시아는 핵심지역” 연호
이번 콘텐츠 쇼케이스의 특징 또 하나는 월트디즈니컴퍼니의 임원진이 연이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디즈니의 핵심지역이라는 걸 재차 강조했다는 점이다.
루크 강 월트디즈니컴퍼니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사장은 20일 “3년 전 아시아태평양 지역 이야기를 발굴해 전세계에 알리겠다고 선언했는데 이를 달성했다”며 “디즈니는 ‘무빙’, ‘카지노’, ‘간니발’, ‘최악의 악’, ‘킬러들의 쇼핑몰’ 등 화려한 수상기록을 통해 콘텐츠의 높은 품질이 성공의 길이라는 걸 입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나 월든 월트디즈니컴퍼니 디즈니 엔터테인먼트 공동회장 역시 “아시아태평양은 활발히 성장하는 월트디즈니컴퍼니에 중요한 지역이다”라며 “‘쇼군’과 ‘무빙’처럼 월트디즈니컴퍼니의 길잡이이자 영감이 된 글로벌 흥행작은 어디서나 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즈니의 아태지역 애정공세는 신규 라인업에서도 드러난다. 디즈니는 이번 쇼케이스에서 한국 오리지널 작품 10개, 일본 오리지널 작품 8개와 ‘무빙’ 시즌2 제작 추진 소식을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된 라인업은 모두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한다. 한국 오리지널만 봐도 그렇다. 12월 4일 디즈니 플러스로 공개되는 ‘조명가게’는 ‘무빙’의 원작자 강풀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김희원 감독이 연출한 조명가게는 주지훈, 박보영 등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내년 1월로 공개일을 정한 ‘트리거’는 정의를 위해 강력사건을 끝까지 파헤치는 탐사보도팀의 이야기다. 김혜수, 정성일, 주종혁 등의 배우가 일단 카메라부터 들이미는 탐사보도팀을 맡아 20년 전 흔적도 없이 사라진 유명배우 미제사건을 파헤친다.
3월에는 설경구, 박은빈 두 배우가 치열하게 두뇌싸움을 벌이는 메디컬 스릴러 ‘하이퍼나이프’가 공개된다. 박은빈 배우는 촉망받던 천재의사 ‘세옥’ 역할을 맡아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스승 ‘덕희’와 대립한다. 덕희는 설경구 배우가 연기한다.
김다미, 설경구 배우가 서로 다른 성격의 두 수사관을 연기하는 ‘나인퍼즐’은 심리전을 벌이는 연쇄살인범을 둘러싼 두 수사관의 이야기를 그린다. 김수현, 조보아 배우가 주연을 맡은 ‘넉오프’는 IMF로 인생이 바뀐 한 남자가 평범한 회사원에서 세계적인 짝퉁 시장의 제왕이 되는 이야기다.
‘파인: 촌뜨기들’은 류승룡, 양세종, 임수정 배우가 주연을 맡아 신안 앞마다에 묻힌 보물선을 둘러싼 촌뜨기의 성실한 고군분투기를 그린다. 현빈과 정우성 배우가 주연을 맡은 ‘메이드 인 코리아’는 70년대를 배경으로 부와 권력을 좇는 남자와 그를 막으려는 검사의 이야기를 그린다.
디즈니 플러스의 첫 오리지널 사극 ‘탁류’는 로운, 신예은, 박서함 배우가 무법천지 조선에서 왈패가 된 ‘시율’, 정의로운 ‘최은’, 청렴한 관리를 꿈꾸는 ‘정천’ 등 세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다. 액션 드라마 ‘조각도시’는 평범하게 살던 ‘태중’이 범죄에 휘말려 감옥에 가게 되는데 모든 것이 ‘요한’에 계획됐다는 걸 태중이 알게 되면서 태중에 복수하려는 이야기다. 지창욱, 도경수, 이광수, 조윤수 등의 배우가 열연을 펼친다.
‘북극성(Tempest)’은 한국과 미국 할리우드 양쪽에서 모두 기대작으로 꼽히는 첩보 드라마다. 뛰어난 외교관 ‘문주’와 국적 불명 특수요원 ‘산호’가 한반도 미래를 위협하는 거대한 사건 속 진실을 쫓는다. 전지현, 강동원, 존 조(John Cho) 등의 배우가 출연한다. 이 외에도 디즈니는 아직 세부사항이 베일에 쌓인 ‘무빙 시즌2’ 제작 추진 소식을 발표했다.
일본 오리지널 콘텐츠도 풍성
월트디즈니컴퍼니는 일본에서도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한다. 디즈니 일본 오리지널 라인업 8개 중 6개는 애니메이션이다. ‘메달리스트’, ‘전대대실격 시즌2’, ‘원댄스’, ‘불릿/불릿’, ‘캣츠아이’, ‘디즈니 트위스티드 원더랜드 디 애니메이션’ 등 라인업 대부분이 애니메이션이다.
물론 디즈니는 일본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간니발’의 두 번째 시즌을 2025년 3월 공개한다. 야기라 유야, 카사마츠 쇼 등 배우가 쿠게 마을에서 진행되는 끔찍한 의식에 제물로 바쳐질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나서는 인물을 연기한다. 디즈니는 일본 아이돌그룹 스노우맨(Snow Man)의 여행 리얼리티 예능 ‘스노우맨과 여행을(가제)’도 공개할 예정이다.
막강한 직속 스튜디오 라인업
디즈니는 자체 보유 스튜디오 라인업이 건재하다는 점 역시 이번 쇼케이스를 통해 확실시했다. 최근 ‘인사이드아웃2’, ‘데드풀과 울버린’ 등 자사 영화가 흥행한 기세를 신작 영화 라인업을 통해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디즈니는 올해 12월 18일 ‘라이온킹’ 30주년 기념작 ‘무파사: 라이온 킹’을 개봉한다. ‘무파사: 라이온 킹’은 어린 사자 ‘무파사’가 왕의 혈통 ‘타카(스카)’를 만나 세상의 왕이 되는 여정을 그린 실사 뮤지컬 영화다. 내년 3월에는 ‘백설공주’ 실사 뮤지컬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디즈니 최초의 공주 백설공주는 레이첼 지글러가, 여왕은 갤 가돗이 연기한다.
5월에는 2002년 개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릴로&스티치’ 실사 영화가 개봉한다. 디즈니는 또 내년 10월 인류가 AI와 맞닥뜨리는 순간을 다루는 ‘트론: 아레스’를 개봉한다. 디즈니는 ‘퍼시 잭슨과 올림포스의 신들 시즌2’, ‘파라다이스’, ‘에일리언: 어스’ 등의 TV 시리즈도 디즈니 플러스로 공개한다.
이는 디즈니만의 라인업이다. 다른 디즈니 스튜디오도 신규 콘텐츠 라인업을 다양하게 구성했다. 20세기 스튜디오는 내년 4월 영화 ‘아마추어’를 통해 내성적인 CIA 암호해독가 찰리 헬러의 복수극을 그린다. 찰리 헬러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라미 말렉이 연기한다. 20세기 스튜디오는 또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프랜차이즈 영화 ‘아바타: 불과 재’를 내년 12월 공개할 예정이다.
서치라이트 스튜디오는 내년 1월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두 사촌 데이비드와 벤지가 할머니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떠난 폴란드 여행기 ‘리얼 페인’을 공개한다. 서치라이트는 또 전설적인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의 성공 신화를 그린 ‘컴플리트 언노운’을 내년 2월 선보일 예정이다. 밥 딜런은 티모시 샬라메가 연기한다.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올해 11월 27일 ‘모아나2’를 극장에 개봉한다. 스펙타클 오션 어드벤처 ‘모아나2’는 아우이 크라발호와 드웨인 존슨 등이 목소리를 연기했다. 올해 12월 11일에는 ‘인사이드아웃’과 ‘인사이드아웃2’의 사이를 배경으로 한 오리지널 시리즈 ‘드림 프로덕션’이 디즈니 플러스에 공개된다.
픽사는 오리지널 시리즈 ‘모두의 리그: 이기거나 지거나’를 내년 2월 19일 디즈니 플러스로 공개한다. ‘모두의 리그: 이기거나 지거나’는 소프트볼팀 ‘피클스’의 이야기를 그린다. 픽사는 또 ‘주토피아’의 후속작 ‘주토피아2’를 내년 11월 개봉할 예정이다. 주토피아2는 주디 홉스와 닉 와일드가 도시를 발칵 뒤집어 놓은 의문의 파충류를 쫓는 이야기를 그린다.
픽사는 내년 6월 평범한 지구의 소년 ‘엘리오’가 우주의 공간에 빨려들어가 지구의 대표가 되어 모험하는 영화 ‘엘리오’ 개봉을 앞두고 있다. 픽사는 또 2026년 3월 동물들과 대화를 나누고 동물을 이해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모험을 다룬 ‘호퍼스’ 개봉과 IT기술과 경쟁하는 장난감들의 이야기 ‘토이 스토리5’의 2026년 6월 개봉을 준비한다. 슈퍼히어로 가족의 이야기 ‘인크레더블3’도 제작에 착수했다.
루카스필름 스튜디오는 ‘스켈레톤 크루(2024년 12월 4일)’, ‘안도르: 스타워즈 스토리 시즌2(2025년 4월 23일)’, ‘스타워즈: 비전스 시즌3(2025년)’를 디즈니 플러스에 공개할 예정이다. 존 파브로 감독이 연출한 영화 ‘만달로리안과 그로구’는 2026년 5월 극장에서 개봉한다.
마블 스튜디오는 이번 쇼케이스에서 7개의 신작 라인업을 공개했다. 먼저 애니메이션 ‘왓 이프 시즌3’은 올해 12월 22일, 애니메이션 ‘당신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은 내년 1월 29일 디즈니 플러스로 공개된다. 내년 3월에는 마블 TV드라마 ‘데어데블’의 신규 시즌 ‘데어데블: 본 어게인’이, 내년 6월 24일에는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 이후 기술과 마법이 충돌하는 ‘아이언하트’가 디즈니 플러스로 공개된다.
마블은 내년 2월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개봉으로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를 이어간다. 내년 4월에는 ‘블랙위도우’,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 등 다른 MCU 속 독특한 캐릭터들이 모인 ‘썬더볼츠*’가 상영된다. 내년 7월에는 마블의 첫 번째 가족 ‘판타스틱4’가 ‘판타스틱4: 새로운 출발’이라는 영화로 MCU에 합류한다.
싱가포르=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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