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최근 인천의 한 초등학교 특수교사가 업무 과중을 호소하다 사망하면서 특수학급 과밀 문제 개선 필요성이 대두된 가운데, 특수학급의 학생 수 기준을 낮추는 내용의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됐다.
이를 두고 특수교육계는 조속히 법을 개정해 특수학급 과밀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은 21일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최근 사망한 인천 초등 특수교사가 중증 장애 학생 4명을 포함해 과밀학급 지도에 고충을 호소해 왔던 사례를 계기로 마련된 해당 개정안은 초등학교의 특수학급 학생 수 기준을 유치원 수준으로, 고등학교는 중학교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골자다.
구체적으로는 현행 유치원 4명, 초등학교 6명, 중학교 6명, 고등학교 7명을 학급당 학생 정원으로 규정한 것을 초등학교 4명, 고등학교 6명 등으로 줄이도록 개정했다.
앞서 인천 미추홀경찰서와 특수교육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오후 8시경 인천 소재 자택에서 초등학교 특수교사인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특수교육계는 A씨가 최근까지 중증장애 학생 4명을 비롯해 총 8명으로 구성된 학급을 맡으면서 업무 과중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현행 특수교육법상 초등학교 특수학급 1개 반당 정원은 6명이다. 그러나 당초 특수교사 2명이 특수학급 1개 반을 운영했던 해당 학교는 지난 8월 이후 A씨가 8명의 장애학생을 맡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인천교원단체총연합회는 “파악한 바로는 초임 교사였던 고인께서는 특수학급 담당 교사로서 평소 과밀학급 학생 지도 부담 등 어려움을 호소했다”며 “이에 학교와 함께 학급 수 증설 등 개선을 교육청에 요구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총은 고인이 왜, 무엇 때문에 이토록 갑작스럽고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셨는지 교육 당국과 수사 당국의 철저한 조사·수사와 진상 규명을 요구한다”고 했다.
개정안을 발의한 정성국 의원은 “최근 학령인구는 감소 추세인 반면 특수교육대상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특수학교에 비해 일반학교 배치 학생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특수학급의 과밀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다다렀다”며 “나아가 특수학급 설치율 역시 학교급별·지역별로 불균형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교육부의 ‘2022∼2024년 특수교육 연차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1499학급이던 과밀 특수학급은 지난해 1766학급, 올해 1822학급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정 의원은 “학업능력, 생활능력에 현저히 어려움을 겪는 장애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주요 수단이 ‘개별화 교육’ 임을 감안할 때 현행 법령의 학생 수 기준은 하향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중도중복장애 등 장애 정도가 심한 학생이 증가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학급 당 학생 수를 감축하여 세밀한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이에 특수학급을 확대할 수 있도록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과정의 특수학급 설치기준을 각각 유치원, 중학교와 일치하도록 하향시킴으로써 실질적인 특수교육 기회 및 지원을 확대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특수교사 A씨의 사망 이후 인천시교육청은 학교 측 인력 증원 요청에 따라 지난 3∼5월께 장애학생 지원 인력 2명과 특수교육 대상 학생 보조 인력 1명 등 3명을 추가로 배치했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또한 악성 민원이나 부당한 사항이 있었는지 파악할 것을 약속했다.
이후 지난 19일 인천시교육청은 특수교육 개선 전담기구를 발족해 본격적인 후속 조치에 나섰다.
전담기구는 부교육감이 총괄하며 교육청 내·외부 인사 26명으로 구성돼 내년 8월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기구를 통해 인천시교육청은 오는 29일까지 특수학급 과밀 정도와 장애학생 현황 등 기초 조사를 진행하는 데 이어 특수교사와 장애 학부모 등의 의견을 수렴해 특수교육 개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 정원화 정책실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특수학급에서 학생 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단순히 숫자가 증가하는 개념이 아닌 하나의 교육과정이 추가된 것”이라며 “특수교육대상은 개별화 교육과정을 수립해 교육해야만 하며 특히 장애 정도가 심한 학생은 등·하교, 식사, 화장실 교육 등 전반적인 학교 생활을 지원해야 하는 만큼 교사의 지도 부담이 더욱 커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은 교육이 가장 중요한 시기인 초등학교의 학급 정원을 낮춘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그간 특수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제공해주고 싶었고 그런 능력도 있었는데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했다. 해당 개정안이 통과되고 이어 모든 교육기관으로 확대된다면 안정적으로 학급 운영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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