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과 함께 해외직구 규모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테무가 국내서 공격적으로 초저가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들 업체가 고객 개인정보를 부당 수집·활용하거나 플랫폼의 책임을 회피하는 내용의 약관 조항을 운영해 온 것으로 드러나 이목이 쏠렸다.
◇ 공정위, 알리‧테무 47개 불공정 약관 조항 ‘시정’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 및 테무가 사용하는 이용약관을 심사하고 총 13개 유형, 47개 불공정 약관 조항을 시정했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알리의 이용약관 16개, 테무 이용약관 31개가 시정됐다.
그간 해외직구 국가별 점유율은 미국이 가장 컸다. 작년부터는 중국발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48.7%(3조3,000억원)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알리‧테무가 지난해부터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이용자 수가 국내서만 1,000만여명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위해 물품 유입뿐만 아니라 개인정보 유출 등 소비자 피해가 함께 늘고 있다.
실제로 20일 한국소비자원(이하 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알리‧테무에서 들어오는 제품 중 위해 물품으로 판매 차단 조치된 건수는 총 1,915건이었다. 품목별로는 ‘가전·전자·통신기기’가 631건(33.0%)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아동·유아용품 588건(30.7%) △액세서리류 293건(15.3%) 등으로 조사됐다.
품목별 차단 원인으로는 가전·전자·통신기기’의 경우, 유해물질 함유(납·카드뮴 등)가 359건(56.9%)으로 가장 많았다. 이외 감전 위험 등이 132건(20.9%), 폭발·과열·발화 등이 84건(13.3%)으로 뒤를 이었다. ‘아동·유아용품’의 경우 △유해물질 함유 281건(47.8%) △부품 탈락 및 질식 위험이 238건(40.5%)을 차지했다. ‘액세서리류’는 모두 유해 물질 함유로 인해 판매 차단됐다.
이러한 소비자 피해가 지속 발생하자, 알리‧테무에 플랫폼 기업의 중개상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공정위는 “알리·테무의 이용 약관상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불공정 약관 조항이 있는지를 면밀히 심사했다”면서 “그 결과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광범위하게 배제하고 소비자의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조항이 곳곳에서 발견돼 이를 시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 참여연대 “최소한의 안전망 ‘환영’”
공정위에 따르면 알리·테무의 이용약관에는 플랫폼 사업자가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조항이 존재했다. 예컨대 △통신판매중개업자 및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서의 책임을 배제하는 조항 △이용자가 위법행위를 하거나 약관을 위반해 플랫폼이 조치하는 경우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배제하는 조항 △플랫폼 사업자의 손해배상범위를 제한하는 조항 등이 다수 확인된 것이다.
또한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사실상 무제한으로 수집할 수 있게 하거나, 이용자 콘텐츠를 알리·테무를 비롯한 그 계열사 등이 전방위적으로 사용하는 조항도 있었다. 공정위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사업자는 이용자의 동의를 받아 수집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해야 하며, 이를 목적 외로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해서는 안 된다”면서 “또한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재산권자로부터 허락받은 이용 방법 및 조건 안에서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용자와의 분쟁에 대한 전속관할을 각각 홍콩 법원, 싱가포르 법원으로 정한 조항도 문제가 됐다. 대한민국 국제사법에 따르면 사업자가 소비자의 일상거소지국에서 소비자 계약을 진행하는 경우, 소비자는 대한민국 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알리·테무는 대한민국 소비자와의 관계에서 준거법을 한국법으로 함과 동시에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한국 민사소송법에 따르도록 약관을 시정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수집 개인정보의 항목을 구체적으로 한정하고, 고의‧(중)과실 내에서 책임을 부담하며 한국 민법 등의 관계 법령에 따라 인정되는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약관이 시정됐다. 또한 △계정 해지 사유를 모호하게 규정하고 사전 통지 없이 계정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 △이용자 정보 공개 과정에서 손해 발생 시 소송 제기를 금지하는 조항 △재판을 받을 권리를 포기하고 중재를 강제하는 조항 등에 대해서도 알리·테무는 해당 조항을 삭제하거나 수정했다.
한편 앞선 9월 참여연대 등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불만 신고센터’와 한국소비자연맹은 알리‧테무의 이용약관 중 일부를 불공정약관으로 공정위에 심사 청구한 바 있다.
이번 약관 시정에 대해 참여연대 측은 “알리‧테무와 같은 해외직구 플랫폼 기업 이용률이 증가하는 가운데, 이들 기업은 국내서 그동안 상품 안전성 문제, 부당한 개인정보 수집 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켜 왔다”면서 “해외 플랫폼에 적어도 국내 플랫폼 기업과 같은 수준의 책임 의무를 지우고 문제 발생 시 이용자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공정위의 조속한 시정조치는 환영할 만하다”고 20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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