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연출 정지인/극본 최효비/기획 스튜디오드래곤 /제작 스튜디오N, 매니지먼트mmm, 앤피오엔터테인먼트)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정년이’는 1950년대 한국전쟁 후를 배경으로, 최고의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타고난 소리 천재’ 정년이(김태리 분)를 둘러싼 경쟁과 연대, 그리고 찬란한 성장기를 그렸다.
신예은은 극 중 윤정년의 라이벌 허영서 캐릭터를 맡아 열연을 펼쳤다. 두 인물은 서로 성장동력이 되면서 벗으로 발전한다.
“만약 영서와 정년이가 계속 앙숙, 원수지간으로 끝냈다면 영서도 정년이도 성장하지 못했을 거예요. 이 인물 보면서 저는 살리에리랑 모차르트를 가장 생각을 많이 했어요.”
영서의 아버지는 의과 대학 학장에 어머니는 유명 소프라노, 언니 영인 또한 지금 핫하게 떠오르는 소프라노인 부와 명예, 교양을 갖춘 집안이다. 영서 또한 어렸을 때부터 성악을 배웠지만 일찌감치 깨달았다, 성악으로는 언니를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을, 이렇게 언니의 그늘 밑에 평생 있다가는 엄마의 사랑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끝난다는 것을.
영서는 성악을 포기하고 명창의 밑으로 들어가 판소리를 배웠다. 뼈를 깎는 노력 끝에 스승에게서도 인정받는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그즈음 국극을 접하고 국극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엄마는 쌍수를 들고 반대했지만 영서는 기어이 국극단에 들어가 버린다. 하지만 여전히 영서는 엄마의 손아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아직도 엄마의 인정을 간절히 바라고 있고, 엄마의 따뜻한 격려 한마디가 아쉽기만 하다. 성악 신동이었던 언니가 이름난 소프라노로 커가면서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는 것이 마냥 부럽고 질투가 난다. 언젠가 내가 국극에서 남역을 맡으면 엄마도 언니를 볼 때처럼 날 그런 따뜻한 눈으로 자랑스러워하면서 봐줄까, 오로지 그날을 향해서 영서는 매분 매초를 치열하게 살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엄마의 인정을 받고 싶다는 마음에 영서는 늘 뭔가에 쫓기는 듯한 기분이다. 노래, 춤, 연기 테크닉은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었지만 영서는 자신의 약점을 언젠가부터 늘 의식하고 있었다. 그건 바로 역할에 푹 빠져서 몰입하지 못한다는 것, 무대에 올랐을 때 즐길 수가 없다는 것.
그런 영서의 콤플렉스를 사정없이 자극하는 상대가 바로 정년이다. 기가 막힌 소리 실력도 그랬지만 정년의 연기를 보고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는 기분이었다. 마치 맡은 배역과 한 몸이 되어버린 거 같았던 정년의 연기. 자신은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그런 몰입과 집중을, 국극을 이제 막 시작한 정년은 해내고 있었다.
“저는 보이는 이미지 보다 영서가 가진 마음과 사건에 중점을 두고 임했어요. 영서가 처해 있는 엄마와의 관계성, 정년이를 만나고 성장해 가는 과정, 그리고 영서가 느끼는 다양한 감정에 초점을 둬서 이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시청자분들께서 공감할 수 있게끔이요. 그 과정이 어렵거나 힘들지는 않았어요. 영서는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볼 만한 인물이잖아요. 누구나 다 성공하고 싶고 1등 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게 사실 사람의 심리니까요.”
신예은은 세상의 모든 허영서를 응원한다.
“매번 비교를 당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아니면 자존감이 너무 낮아서 내 재능을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아니면 아무리 노력을 해도 목표치가 안 보이는 사람일 수도 있고, 도대체 내가 이 직업을 사랑하는지 모르는 사람일 수도 있고. 영서가 다 느껴봤을 생각들인데 이 세상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다 그런 생각을 한 번쯤 해보지 않았을까요? 영서가 사랑받은 이유이기도 한 것 같아요.”
[인터뷰②]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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