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N 유효미 기자] 우리는 생활 속에서 한국어 대신 일본어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접하곤 한다.
멀쩡한 한국어 표현이 버젓이 존재하지만, 일본어 표현을 사용하는 사례는 종종 발견된다. 어떤 카드사 역시 복숭아라는 단어 대신 일본어 ‘모모’(もも)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한 차례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지난 8월 27일 하나카드는 공식 인스타그램에 “복숭아의 매력적인 변신. 건강하게 맛있게 즐기는 그릭모모”라는 문장을 사용한 게시물을 개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카드는 그 게시물을 내려야 했다. ‘그릭모모’라는 단어 사용이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게시물에서 ‘그릭모모’라고 소개한 음식은 지난 여름 소비자들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그릭복숭아’였다. 복숭아 속을 파낸 뒤 남은 공간을 그릭요거트로 채운 다음에 꿀과 그래놀라를 곁들여 먹는 음식이다.
주재료로 복숭아가 사용되기 때문에 그릭복숭아라는 표현으로 대체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복숭아란 뜻을 가진 ‘모모’라는 일본어를 사용하여 논란이 된 것이다.
게시물이 올라온 뒤 네티즌들은 곧바로 지적에 나섰다. “멀쩡한 복숭아 놔두고 왜 그릭모모냐”, “우리말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일본어를 쓰나요?”등의 하나카드를 비판하는 댓글들이 연이어 달렸다.
하나카드는 논란이 거세지자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였다.
비단 하나카드만이 이 표현을 사용한 것은 아니다. 비슷한 시기 인터넷상에서 많은 이들이 ‘그릭모모’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한편 국립국어원은 그릭복숭아로 표기하는 것이 원칙에 맞다는 견해를 밝혔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그릭복숭아가 명백하게 외국에서 시작된 음식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어 표기를 권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카드’와 ‘뉴스’등 굳어진 외래어가 아닌 대체할 수 있는 외국어는 우리말을 사용하는 것이 외래어 순화의 원칙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논란이 된 ‘그릭모모’라는 표현 이외에 한국어를 대신해 자주 사용되는 일본어 단어에는 또 무엇이 있을까.
주로 식품을 일본어로 표기하는 것이 종종 발견되는데, ‘찹쌀떡’을 ‘모찌’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또 ‘소금빵’을 일본어로 소금을 뜻한 ‘시오’란 단어를 사용해 ‘시오빵’이라고 표기하는 가게들도 많이 보인다. ‘계란 샌드위치’ 대신 ‘타마고 샌드위치’라고 표현하는 경우도 많다. ‘앙버터’라는 빵 역시 앙금과 버터의 합성어가 아닌 팥소를 뚯하는 일본어 ‘앙’에서 차용된 단어다.
본래 단어는 단어 자체가 뜻하는 대상의 의미를 명확히 전달할 줄 알아야 한다. 한국인들에게 이해하기 쉽고 직관적으로 와닿는 단어는 바로 한국어로 된 단어이다.
외래어가 난무하면 우리는 정확한 의미 전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는 무분별한 외국어 사용을 지양하는 바람직한 언어 습관을 갖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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