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유죄를 선고한 판단의 근거를 두고 민주당 검찰독재위원회와 최고위원들이 “유추해석을 했다(김문기 골프 발언)”, “검찰이 짜깁기한 기소 내용을 그대로 인정한 심각한 오판(백현동 협박 발언)”이라며 이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130여쪽의 1심 판결문을 모두 확인한 결과 재판부는 ‘사진을 조작했다’는 이 대표의 발언을 유권자들이 단순히 사진을 오렸다고만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고, 백현동 발언의 경우 짜깁기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한성진 부장판사)가 지난 15일 이 대표의 허위사실공표 혐의에서 유죄로 인정한 대목은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 1처장과 해외 출장시 촬영된 이른바 ‘골프 사진’을 ‘조작했다’고 발언한 부분과 백현동 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이 국토부의 요구에 따른 것이며, 협박도 있었다고 한 국정감사 발언이다.
김문기 골프 발언과 관련해 이 대표는 지난 2021년 12월29일 채널A ‘이재명의 프로포즈-청년과의 대화’에 출연해 “제가 그리고 국민의힘에서 4명 사진을 찍어가지고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단체 사진 중 일부를 떼어내 보여줬더군요. 조작한 거죠”라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고 재판부는 “‘피고인이 김문기와 함께 간 해외 출장 기간 중에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실제로 고 김 처장 등과 골프를 쳤다. 골프 발언은 허위”라고 판단했다.
민주당은 골프 쳤는지 여부를 언급한 적이 없는데, 안쳤다고 말한 것이라 해석하고 내린 판단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이 대표가 골프 여부를 이야기한 적 없다. 채널A에 출연해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올린 사진이 조작된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해 준 것뿐”이라며 “10명이 찍힌 단체 사진에서 4명만 도려내어 마치 4명이 골프를 친 것처럼 조작한 사진이라고 설명한 것인데,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을 그대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발언을 있는 그대로 판단하지 않고, 경위나 목적 등을 제멋대로 추측해 거짓이라고 자의적으로 판단해 정치검찰이 정치권과 야합한 결과를 재판부가 동조한 꼴”이라고 했다. 당내 사법정의특위는 이 같은 대목이 유추해석 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했다.
그러나 미디어오늘이 확인한 이 대표 1심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이 대표 발언 마지막의 ‘조작한 거죠’의 ‘조작’을 두고 “어떤 일을 사실인 듯이 꾸며 만듦(표준국어대사전)이라는 뜻이고, 이에 호응하는 문구는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이라는 발언”이라며 “마치 국민의힘에서 ‘이 대표가 골프를 친 것처럼 단체 사진을 4명의 사진으로 조작하였다는 것’이고, 꾸며낸 사실은 ‘피고인이 골프를 친 것’이라고 볼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채널A 출연 골프 발언을 하기 전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KBS ‘더라이브’ 등에 나와 줄곧 김문기 전 처장을 몰랐다고 해왔고, 골프 발언도 유권자들이 볼 때 그 맥락에서 받아들였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그동안 김문기를 몰랐다고 하면서 정작 김문기와 해외 출장 간 것을 인정하고 있는데, 해당 사진이 조작됐다는 발언은 ‘이 대표가 김문기와 해외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 쉽다고 했다. ‘단순히 국민의힘 의원이 사진을 조작했다는 의미’, ‘실제로 골프를 친 날 촬영된 것도 아니다’라는 이 대표 측 주장을 두고 재판부는 “이 발언을 듣는 유권자로서는 이 대표 주장과 같이 ‘실제로는 다른 날 골프를 쳤고, 해당 사진이 촬영된 날에는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다”면서 “이 대표 발언을 단순히 국민의힘이 사진을 조작했다거나 그 사진이 촬영된 날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국정감사장에서 백현동 용도변경이 국토부의 법률적 의무 조항에 따른 것이고, 국토부의 협박도 있었다고 한 발언을 두고서는 ‘의무 조항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검토해 변경한 것이고, 협박당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민주당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검찰의 악의적 왜곡 편집을 그대로 인정했다”며 “이재명 대표가 실제 하지도 않은 말을 만들어 유죄로 판단해버린 셈”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국정감사장에서 혁신도시법상 의무조항과 이에 근거해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는 국토부의 협박이 있었는데, 성남시는 조금만 반영해 주겠다는 방침으로 기자회견까지 했고 그 결과 5개 공공기관부지 매각이 몇 년간 안 되고 있었다’는 취지로 발언했고, 백현동은 마지막에 언급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표가 “백현, 이 부분은 아파트 분양하겠다고 해서 해주지 않고 버티다가 국토부가 식품연구원에만 별도로 협조 요구 공문을 보냈는데 그것은 법률에 의한 요구여서 어쩔 수 없이 용도변경 해줬다”고 말한 부분도 인용했다.
민주당은 “검찰이 중간 발언 내용을 쏙 빼먹고 짜깁기해 기소한 것을 (법원이) 그대로 인정해 판단했다”며 “이재명 대표가 앞부분에 언급한 ‘의무조항’과 맨 마지막의 ‘용도변경 해줬다’만 엮어서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 발언이 허위라고 우긴 셈”이라고 했다. 민주당 사법정의특위는 재판부의 판단이 “심각한 오판”이라며 백현동 용도변경은 법률상 요구여서 해줬다는 이 대표 발언을 앞부분의 직무유기, 협박 발언과 붙여 짜깁기했다고 밝혔다. 이는 법정에서도 이 대표 측이 주장해 왔던 논리다.
그러나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검사가 앞부분의 발언을 임의로 발췌하고 재배치하여 뒷부분 백현동 부지에 대한 발언인 것처럼 짜깁기 편집을 했다고 주장하나 이 대표의 백현동 발언은 국감장에서 특혜 의혹에 대한 답변으로서 주된 취지가 모두 국토부의 ‘의무 조항’에 근거한 요구에 따라 불가피하게 용도변경을 했다는 것”이라며 “이 대표 발언에 백현동 부분 역시 포함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의무조항이나 협박이라는 발언이 갖는 의미와 국정감사장에서 (발언이) 처음 나온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유권자에 주는 인상이 크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의 상당 부분에서 이 대표와 민주당이 주장하는 ‘국토부의 법률에 의한 요구여서 용도변경 해줄 수밖에 없었다’는 대목이 허위라고 밝히고 있다. 해당 법률 조항은 혁신도시법 제43조 제6항이다. 이 법은 “국토부 장관이 기반 시설의 설치 정비가 필요한 경우에는 종전부동산 밖의 토지를 포함하여 활용계획을 수립할 수 있으며, 도시‧군 관리계획에 반영될 필요가 있는 경우,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그 반영을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종전부동산의 활용계획을 도시‧군 관리계획에 반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대목이 의무 조항이라는 뜻이다.
재판부가 제시한 기초 사실 자료를 보면, 성남시 주거환경과가 2014년 11월17일 국토부에 보낸 ‘공공기관 이전 부지 용도변경 관련 질의’에서 식품연구원의 용도변경 요청(녹지→주거지역)이 경기도 종합계획 및 성남도시기본계획(상위계획)과 상충된다며 “식품연구원 요청자료와 국토부 협조 요청문서가 ‘혁신도시법 제43조 제3항 내지 제6항에 의한 국토부장관이 요구하는 사항’으로 볼 수 있느냐”고 질의한다. 이에 국토부는 그해 12월8일 성남시 주거환경과에 “우리 부의 종전부동산 매각 관련 협조 요청 문서는 혁신도시법 제43조 제3항 내지 제6항에 따른 사항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라며 “성남시에서 적의 판단하여야 할 사항임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해당 법률 적용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국토부가 답변한 공문이다.
실제로 이후 식품연구원이 준주거지역으로 용도 변경하는 세 번째 입안 제안을 해 성남시가 이를 자체적으로 상위계획에 부합한다고 판단해 용도변경을 했다. 재판부는 “이 대표(성남시장)의 백현동 부지 용도지역 변경은 의무조항에 근거한 국토부의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검토하여 변경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국토부가 직무유기 등으로 협박을 했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협박을 당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법정에 출석한 성남시 담당 공무원들이 모두 국토부가 의무조항에 근거해 용도지역 지역 변경을 해주지 않을 경우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압박 내지 협박한 사실이 없다거나 그런 말을 못 들었다거나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국토부가 협박을 했다’는 발언을 허위로 판단했다.
고의성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국토부의 답변 공문 등을 보고받고 최종 용도변경 하기까지 검토 과정을 보고받은 것을 들어 “국토부의 협조 요청이 의무 조항에 따른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고 볼 사정”이라고 봤다. 국정감사장에서 패널을 준비한 것도 충분한 고려 과정을 거쳐서 발언한 것이라며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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