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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유정’, 작지만 강한 웰메이드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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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언니 유정’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 스튜디오 하이파이브, 찬란
영화 ‘언니 유정’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 스튜디오 하이파이브, 찬란

시사위크|용산=이영실 기자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CGV상,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 새로운 선택 부문 공식 초청 등 유수 영화제에서 먼저 알아보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 ‘언니 유정’(감독 정해일)이 정식 개봉을 통해 더 많은 관객과 만난다. 

‘언니 유정’은 단편영화 ‘더더더’ ‘인사3팀의 캡슐커피’ 등으로 두각을 나타낸 정해일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예기치 못한 한 사건으로, 차마 드러내지 못했던 서로의 진심을 향해 나아가는 자매의 성찰과 화해 그리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촘촘한 이야기와 섬세한 연출력, 배우들의 호연까지. 웰메이드 수작의 탄생이다. 고등학교 내에서 벌어진 영아 유기 사건의 당사자임을 고백한 기정(이하은 분)과 동생 기정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언니 유정(박예영 분)이 겪게 되는 딜레마를 날카로우면서도 사려 깊게 관찰한다. 

정해일 감독은 20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언니 유정’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장편 시나리오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친누나가 조카를 임신했고 상황 때문에 함께 지내게 됐다”며 “임신과 출산이 나와는 전혀 별개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과정을 함께하면서 세상에 이것보다 더 값진 게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고 영화의 시작을 떠올렸다. 

이어 “그러다 임신과 출산에 대한 시나리오를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내가 바라보지 못한 곳에 어떤 일들이 있을지 자료 조사 과정을 통해 알게 됐다”며 “가족의 화합을 생명의 탄생으로 이뤄낼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직접 경험하지 못한 임신과 출산, 여성의 연대 등 여성 중심 서사를 풀어내는 데 있어서 각별한 노력과 고민을 기울였다고도 했다. 정해일 감독은 “생명의 잉태와 출산이라는 과정은 남녀를 나뉘어서 생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시나리오를 썼지만,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지점이라는 생각에 스태프, 배우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이미 단편 작업을 함께했던 배우 박예영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상당 부분 박예영의 의견이 반영됐다고. 박예영은 주인공 유정 역은 물론, 윤색 참여로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정해일 감독은 “(박예영이) 전체적인 상황이나 스토리 흐름까지 많은 아이디어를 줬고 PD, 좋은 스태프를 만나 많은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전하며 “남성 감독의 시선 때문에 누구도 상처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했다.   

단순히 영아 유기의 당사자가 누구인지라는 질문에 갇히기보다 해당 사건을 계기로 진정한 소통을 배워가는 자매의 모습을 중점적으로 담아낸 점도 감독의 사려 깊은 시선이 느껴진다. 이에 대해 정해일 감독은 “상황만 나열하고 상황에 대한 해결이나 상대방이 누구인지 알아가는 방식으로 영화를 풀지 않길 바랐다”고 말했다. 

또 “이 영화는 사회적 고발이나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알리기보다 우리가 미처 바라보지 못한 곳에 시선을 둔 적이 있나 생각하게 하고, 내가 잘 안다고 생각한 사람에 대해 정말 알고 있을지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라며 “사회적인 윤리 문제에서 시작됐지만 인간적인 모습을 다뤄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영화의 주역들. (왼쪽부터) 정해일 감독‧박예영‧이하은‧김이경. / 시사위크 DB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영화의 주역들. (왼쪽부터) 정해일 감독‧박예영‧이하은‧김이경. / 시사위크 DB

박예영은 사건의 진실과 동생의 진심을 알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유정을 연기했다. 박예영은 탁월한 캐릭터 해석력과 소화력, 섬세하고 깊이 있는 감정 표현까지, 단단한 연기 내공으로 극의 중심을 묵직하게 이끌며 주연으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첫 등장부터 유정 그 자체로 분해 캐릭터에 현실감을 불어넣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준 박예영은 “화장기 없는 얼굴에 머리를 대충 묶는 인물의 외형을 잡았고 그러면서 흐리멍덩한 눈, 영혼 없이 흘러가는 듯한 말투 같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잡혔다”고 캐릭터 구축 과정을 전했다.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작품보다 훨씬 더 섬세하고 켜켜이 쌓아나가는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그래서 단어 같은 것도 하나하나 예민하게 받아들여져서 쉽게 애드리브를 한다거나 불필요한 말을 최대한 아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이하은, 김이경과 연기하면서 말로 해야 할 것 같은 순간에 기정은 촉촉한 눈으로, 다른 걸 표현해야 할 것 같은 순간에 희진은 묘한 눈빛으로 많은 걸 채워줬다”며 “같이 연기하면서 호흡들로 충분한 시간들이라고 느꼈다”고 함께 호흡을 맞춘 이하은, 김이경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하은은 진실을 품은 기정 역을, 김이경은 진실을 침묵하는 희진 역을 맡아 안정적인 연기력과 신선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이하은은 “기정을 연기할 때 유정과의 관계 변화가 중요했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유정과 만남을 통해서 마음을 열어가는 것들, 그런 변화에 대해 중점적으로 생각하면서 연기했다”고 말했다. 

김이경은 “시나리오에 다 나와 있진 않지만 희진이 이 영화를 통해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확실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 지점이 끌렸다”고 전하며 “겉으로 표현하진 못하지만 유정과 기정을 만날 때 제발 알아달라는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그 감정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고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끝으로 박예영은 “‘언니 유정’은 하나의 큰 사건을 다양한 사회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영화라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어느 위치에서, 어떤 방향에서 바라보고 있는지, 각자 다른 생각을 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이 영화를 통해 누가 언제 어디서보다 ‘왜’, ‘물음표’가 떠오르길 바란다”고 전하며 영화를 향한 기대와 관심을 당부했다. 오는 12월 4일 개봉한다. 

시사위크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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