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책임질게요. 죽을 때까지. 나한테 사랑은 그런 건데,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책임지고 안아주는 거. 나 그거라면 자신 있어요. 믿어봐요 한번.” 배우 오정세가 앞뒤 가리지 않고 순수하게 사랑을 향해 돌진한다. 장르를 넘나드는 활약 속에 이번에는 로맨스에 푹 빠졌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Mr. 플랑크톤'(극본 조용·연출 홍종찬)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주인공이 생부를 찾는 여정에서 삶의 의미와 사랑을 되찾아가는 이야기다. 로맨틱 코미디와 로드 무비 장르를 뒤섞은 이야기이지만 그 아래 묵직한 주제도 숨겨놓았다. 먹이사슬의 가장 밑바닥에서 작고 보잘 것없어 보이는 플랑크톤과 주인공들의 삶을 동음이의어처럼 배치하지만, 사실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두는 가치 있고 아름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드라마에서 오정세는 보수적이고 고집스러운 종갓집 5대 독자인 어흥 역이다. 전통을 지키는 그의 집안에서 고아 출신인 어흥의 여자친구 재미(이유미)가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어흥은 완고한 모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성사시키기 위해 재미가 임신을 했다고 거짓말하는 대책 없는 실행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어딘가 허술하다. 손만 잡아도 소스라치게 놀라는 순수한 모습은 사랑스러움 그 자체다. 오정세였기에 가능한 모습들이다. 이를 통해 드라마가 예상하지 못하는 이야기로 뻗어나가는 힘을 만든다.
오정세는 2020년 방송한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 이어 조용 작가가 집필한 ‘Mr. 플랑크톤’에 합류해 새로운 모습을 보인다.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발달 장애를 지닌 인물을 맡아 고단한 현실에서도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선보인 그는 이번 작품에서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모든 걸 내던지는 인물 어흥으로 새로운 옷을 입었다. 순수하면서도 어설픈 행동으로 빚는 짠한 웃음도 선사한다. 오정세는 어흥을 통해 드라마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진지하지 않게 또 마냥 가볍지 않게 전달한다.
그간 오정세는 이병헌 감독의 영화 ‘극한직업’과 KBS 2TV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야비하고 껄렁한 태도로 분노를 유발하는 캐릭터를, SBS 드라마 ‘악귀’, ‘스토브리그’에서 삶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를, 김지운 감독의 영화 ‘거미집’과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헤실거리는 미소로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을 넘나들었다.
그만큼 한 가지의 유형으로 규정할 수 없는 오정세의 연기는 ‘Mr. 플랑크톤’에서 또 다른 인물의 초상을 만들어냈다. 어흥은 결혼식 당일 사라진 신부 재미를 찾아 무작정 나선다. 재미를 납치한 인물은 시한부 선고를 받고 자신의 친부를 찾아 나선 해조(우도환). 그가 재미의 전 연인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어흥은 목숨을 걸고 이들을 뒤를 쫓고 죽을 고비를 넘나들면서 마지막 여정에 동행한다.
그 과정에서 오정세가 보이는 모습은 다채롭다. 어흥은 납치된 재미를 되찾기 위해 납치 현장에 떨어뜨린 족두리를 소중하게 쥐고 무작정 길을 나선다. 재미와 해조가 머무는 남원에 도착해 곳곳에 실종 전단지를 붙이기도 하고, 경찰서에서 재미를 찾아달라고 떼를 쓰기도 한다. 재미를 발견하고는 정차 중인 경찰차를 훔쳐 따라갈 정도로 대담하지만, 한편으로는 유약하고 겁이 많은 인간적인 캐릭터다. 재미를 태운 해조의 차량을 추적하던 어흥은 그들의 차를 뒤에서 들이받지만 막상 보유하고 있던 전기 충격기를 쏘지 못하고 머뭇거리다가 본인의 허벅지를 겨냥하는 ‘짠한’ 모습도 보인다.
오정세는 어흥이 겪는 일련의 사건과 감정에 대해 “처음 한 사랑, 처음 한 이별, 처음 한 가출, 마지막으로 처음 살아본 삶”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다양한 작품에 도전하고 있지만 ‘Mr. 플랑크톤’에서 보이는 그의 모습은 색다르다. “지치지 않고 연기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이번 ‘Mr. 플랑크톤’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