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 게시판’ 논란이 국민의힘 내 계파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친윤(윤석열)계는 진상규명을 위한 당무감사를 연일 촉구하고 있다. 반면 친한(한동훈)계는 정당법에 따라 당원 신상을 공개할 수 없다며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당 안팎에선 내홍이 커지기 전에 당 지도부가 어떤 방식으로든 논란을 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논란은 지난 5일 한 유튜버가 의혹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국민의힘 홈페이지 당원 게시판에 한동훈 대표 가족 이름으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글이 올라오면서다. 한 대표의 장인, 장모, 모친, 배우자, 딸과 동일한 이름으로 지난 1~2년 사이에 900여 건의 게시글이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원 게시판은 책임당원이 실명 인증을 거친 뒤에만 게시글을 쓸 수 있다. 또 작성자 이름은 성씨만 표시된다. 다만 이름을 검색하면 해당 작성자의 글을 조회할 수 있도록 설계됐고, 이를 해당 유튜버가 공개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일부 당원은 한 대표 가족이 당원 게시판 여론조작에 관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보수진영 시민단체 자유대한호국단은 지난 11일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대통령 부부 비방글을 쓴 작성자를 스토킹 처벌법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이와 관련,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최근 국민의힘에 당원 게시판 서버와 관련된 자료를 보전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은 당 내부로 번졌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김민전 최고위원 등은 당무감사와 당 차원의 진상조사를 연일 요구하고 있다. 지난 14일 의원총회에서도 당원 게시판 논란에 대해 친윤계 중심으로 일부 의원들이 강하게 문제 제기하며 가세했다.
친윤계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게시판 관리 주체는 국민의힘 홍보국으로 명시돼 있다. 홍보국장이 (게시글 작성자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며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키워서 경찰 수사까지, 압수수색 상황까지 끌고 가겠다는 건 상식적으로 남득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가족 아이디를 이용해 여론조작을 했다면 결코 간과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당대표를 지낸 김기현 의원도 전날(19일) 페이스북에 “진상 규명은 전혀 복잡하지 않을뿐더러 며칠 만에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라며 “한 대표 가족이 본인이 쓴 댓글인지 아닌지 밝히기만 하면 되는 일”이라고 했다. 권성동 의원도 같은 날 라디오에서 “한 대표는 가족 명의가 도용된 건지 아닌지 스스로 말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당무감사를 요청했다.
반면 친한계 측은 당무감사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정당법에 따라 일반 당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없는 데다, 익명 게시판에 비판 글을 작성한 것만으로는 해당 행위로 볼 수 없다고 본다.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당원 게시판은 익명게시판인데 대통령이나 여사를 비판하는 건 잘못된 건가”라며 “그런 걸(비판)하라고 만들어놓은 게시판인데 대통령 비판글이 있었다고 당무감사를 하겠다는 건 가능한 얘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당무감사는 당직자나 국회의원, 당에서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 문제가 있을 때 하는 건데 일반 당원들이 댓글을 달았다고 당무감사할 수가 없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 대표 사법논란에 대해 우리가 총력으로 공격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당대표에 대해 뒤통수 치는 행동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도 했다. 한 대표는 해당 논란에 대해 지난 14일 “없는 분란을 만들어서 분열을 조장할 필요는 없다”고 언급한 이후 발언을 삼가고 있다.
당 안팎에선 ‘당원 게시판’ 논란을 조속히 매듭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1심 당선무효형 선고로 야당 사법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여권이 더 뭉치고 단결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 내부의 일이니까 당무감사나 진상조사를 통해서 당원들에게 글을 올린 사람이 누군지 밝혀줄 필요가 있다. 이런 걸로 당 내부가 시끄러우면 안 되니 매듭을 지어야 한다. 어영부영 넘어가면 모양이 매끄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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