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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 핵무기 사용 기준 낮춘 러시아, 실제 사용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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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 사용 교리(핵무기 사용 규정) 개정안에 19일(현지 시각) 공식 서명하면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기준을 낮췄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미국산 장거리 타격 무기 에이태킴스(ATACMS·미 육군 전술 미사일 시스템)를 이용해 러시아 내 군사 목표물 공격을 승인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 이틀 만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지속적으로 서방을 향해 핵 위협을 가했고, 이번에도 그 패턴을 따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비(非)핵 보유국이더라도,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하면 러시아에 대한 공동 공격으로 간주, 두 나라에 핵무기로 보복 공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기에, 위험 수위가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AP 연합뉴스

◇ 러시아, 美의 우크라이나 장거리 미사일 사용 허용에 핵무기 사용 기준 낮춰

핵 사용 교리는 세계 최대 핵무기 보유국인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과 조건 등을 담고 있다. 최근 만든 핵 사용 교리는 푸틴이 2020년 6월에 서명한 것으로 핵무기나 다른 대량살상무기가 러시아나 동맹국에 사용됐을 때, 적의 재래식 무기 공격이 러시아의 존립을 위협할 때, 러시아나 동맹국의 영토를 겨냥해 탄도미사일이 발사됐다는 믿을만한 정보가 입수됐을 때, 보복 핵 공격 능력을 약화할 수 있는 핵심 정부·군사 시설이 공격당했을 때 핵무기 사용을 최종적 수단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개정된 핵 사용 교리의 핵심은 핵보유국의 참여 또는 지원을 받아 러시아에 가하는 모든 침략은 러시아에 대한 공동 공격으로 간주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공격용으로 에이태킴스 사용을 허가한 상황에 비춰보면, 여기서 말하는 비핵 보유국은 우크라이나, 핵 보유국은 미국이 된다. 이와 관련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개정된 핵 사용 교리는 핵 억지 대상이 되는 잠재적인 적대자가 러시아 연방이나 동맹국을 침략할 경우 보복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이해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훈련 중인 우크라이나 군인. / AP 연합뉴스
훈련 중인 우크라이나 군인. / AP 연합뉴스

여기다 핵 사용 교리가 개정되면서 러시아에 대한 미사일, 항공기, 무인기의 대규모 발사를 시작한다는 신뢰할 만한 정보가 있으면 핵무기 사용을 고려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외에도 러시아와 동맹국인 벨라루스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중대한 위협을 주는 재래식 무기 공격이 있을 때도 핵무기 사용을 고려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러시아에 대한 침략으로 간주하는 정의를 확대했다.

◇ “러, 핵무기 실제 사용 가능성은 낮아…협상 카드일 뿐”

푸틴이 핵 교리를 완화하면서 이제 관심은 러시아가 정말 핵무기를 사용할지 여부로 쏠린다. 푸틴은 개정된 핵 교리에 서명하기 전부터 미국과 나토(NATO)를 향해 우크라이나가 서방에서 공급받은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를 공격하도록 허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만약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더 지원할 경우 러시아와 나토가 전쟁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카네기 러시아 및 유라시아 센터의 타티아나 스타노바야는 AP통신에 “푸틴이 장거리 미사일을 사용한 러시아 영토에 대한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라며 “페스코프 대변인 역시 크렘린이 현재 핵 공격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반론도 있다. 영국의 왕립합동군사연구소(Royal United Services Institute) 방위안보연구소의 수석연구원인 잭 왓링은 서방의 장거리 미사일 사용 허용이 일부 서방이 우려하는 것처럼 러시아의 핵 대응을 촉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다만 “러시아는 수중 파괴에서부터 대리인 고용에 이르기까지 서방에 비용을 부과하는 다양한 방법으로 전쟁을 확대할 수 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에 있어 핵무기는 궁극적으로 협상 카드”라며 “핵 사용 교리 개정은 유럽과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줄이도록 겁을 주려는 신호”라고 했다. 이어 “러시아가 핵을 사용할 것이라는 확률은 증가하지 않았지만, 장기적으로는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확률이 약간 늘었다”며 “푸틴의 핵 사용 교리 개정은 세계에서 가장 큰 핵무기고를 세계가 다시 두려워하도록 만들기 위한 여러 시도 중 최신 시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푸틴의 전략이 전하는 진짜 메시지는 핵무기가 돌아왔다는 것이 아니라 핵무기가 절대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선비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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