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에서 ‘통상’ 분야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산업부는 신입사무관을 대상으로 ‘가고 싶은 과’를 조사하고, 업무 배치에 반영하는데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사무관들의 통상 파트 선호도가 높았다고 합니다.
20일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정식 출근한 행정고시 67회 신입사무관 22명 중 8명이 통상 파트에 배치됐습니다. 올해 입사한 신입사무관은 동북아통상과(중국·일본 담당), 아주통상과(아세안 담당), 신통상전략과(공급망 관리)를 비롯해 자유무역협정(FTA)을 담당하는 협상총괄과와 협상정책기획과, 협상무역규범과, 협상이행과, 협상서비스투자과에 각각 1명씩 배치됐습니다. 작년에는 신입사무관 24명 중 10명이 통상 파트에 배치됐습니다.
최근 3년간 산업부에 국제무역·통상교류 업무를 맡는 ‘국제통상직’으로 들어온 인원은 5명(2022년), 7명(2023년), 6명(2024년)이었습니다. 하지만 통상파트로 배치된 인원은 2023년 10명, 2024년 8명으로 국제통상직 인원을 상회합니다. 이는 국제통상직뿐만 아니라 재경직이나 일반행정직 사무관도 통상 관련 부서를 지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재작년까지만 하더라도 통상 파트는 산업부 내 ‘비선호 파트’였다고 합니다. 외교 관계를 고려해야 하고, 통상 협정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까지 검토해야 하는 등 협상 하나에만 수년씩 소요돼 근무 기간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잦은 출장에, 상대국의 업무 시간에 맞춰 일을 하다 보면 낮과 밤이 바뀌는 일도 허다하다고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1기 집권 시기에는 수시로 새벽에 트위터로 통상 정책 변화를 선언해 ‘5분 대기조’처럼 대응해야 했죠.
이러한 격무 일상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들 사회에 빠르게 퍼지기 마련입니다. 지원율이 낮았을 만도 합니다. 그런데 통상 파트에 대한 시선은 최근 들어 달라다고 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무관들은 가장 큰 계기 중 하나로 ‘정하늘 전 통상분쟁대응과장’의 성공 스토리가 공시생들 사이에 퍼진 것을 꼽기도 합니다. 법무법인 세종에서 경력개방형 직위로 입사했던 정하늘 전 과장은 2019년 일본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를 둘러싼 세계무역기구(WTO) 소송 2심(최종심)에서 예상을 깨고 역전승을 이끌어냈습니다. 공로를 인정받은 그는 입부 2년 반 만에 4급 서기관에서 3급 부이사관으로 승진을 했습니다.
일반 공무원은 서기관에서 부이사관으로 승진하는 데 10년 이상 걸립니다. 이후 정 전 과장은 산업부를 퇴사하고, 개발도상국의 WTO 분쟁 대응을 지원하는 준국제기구 ACWL(Advisory Centre on WTO Law)의 외부변호인으로 임명됐습니다. 현재는 국제법질서연구소장 겸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통상전문가로 국제 분쟁에서 족적을 남길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통상 파트 경력을 바탕으로 로펌이나 학계로 진출할 기회가 많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부처를 ‘평생직장’으로 생각하지 않는 MZ세대 젊은 사무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나 봅니다.
현 산업부 장관이 직전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안덕근 장관이라는 점도 인기몰이 요인 중 하나라고 합니다. 산업 정책과 에너지 파트 전문가가 아닌 통상 전문가도 부처의 장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줬기 때문입니다.
산업부의 한 직원은 “예전에는 통상파트가 다른 실국에 부탁하며 밤늦게까지 퇴근도 못하고 일을 해야 하는데다, 일을 해도 티가 많이 안 나는 부서로 인식됐다”면서 “지금은 다르다. 로펌이나 민간기업으로 몸값을 높여 점프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산업부에서도 통상 관련 인력 보강에 긍정적인 입장입니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통상 전문가 육성은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통상의 불확실성이 커져 우수 인력 확보가 중요해진 상황입니다.
산업부는 지난 8월 ‘통상정책 로드맵’을 발표했습니다. FTA 경제운동장 확대, 글로벌 사우스 신시장 개척, 신통상 규범 형성 주도 등의 통상 정책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미국·일본·중국·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의 통상 조치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글로벌 사우스 국가와 핵심광물·에너지 등 분야 새로운 협력의 지평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통상 파트는 여러 국가와의 관계 등을 파악해야 해 조기 교육이 필요한 곳”이라며 “새로 들어온 사무관들이 통상 전문가로 성장해 통상 위기를 돌파하고, 신 수출 활로 개척에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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