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선거법 사건 1심 징역 1년·집유 2년
확정시 민주당 434억 반환…당내 ‘우려’
상황 긴박한데도 “대표 교체 없다” 일축
위증교사 1심 중형 선고땐 ‘시한부’ 전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한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오는 25일에는 위증교사 사건에 대한 1심 재판도 앞두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사실상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민주당은 당대표 지키기에 당력을 쏟고 있다. 이 가운데 이 대표는 정권규탄 장외집회와 민생경제 행보를 동시에 소화하고 있다. 민생과 정권심판 투트랙 대응으로 당의 혼란상을 희석시키기 위한 전략이라는 관측이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1심 중형 선고 이후 민주당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아가 이 형량이 추후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민주당과 이 대표는 그야말로 ‘공멸 상태’에 처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익명을 강조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특정인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이재명 일극체제’에서 당초 불안했던 이 대표 사법리스크에 낙관만 하더니 이 사태까지 왔다”며 “터질 게 터진 것이고, 돌이키기엔 너무 멀리 왔다.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피선거권 박탈형이 확정되면 모두 공멸하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실제 대법원이 이 대표가 선고 받은 징역 1년·집행유예 2년 판결을 확정하면, 이 대표는 의원직을 잃고 10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한다. 차기 대선(2027년)은 물론, 차차기 대선(2032년)까지 출마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아울러 민주당은 434억원의 2022년 대선 선거 비용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반환해야 한다. 대선에 당선되지 않은 사람이더라도 공직선거법에서 규정한 당선무효형을 받으면 반환·보전받은 금액을 추천 정당이 반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 개인의 문제가 아닌 민주당 전체의 위기설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초래한 민주당의 대위기에 당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분출됐다. 우상호 민주당 전 비대위원장은 전날 라디오에서 “지금 434억원을 어디서 만드느냐. 건물(민주당 당사) 팔고 모금해도 아마 만들기 어려울 것”이라며 “확정되면 민주당은 망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긴박하게 흐르는 가운데, 당내 친명(친이재명)계는 이 대표의 리더십에 문제가 없다는 낙관적 전망을 이어가고 있다. 김윤덕 사무총장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흔들림 없이 싸우고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뚜벅뚜벅 나아갈 것”이라며 “당대표 교체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급기야 당대표비서실장인 이해식 의원은 이 대표를 신격화·우상화 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강성 친명으로 분류되는 최민희 의원은 이 대표 사법리스크로 비명(비이재명)계의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는 보도를 거론하며 “움직이면 당원들과 함께 죽일 것”이라는 극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당사자인 이 대표 역시 공직선거법 위반 1심 결과를 받아든 이튿날인 16일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장외집회에서 “이재명은 결코 죽지 않는다”며 “노무현 대통령께서 열어준 그 길을 따라왔다. 부정부패를 없애고 불의한 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공정한 세상이다’ ‘우리 자식들도 희망이 있다’고 믿어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달려왔다”고 강조했다.
또 이 대표는 닷새 후 예정된 위증교사 1심 선고를 앞둔 상황에서 민생경제 행보에 주력할 방침을 밝혔다.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20일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일반투자자 간담회’를 진행하고, 같은날 한국무역협회 윤진식 회장을 접견한다.
또 오는 21일에는 전국상인연합회 간담회를 개최하고 경기 수원 영동시장을 방문한다. 27일에도 고교 무상교육 방침을 알리기 위한 학교 방문 일정을 계획 중이다.
문제는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이 대표 한 사람에만 국한된 위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야권 일각에서는 25일 위증교사 1심 선고에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선고보다 더한 중형이 내려질 경우, 이 대표는 그야말로 ‘시한부’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위증교사 재판은 비명계 행보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선거법 위반보다 위증교사 선고에 더 무거운 형량이 선고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앞서 법원은 지난해 이 대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도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된다”고 했다.
비명계 전직 의원은 통화에서 “위증교사 재판에서도 중형이 선고될 경우, 이 대표는 시한부 정치인이 되는 것”이라며 “즉 이번 사태는 민주당의 위기가 아닌 ‘이재명의 위기’다. 당이 무슨 잘못이 있느냐. 민주주의를 망치고 일극체제를 만든 이 대표가 결자해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이 대표를 손절하고, 후임자를 염두에 두면서 차분하게 대응을 해야 한다”며 “당내 책임 있는 사람들이 모두 나서 민주당의 미래에 닥칠 상황을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야지, 이 대표의 홍위병들만으로 이 위기를 타개할 수 없다”고 충고했다.
이 대표는 현재 8개 사건, 12개의 혐의로 4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혐의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와 성남FC 후원금 의혹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 재판이다. 여기에 검찰이 이날 경기도 법인카드 등을 통해 예산 1억653만원을 사적 유용한 혐의(업무상 배임)로 이 대표를 추가 기소했다. 이로써 이 대표가 받는 재판은 모두 5개로 늘어났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이 대표에게 앞으로 남은 승부처는 대권 경쟁인데,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에서 중형을 맞아버리면 대선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며 “이럴 경우 민심은 이 대표 지지를 철회하고 ‘포스트 이재명’을 찾게되는 자연스러운 변화의 기류가 발생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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