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에서 골프는 아니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군 소유의 태릉CC에서 골프를 친 사실을 두고 제보자가 CBS노컷뉴스 기자에게 한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대국민 사과 및 기자회견을 했지만, 다음 날인 지난 8일 한국갤럽 조사 결과 대통령의 지지율이 역대 최저인 17%를 기록했던 상황이다.
제보를 바탕으로 유동근 기자(정치부 차장)와 촬영 기자는 지난 9일 태릉CC 현장 취재에 나섰다. 두 기자는 현장 취재 중 두 차례 제지를 당했는데, 촬영 기자는 휴대폰을 빼앗기고 경찰로부터 임의동행을 요청받아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날 경찰은 ‘제보자가 누구냐’며 제보자 색출을 시도했고, 촬영기자에 대해 건조물침입죄 혐의를 적용해 내사를 진행 중인 상황이다. 유동근 기자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진지하게 말씀드리는데, 제보자 색출할 게 아니라 민심을 보시라”고 조언했다. 유동근 기자를 지난 18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미디어오늘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어떻게 취재를 시작하게 됐나.
“사내에서 명태균TF 팀장을 맡고 있다. 정당과 법조 출입을 결합해 TF를 구성했다. 민주당에서 지난 대정부질문 때부터 계속 윤석열 대통령의 골프 라운딩을 문제 제기해오고 있었다. 저희한테 온 제보 내용이 구체적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골프 치는걸) 본 사람이 있었다. 제보자를 접촉했고, 제보자를 통해 과거에 몇 차례 왔다 간 특정 시점을 들었다. 이 제보 내용 및 취재 진행 상황을 TF 안에서도 2~3명만 알고 있었다. 빼도 박도 못할 증거가 필요한데, 증거 수집이 잘 안됐다. 태릉CC에서 확인해 줄 리도 만무했다. 그래서 서울교통정보 사이트에 들어갔다. 서울 시내 CCTV 위치와 영상이 나온다. 그걸 보며 태릉CC에 진입하려면 어디를 지나가야 하는지 동선을 파악했고, 화랑대역 사거리를 반드시 지나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이 태릉CC에 온다는 사실은 어떻게 알게 된 건가.
“CCTV 자료요청을 하려고 했는데, 제보자가 어느 시점에 윤석열 대통령이 온다고 이야기해 주더라. 그게 9일이었다. 반신반의하면서 태릉CC로 갔다. 처음엔 태릉CC 근처에 있는 재개발 지역에서 높은 곳에 올라가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잘 안 보였다. 정문을 지킬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이 좋았던 게 후문이 있었는데, 공사 중이라 폐쇄돼 있었다. 정문 하나의 통로만 남아있었던 거다. 함께 취재한 촬영 기자와 머리를 썼다. 놀러 온 사람으로 가장해 서로 사진 찍어주는 척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오기를 기다렸다. 폐쇄된 철로를 산책로로 만들어 시민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산책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진짜 나타났나.
“차가 진짜 (제보자가 말해준) 그 시간대에 오더라. 차가 훅 지나갔고, 성공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근데 곧바로 경호팀에서 다가오더라. 차 안에서 주변을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우리를 수상하다고 생각했는지 사법경찰 3명이 내려와서 휴대전화 달라면서 사진을 지워달라고 하더라. 저희가 ‘당신 누군데 남의 폰을 달라고 하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대뜸 초상권 얘기를 하더라. 초상권은 사람 얼굴이 초상권인데, 차를 찍은 게 왜 초상권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니까 경찰들이 차 번호판이 노출되면 안 된다고 답했다. 다른 촬영 장비로 찍은 것도 있어서 일단 휴대폰으로 찍은 건 그 앞에서는 지워줬다.”
-경호처 직원을 맞닥뜨렸을 때 무서웠나.
“경호처와 함께 일하는 경찰은 특수한 사람들일 거다. 경찰 내에서 특수한 엘리트 집단이고 신체적 능력이 출중해야 뽑힌다. 3명이 왔는데, 셋 다 위협을 느끼게 하는 사람들이고, SUV 차량을 몰고 와서 저희의 퇴로를 막아놓고 묻더라. 기자가 아닌 일반인 같으면 압박을 세게 받을 상황이다.”
-경찰은 언제 촬영 기자에게 임의동행을 요청한 건가.
“후속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골프 치는 장면을 찍을 계획을 갖고 있었다. 태릉CC는 18홀까지 있다. 2번 홀은 골프장 경내에 있고, 12번 홀은 일반인들이 다니는 산책로 근처에 있었다. 12번 홀에서만 찍었으면 안전했을 텐데, 촬영 기자가 2번 홀을 찍고, 제가 12번 홀을 찍기로 (역할을) 나눴다. 열의에 불타서 2번 홀부터 찍자고 해서 철조망 바깥에서 촬영하다가 경호원들한테 적발됐다. 2번 홀 쪽에서 적발되니까 촬영 기자만 바로 잡혔다. 바로 112를 누르고 노원경찰서에 신고하더라. 이때 임의동행 여부를 물어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촬영 기자가 경찰이 오기를 기다리는 순간에도 저한테 카톡으로 찍어놓은 영상을 전송해 줬다. 1시간 넘게 지난 후 경찰 8~10여명 정도가 도착했다. 그리고 촬영 기자가 잡혀갔다.”
-노원경찰서로 촬영 기자를 찾으러 갔나.
“노원서로 갔더니 촬영 기자가 없었다. 알아보니 화랑지구대로 갔더라. 갔더니 경호실 관계자들과 노원서 수사과장, 형사과장 다 나와 있었고, 경호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이 경찰이랑 대화를 나누더라. 정식 조사는 아니고 임의동행 형식이라 집에 가고 싶으면 가셔도 되는데 협조를 해주실 거면 몇 가지를 물어보겠다고 하더라. 통상적으로 조사를 회피하고 오는 것보다는 협조해 주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 과정에서 들은 얘기에 따르면 경호처는 경호법 위반 현장이라는 식으로 신고한 것 같다. 자신들이 경호지역으로 설정해놓은 지역 내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경호법에 저촉된다며 신고했다. 노원서 수사과장이 판단하기에는 경호법으로 규율하기 어렵다고 봐서 급하게 들이댄 법리가 건조물침입죄였다.”
-경찰은 무슨 질문을 했나.
“제일 먼저 물어본 질문이 제보자가 누구냐였다. 또 윤 대통령 옆에 동반한 사람을 봤냐 등을 물었다. 윤 대통령 동반자를 취재하러 온 거 아니냐고 묻더라. 김건희 취재하러 온 거 아니냐는 식으로 들렸다. 대통령만 취재하러 온 거냐 동반자까지 취재하러 온 거냐고까지 묻더라. 그 골프장의 특수성이 뭐냐면 대통령이 골프를 치면 CCTV를 다 꺼버린다더라. 직원들도 못 보게. 누구랑 라운딩했는지를 모른다. 어렵게 확인한 내용으로는 당일 같이 친 사람이 여성은 아니라고 하더라. 11월9일 라운딩은 김건희 여사와 함께 한 건 아닌 거로 생각한다.”
-지난 9일 CBS가 태릉CC 현장을 취재한 사실을 대통령실이 알았을 거다. 다음 날인 지난 10일 대통령실이 돌연 “윤석열 대통령이 8년 만에 골프채를 잡았다”는 입장을 냈다.
“몇몇 매체에 대통령실이 흘려준 것 같았다. 정진석 비서실장의 아이디어라는 이야기도 있고, 정확하진 않다. 그 기사를 보고 나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저희가 토요일(지난 9일)에 취재하고, 원래 계획은 월요일(지난 11일) 아침 자로 기사를 내려고 했다. 대통령실도 계산이 선 것 같다. 월요일에 기사를 낼 거로 생각한 거다. 이 사람들이 간과한 게 11월9일 현장 취재만 했던 걸로 생각한 것 같다. 그 전에 10월12일, 11월2일 골프를 치러 온 걸 알고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1월6일 당선됐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10월6일~11일 사이에 윤석열 대통령이 필리핀 라오스를 방문한다. 그러면 골프는 10월11일 저녁에 오셔서 바로 다음 날 친 거다.”
– 대통령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예상했다고 봐야 할까.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10월12일 전에 출입기자들을 모아놓고 저녁 식사 내지는 백블에서 한 이야기일 것 같은데, 해리스가 될 거라고 예상했다더라. 이 이야기까지 포함하면 해명이 더 앞뒤가 안 맞는다. 애초에 트럼프 때문에 일정을 잡았다는 주장은 당선 전 일정으로 기각되는 거고, 당선을 사전에 예측했다는 것도 10월12일 직전 일정 때 김태효 실장 워딩을 통해 유추하면 안 맞는 거다. 골프와 별개로 김태효 실장도 비판받아야 한다. 참모로서 오판한 거다. 얼마나 외교 안보를 우습게 보는 건가. 대통령이 대충 일하니까 참모도 대충 일하는 거다. 대충 일하니 엉뚱한 정보가 보고 되고 정작 이렇게 해놓고 변명할 때는 트럼프를 이야기하고, 이런 지점들이 왜 생기냐는 거다.”
-제보자가 여럿이었나.
“사실 전현직 군 관계자들의 제보가 있었다. 제보자들도 영문도 모르는 채 캐디가 빨리 치라고 재촉하니까 당황스럽고 짜증도 났던 거다. 누가 오는데 이러는 거냐면서 뒤를 돌아봤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치고 있었던 거다. 다들 사진을 찍었다고 하더라. 우리나라 골프가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서 앞뒤 팀이 서로 바라보면서 치는 골프가 많다. 앞뒤로 두 팀씩 비우면 홀과 홀 간격이 멀어져서 볼 수 없다. 주로 이런 건 골프장을 가진 회장님들이나 재벌기업 총수가 치는 황제골프다. 윤석열 대통령이 황제골프를 친 거다. 근데 너무 빨리 치면서 뒤에서 쫓아오다 보니 들킨 거다. 윤석열 대통령이 뒤에서 밀고 오니까 사람들 눈에 보여 찍힌 거다. 한 제보자는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었는데 빨리 나가라는 말을 들었다고 하더라. 이런 사람들이 제보한 거다.”
-지난 7일 대국민 사과 후, 이틀 뒤에 골프 친 걸 제보자들도 무리라고 본 건가.
“‘이런 상황에서 골프는 아니죠.’ 제보자가 처음에 딱 한 말이 이거다. 군은 보수주의자가 많은데 그런 사람들이 바라보기에도 문제였던 거다. 특히 10월12일 일정이 가장 문제라고 느끼는 지점이 라오스 순방에서 온 다음 날이라 급하게 일정을 잡아서 친 거다. 10월11일 저녁은 무인기 이슈가 있어 다음 날 골프 금지령을 내리고, 10월12일은 북한에서 오물풍선이 온다는 구실로 장성들이 예약을 취소했다고 하더라. 그 자리에 통수권자가 들어올 수는 없는 거다. 금지령을 내려놓고 본인이 쳤다는 건, 뭐랑 연결되냐면 자기가 치기 위해 뺐다는 거다.”
-윤석열 대통령과 참모진에게 하고 싶은 말은?
“대통령이 골프 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 거짓 해명하느냐의 문제가 있고, 해명 내용 자체도 문제다. 해명에 끌어다 써야 할 대상이 트럼프인가. 골프를 친 현장 자체는 단순한 하나의 기사인데, 해명하는 과정과 골프를 쳐왔던 패턴과 맞물린 시점들을 조합해 보면 지금 정부의 난맥상이 여기 들어있다. 진지하게 말씀드리는데, 제보자 색출할 게 아니라 민심을 보셔라. 명태균 게이트 같은 경우에도 대검 중앙지검 의견 차도 생기고 있고, 검찰에서도 정부 말이 잘 안 먹히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 군도 그러고 있는 거다. 어떻게 보면 지금 정권의 가장 주춧돌이 될 세력들이 당신에게 등 돌리는 이유를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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