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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택 의원 “쌀값에 120만 농민 생존권 달려…윤석열 농정은 4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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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 ⓒ투데이신문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정치권이 살얼음 형국을 지나는 가운데, 국회의원들이 쌀값 폭락을 막고자 국회 본청 앞 농성에 나섰다. 당사자인 농민단체가 아니라 국회의원들이 쌀값 문제로 농성을 자처했다는 점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는 태풍이 몰아치는 정국 속에 나설 정도로 쌀값 문제가 절박하다는 신호다.

‘쌀값은 농민값’이라 불린다. 농업 외에 발달한 산업이 없는 농촌지역에서는 쌀값에 지역경제가 좌우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쌀은 우리나라 식량주권의 상징이다. 한국의 곡물자급률은 20% 남짓에 불과하다. 곡물 중 자급가능한 품목은 쌀 뿐이다.

그런 쌀값이 지난해 수확기와 비교해 10% 남짓 하락했다. 고물가에 오른 생산비를 감안하면 농가들에 큰 타격이 우려된다. 매년 40만8700톤씩 고정적으로 들여오는 수입쌀과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드는 쌀 소비량으로 흔들리던 생산기반에 결정타가 될 수 있다.

이에 지난달 3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 11명이 쌀값 및 농산물 가격 정상화를 위한 국회 본청 앞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쌀값 하락을 막지 못한 농림축산식품부 송미령 장관의 사퇴와 함께 ▲양곡법·농안법 개정안 통과 ▲쌀값 20만원(80㎏ 기준) 유지를 위한 추가 시장격리 ▲정부 정책 이행과정에서 발생한 농협 손실 보상 등을 촉구했다.

지난 14일 찾은 농성장은 농해수위 야당 간사인 이원택 의원과 임호선 의원, 주철현 의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국회 본청을 오가는 사람들은 더러 이들에게 악수를 권했지만 농성장에 걸린 ‘쌀값 폭락’ 구호를 의아하게 보기도 했다.

소비자인 도시민에게는 국회의원이 농성에 나설 정도로 중요한 사안인지 의문이 들 법도 하다. 그러나 농촌지역은 벼 수확이 끝나자마자 상경집회가 조직될 정도로 다급한 모습이다. 지난 12일에는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주최한 농민 총궐기 대회가 서울시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렸으며 오는 20일에는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이하 농민의길)이 전국농민대회를 예고하고 있다. 농민의길은 ‘농업인의 날’인 11일부터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앞에서 쌀값 대책을 요구하며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폭락과 폭등은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있다. 쌀값이 하락한 시기, 배춧값은 상승하면서 김장철을 앞둔 당국을 긴장시켰다. 본지는 이번 농성에 나선 이원택 의원에게 쌀을 비롯한 농산물 가격의 반복되는 폭락과 폭등을 멈출 방안을 물어봤다.

지난 14일 서울시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사진 가운데)과 임호선 의원(사진 왼쪽), 주철현 의원(사진 오른쪽)이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투데이신문
지난 14일 서울시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사진 가운데)과 임호선 의원(사진 왼쪽), 주철현 의원(사진 오른쪽)이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투데이신문

Q. 국회 농해수위 민주당 의원들이 쌀값 정상화 요구 천막농성에 돌입한 이유는 무엇인가.

먹고사는 문제는 농민들에게도 중요하다. 농민 230만명 중에 120만명이 쌀농사를 짓는다. 노동자에게는 임금이 생존과 직결돼 있듯이 쌀값은 120만 농민의 생존과 관련돼 있다. 올해 쌀값이 그들의 1년 생계를 좌우한다. 

보통 수확기인 10월부터 12월까지 평균 산지쌀값을 근거로 농민들이 받는 벼 수매가가 결정된다. 5일, 15일, 25일을 기준으로 가격이 나오는데 10월 5일부터 11월 5일까지 18만원대(80㎏ 기준)에서 가격이 점차 내려가고 있다. 

벼 수매가가 결정되기 전에 행동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래서 농해수위 민주당 의원들이 농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농성을 시작하게 됐다. 

지금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수급 조절에 나서 가격을 안정시킬 메시지를 내도록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 윤석열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할당관세 물량을 늘리는 등 물가관리 중심으로 농정을 펼쳐왔다. 설마 쌀값마저 물가 관리 차원으로 보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정부의 선의만 믿고 있으면 큰일 나겠다 싶어 결단하게 됐다. 

보통 1200평 정도를 1필지라 하는데 중농 수준이 2.5필지를 농사짓는다. 1필지에 대략 400만원 가량 수익이 나는데 올해는 300만원 정도 나올 것 같다. 2.5필지 농사지으면 750만원에서 1000만원 가량 수익이 나는 것이다. 

1년 내내 농사지었는데 농업소득이 연 1000만원도 안 나오면 농업 외에 다른 일도 찾아봐야 한다. 그러니 농민들이 지금 죽을 맛이고 쌀값이 문제인 것이다. 

Q. 올해 작황이 부진한 걸로 아는데 그럼에도 가격이 하락하는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우선 윤석열정부가 지난 2년 반 동안 여러번 쌀 수급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얘기했지만 제대로 정책이 집행되지 않으면서 그 효과가 나지 않고 있다. 대표적으로 쌀 재배면적을 줄이겠다면서 전략작물직불금을 도입했는데 확실한 인센티브가 없다. 정책 설계 당시 농민들이 쌀 재배면적을 줄일 수 있으려면 과감하게 직불금 인센티브를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는데 집행이 되지 않았다. 

전략작물직불금이란 벼농사 외에 다른 작물로 전환해 농사를 짓도록 유도하는 목적이다. 그런데 새로운 작물을 농사지으려면 다시 농사 기술을 익혀야 하고 해당 작물에 맞는 농기계 등도 준비해야 한다. 판로도 다시 알아봐야 하는 등 여러 복잡한 문제가 있다. 그렇기에 과감하게 인센티브를 줘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가 쌀값의 20만원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하니까 지역농협들이 정부를 믿고 벼를 수매했다가 계속 손실을 보고 있다. 아예 손절매하는 농협도 나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버티는 농협이 더욱 손해를 보는 상황이다.

농협이나 민간 RPC(미곡종합처리장)는 수확기 쌀값이 아니라 1년 평균 쌀값이 문제다. 그런데 정부에서 우리는 ‘수확기 쌀값만’ 보장한다고 나오니 결국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던 점이 있다.

18만원대인 쌀값은 전국 평균이다. 곡창지대는 쌀값이 더 떨어져서 17만원대다. 그래서 올해 농협과 민간이 올해도 손해를 볼 수 없으니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부 농협이 수매가를 결정했는데 지난해보다 낮게 결정한 것으로 안다. 대다수 농협은 수매하고 있지만, 가격 결정은 하지 않은 상태다.

다행히 농협중앙회 강호동 회장이 벼 수매자금을 증액하고 지역농협이 지난해 수매가 이상으로 수매했을 때 나오는 손실을 보전하겠다고 공식적인 발언을 했다. 농민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 ⓒ투데이신문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 ⓒ투데이신문

Q. 14일 당정협의회에서 공공 비축 및 시장 격리 등으로 총 56만톤의 쌀을 수매하고 연내 쌀값 안정을 위한 근본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보는가.

기존 공공비축미 40만톤과 지난달 발표한 20만톤 시장격리를 제외하면 추가로 시장격리하는 물량은 없다. 우리는 쌀값을 정상화하려면 20만톤을 추가로 시장격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쌀값 안정 근본대책으로 시도별 의무감축제도를 추진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시행할 수는 있겠지만 농민의 희생을 전제로 하면 안 된다. 농민에게 적절한 수준의 소득보전이 있어야 한다.

지금 농림축산식품부는 물가 중심의 농정을 펴고 있다고 본다. 그럴 바에는 농식품부를 농산물물가관리청과 농산물수입청으로 나눠서 기재부로 보내야 한다. 기재부를 상대로 해야지 농식품부를 중간에 거치는 게 더 힘들다. 농업계에서는 정부가 농산물 가격이 오를 때에는 수입을 늘려 개입하고 가격이 내려갈 때에는 방관한다면 차라리 농업을 시장에 맡기는 게 더 낫겠다는 얘기도 나온다. 

Q. 민주당은 쌀값 안정을 위해 양곡관리법 개정과 농안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쌀 생산이 더 늘어나 과잉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는데.

민주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에는 벼 재배면적을 감축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지금 정부가 도입한 전략작물직불금은 법적 근거 없이 행정명령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안에는 논에 타작물을 심을 때 인센티브를 지급하자는 내용이 들어가 법적 근거를 만들었다. 또, 사전 및 사후 수급 조절을 선제적으로 하도록 법적 근거를 넣었다.

농안법 개정도 필요하다. 농안법 개정안에는 농산물 가격이 일정 기준 이하로 하락하면 정부가 그 차액의 일부를 보전하는 내용이 담겼다.

쌀 수급을 안정적으로 하려면 단기적으로는 재배면적을 줄이는 동시에 쌀 소비를 촉진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식량안보적 차원에서 쌀뿐 아니라 주요 농산물의 생산량을 유지해야 하고 그러려면 적정한 재배면적을 유지해야 한다.

적정 재배면적을 유지하려면 농민들이 적정한 이익을 내야 한다. 손해만 본다면 적정면적을 지킬 수 없다. 농민들이 적정 이익을 보려면 농산물 가격이 안정돼야 하기에 양곡관리법 개정과 농안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로서도 농산물이 충분히 생산돼 시장에 공급된다면 적정한 가격이 형성되기에 좋다. 품목별로 적정 재배면적을 확보해 생산한다면 배춧값, 사과값이 황금값이 되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아 적정한 가격에 소비할 수 있다.

그래서 너무 지나치게 가격이 하락했을 때 그 차액을 보전하려 한다. 농민들도 손해를 보지 않고 적정한 소득을 내야 하지 않겠나. 

이를 15개 주요 농산물에 도입하면 연간 1조원 정도 투입되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익직불제 예산을 5조원 수준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그중에 1조원만 투입해도 농산물 수급안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농산물 생산이 줄어 가격이 올라가면 어떻게 하나. 수입을 늘려 메우려 한다. 농산물 비축 시 국내 농산물과 수입 농산물을 비교하면 수입 농산물 비축에 국내 농산물 비축보다 1.5배 이상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농산물 비축에 국내 농산물을 많이 매입해 비축했다가 어려울 때 시장에 푸는 것이 좋지 않나. 

그래서 정부 정책을 납득하기 어렵다. 앞으로 기후위기로 농산물 수급에 큰 어려움을 겪을 때가 올 것이다. 그때를 대비해 국내에서 충분한 생산량을 확보해야 한다. 결국, 일종의 물가 완충 비용이 필요할 것 같다.

이 비용은 사실 사회적 비용이라고 봐야 한다. 농민들에게 엄청난 이득을 주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농산물이 충분히 공급되도록 가격 폭락 시 완충 비용을 투입하자는 것이다. 물가도 잡고 농민에게도 이득이 돌아가는 균형점을 찾기 위해 농안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것이다. 

지난 14일 서울시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사진 가운데)과 임호선 의원(사진 왼쪽), 주철현 의원(사진 오른쪽)이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투데이신문
지난 14일 서울시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사진 가운데)과 임호선 의원(사진 왼쪽), 주철현 의원(사진 오른쪽)이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투데이신문

Q. 정부가 내놓은 내년도 농업예산을 보면 농업수입안정보험(농가 수입 감소 시 평년 수입의 최대 85%를 보장하는 보험) 예산이 올해 대비 25배 가량 늘었다. 민주당은 해당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고 보는데 이유가 무엇인가.

‘조삼모사식 예산’이라 할 수 있다. 정부안을 보면 재해대책비에서 1200억원 가량 줄었고 재해보험 예산도 500억원 남짓 깎았다. 채소가격안정제에서도 200억원 줄였는데 이를 합치면 1900억원이 감소한 것이다. 이 예산을 농업수입안정보험에 투입해 올해 예산은 80억원 정도였는데 내년에는 2000억원 이상으로 편성했다. 아랫돌을 빼서 윗돌 괴는 형국이다.

농업수입안정보험은 9년 동안 시범사업을 했는데 보험가입률이 3%대다. 이에 대해 정부는 예산이 부족했다면서 예산을 늘려 본사업을 실시하면 충분히 늘어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농작물재해보험을 20여년 동안 추진했는데 가입률이 전체 품목 평균 50% 수준이다. 보험은 결국 농민 개인이 가입해야 한다. 개인이 가입하도록 하려면 자신이 농사짓는 품목의 생산량이 객관적으로 검증돼야 한다. 

그런데 그 생산량 조사가 2027년에야 끝난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때부터 본 사업을 해야 하는데 정부는 2025년부터 본 사업을 하겠다고 한다. 

또, 보험이란 결국 정부의 역할을 민간에 떠넘기는 방식이다. 농작물재해보험도 보험회사가 재해를 당한 농민 간에 손해사정 문제로 얼마나 옥신각신해야 하는가. 게다가 재해는 인간의 노력으로 막을 수 없는데 현행 농작물재해보험은 보험료 할증을 적용하고 있다.

보험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제도를 시행하기 위한 조건이 구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민주당은 재해대책비, 재해보험비, 채소가격안정제 예산을 원상복귀하고 농업수입안정보험은 시범사업으로 더 진행하는 수준으로 접근하고 있다. 

Q. 농식품부 송미령 장관은 윤석열정부 농업 정책에 대해 ‘10점 만점에 9점’이라고 평가했다. 개인적으로 윤석열정부 농업 정책에 대해 점수를 매긴다면.

점수를 준다면 10점 만점에 4점 주겠다.

Q. 국회 본청 앞 농성을 진행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농성기간 동안 농민단체에서 많이 찾아와 응원해 주고 지지를 보냈는데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다. 정부 눈치를 봤다면 이 자리에 오기 쉽지 않을 텐데 용기를 내줘서 고맙다고 생각한다. 지역에서도 국회의원이 이렇게 앞장서 농성하면서 싸우는데 고맙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다. 

농민들이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다. 이번 농성이 농민들에게 그나마 위안을 주고 힘이 됐길 바란다. 국회 농해수위 위원들은 농민을 대변해야 하기에 우리가 더욱 노력하겠다.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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