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터쿼터너리암모늄솔트(Ester Quaternary Ammonium Salt, 약칭 EQ)는 섬유유연제의 핵심 성분이다. 양이온계 계면활성제라 알칼리성 세제 사용 후 음전하를 띤 섬유를 중화해 정전기를 방지하고 부드럽게 코팅한다. 진득하고 불투명해 EQ 함량이 많을수록 크림 제형에 가깝고 효과가 좋다. 하지만 과량 쓰면? EQ는 고농도에선 피부 자극이 있고, 세탁조 내부, 섬유유연제 투입구에 굳어 곰팡이를 유발하며, 세탁물을 끈적하게 하고 흡습성, 통기성을 없애고, 다음 세탁 때 세제의 작용을 방해한다. 그래서 순해야 하는 영유아용, 저점도여야 하는 자동 투입 세탁기용, 흡습, 투습성이 중요한 타월, 기능성 의류용 섬유유연제에 ‘EQ 프리’를 강조한 게 많다. EQ 함유 제품만큼은 아니지만 구연산, 식초 등이 알칼리성 세제를 중화하고 글리세린 등으로 섬유를 약간 부드럽게 하는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
섬유유연제를 향수 대신 쓴다는 사람이 많을 만큼 좋은 향이 은은히 오래 가는지는 중요한 셀링 포인트. 향수 회사와 라이선스 계약해 인기 향수와 똑같은 향을 내거나 유명 조향사가 향기 피라미드를 섬세하게 구성한 제품도 많다. 또, 과거 미세 플라스틱 캡슐 논란 후엔 생분해성 캡슐로 대체했거나 부향률을 높여 향기 지속력을 강화한 제품도 눈에 띈다. 카트리(KATRI) 시험 연구원 등 공인된 시험 기관에서 향 지속성 시험 결과로 더 확실히 알 수 있다.
진하고 오래 가는 향을 원하는 사람들과 정반대로, 무향이 간절한 사람도 많다. 우선 향료 알레르기 있는 사람, 피부가 붉어지고 가렵고 두드러기가 일며 심하면 접촉성 피부염까지 생기는 경우다. 오래 전 EU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에서 지정한 알레르기 유발 가능 향료 26종(물로 씻어내지 않는 화장품엔 0.001%, 씻어내는 제품엔 0.01%를 초과하면 전성분 리스트에 알레르기 유발 가능 물질 로 의무 표기)을 배제했다고 ‘알레르기 프리 향료 사용’을 내세우는 제품이 많지만 완전히 안전하단 뜻은 아니다. EU는 다시 2019년 향료 3종을 전면 금지하고, 2023년엔 56종을 알레르기 유발 향료 리스트에 추가했지만 국내엔 25종만 반영된 상태다. 또한 요리사, 조향사 등 후각을 예민하게 유지해야 하는 사람, 돌 이전 영아, 환자, 동물을 키우는 사람에게도 무향 제품이 안전하다. 단, 향료로 원료 냄새를 가려 무향료처럼 느껴지는 제품도 있으니 전성분표를 찾아볼 것.
광고엔 뚜껑 가득 섬유유연제를 채우는 장면이 흔하다. 그럼 따라해도 괜찮지 않을까? 답은 단호하게 “No!”, 섬유유연제들은 점점 더 농축되는 중이며 일부는 1L가 비농축 10L와 사용 가능 횟수가 같을 만큼 초고농축 제품이다. 물을 추가하지 않아 보존제를 적게 써도 되며 운송비와 보관 비용, 공간을 크게 절감하고 겨울에 얼거나 여름에 분리되는 등 품질 변화가 별로 없어 제조사, 유통사, 소비자에게 모두 경제적, 친환경적이다. 하지만 ‘고농축’이란 표현엔 법적 기준이 없어서 각 제품의 표준 사용량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드럼 세탁기는 일반 세탁기보다 쓰는 물 양이 적어 섬유유연제도 적게 써야 한다. 때론 제조사가 무성의하게 표기한 표준 사용량 때문에 과량 쓰기 쉬우니 의심스럽다 싶으면 일단 조리용 1티스푼(5mL)만 넣어 본다. 섬유유연제는 매번 써야 하는 필수품이 아니며 중성 세제를 쓴다면 중화할 필요도 없다는 사실도 기억하자.
우리가 배출한 재활용품 중 쓸 수 있는 것만 골라내는 선별장에 산처럼 쌓인 플라스틱 폐기물 중엔 세제, 섬유유연제 등 생활용품 용기도 많다. 재활용되겠지 하는 믿음과 달리 상당수가 그러기 어려운 복합 플라스틱 소재라 사람이 일일이 골라낸 후 쓰레기로 폐기된다. 용기를 버리지 않고 리필해 쓰면 플라스틱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지만 많은 브랜드가 용기 제품을 묶음으로 판매하며 리필 제품이 아예 없거나, 수입하지 않거나, 용량 대비 용기 제품보다 비싼 가격을 매겨 소비자들이 멀어지게 한다. 리필 제품을 용기 제품보다 쉽고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가, 용기는 확실히 재활용 가능한 소재인가 따져봐야 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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