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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구단 FC안양이 K리그2(2부리그)에서 우승하며 창단 11년만에 K리그1(1부리그) 승격에 성공했다. 2025시즌에는 당당히 K리그1에서 경기를 펼친다. 구단주인 최대호(66) 안양시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축구 마니아다. 축구를 하려고 시장을 하는 것인지, 시장을 하려고 축구를 하는 것인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매 경기 직접 관전하고 시민 응원단과 뒷풀이도 한다. K리그 축구 팬들 사이에선 ‘가장 축구를 사랑하는 구단주’로 통한다. 승격 확정 직전 만난 후 승격을 확정한 후 다시 만났다.
– 10월 30일 인터뷰 기사 나가고 또 모셨다. 자주 뵙는다.
“그사이에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첫 인터뷰 때는 FC 안양이 2부리그 팀이었고 지금은 1부리그 승격을 확정했다. 3주 남짓한 시간이지만, 그때와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 늦었지만 FC 안양의 1부리그 승격을 축하드린다. 기분이 어떤가.
“너무 행복하다. 정말 기분 좋다. 날아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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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 염색은 왜 했나.
“2년 전에 수원 삼성과의 승강전에서 극장골 먹고 졌다. 그때 우리 시민들도 울고 저도 울었다. 울면서 약속했다. 1부리그 가면 우리 팀 상징색인 보라색으로 제 머리를 염색하겠다고. 그 약속을 지킨 거다.”
– 염색하는데 쓴 비용과 시간은.
“미용실 방문했더니 탈색하고 염색하고 또 탈색하고 염색하고, 세 번을 해야 된다더라. 과정이 너무 복잡해서 해결책을 찾아보라고 했다.”
– 방법을 찾았나.
“마침 우리 비서실에서 보라색 스프레이를 준비해 왔다. 스프레이 뿌리니까 금방 머리가 보라색이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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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천과의 어웨이경기에서 0-0으로 비겨 1부 리그 승격 확정 후 안양으로 돌아와 퍼레이드를 했다. 홍염도 보였다.
“팬들이 미리 시청에 신고하고 준비한 행사다. 사전 안전 점검도 여러 차례 했고, 행사 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청소도 완벽하게 했다. 안양 시민은 즐길 때는 확실히 즐기고 정리할 때는 확실히 정리한다.”
– 마지막 홈 경기 후 시청까지 퍼레이드도 했다.
“A.S.U. RED(FC 안양 응원단), 안양 시민과 FC 안양 선수단이 참여해 팬들과 우승의 기쁨을 마음껏 나눴다. 경기장에는 구단 역대 최다인 1만3400여 명의 관중이 찾아 주셨다. 경기 마치고 종합운동장에서 안양시청까지 약 2km 구간을 다같이 행진했다.”
– 민원은 없었나.
“퍼레이드가 진행된 시간에 시청 방면의 2개 차선을 통제했지만, 많은 시민이 거리에 나와 환호했다. 진정한 축제였다. 취재 온 기자가 ‘축구에 관심 없는 사람도 FC 안양 1부리그 승격을 모를 수 없을 정도로 현수막이 걸렸네요’라고 하더라.”
– 유럽 같았다.
“축구가 안양 시민의 자긍심을 높였다. K리그 1 구단은 12개 아닌가. 외국인이 보기에 2025년부터 안양은 대한민국 12대 대도시다. 도시브랜드 가치가 급격하게 올라갔으니, 이를 활용해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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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년 시즌 승강전 예상평은.
“다른 팀 말씀을 드리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본다.”
– 10년 넘도록 FC안양의 거의 모든 경기를 직접 관전하셨으니 나름대로의 ‘감’이 있을 것 같아 드리는 질문이다.
“실력있는 팀이 올라올 것이다. 스포츠가 좋은 건 결과가 깔끔하다는 것이다. 규칙을 지켜 공정하게 경쟁하고 결과에 승복한다는 자체가 멋지지 않나. 그래서 2022년 승강전 수원 삼성에게 종료 직전 골을 먹고도 눈물을 흘렸을망정 억울해하지는 않은 것이다.”
– 2022년 이야기를 또 하시는 걸 보니 어지간히 아쉬우셨던 모양이다.
“그렇다. 정말 종료 1초전 골을 먹었다. 골 안 먹었으면 승부차기였다. 기세상 우리 FC안양이 이겼을 것이라고 봤다.”
– 누가 넣었는지도 기억하나.
“물론이다. 오현규 선수(현 벨기에 KRC 헹크)다.”
– 오현규 선수에게 하고 싶은 말은.
“유럽 무대에서 크게 성공하기 바란다. 한국 축구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또하나, 오현규 선수가 크게 이름을 날리면 2022년 극장골 이야기도 전 세계에 널리 퍼지지 않겠나. FC안양과 관련한 스토리텔링 마케팅의 좋은 재료가 될 것이다.”
– FC안양의 내년 예상 성적은.
“희망 사항은 당연히 상위 스플릿에 가는 것이다. 6위 안에 들어가면 이듬해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예산 문제는 어떤가.
“그 점이 지금 걱정이다. 시민구단은 예산에 한계가 있다. 우리 시민들, 또 뜻있는 분들이 십시일반해서 팀을 꾸릴 생각이다. 넉넉지 않지만, 그래도 우리 선수들 사이에 ‘한번 해보자’라는 의욕이 넘친다. 이 분위기를 가지고 앞으로 잘 진행해 보겠다.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알려달라.”
– 내년 1부리그 개막전을 상상한다면.
“꿈같은 것이다. 전날 밤 설레서 잠을 못 잘 것 같다.”
– 1부리그 안양 홈경기 개막전을 상상한다면.
“더 꿈 같겠지만 잠을 푹 자둬야 한다. 안전 문제는 홈팀 주관이기 때문이다.”
-FC 서울과 FC 안양 사이에 많은 스토리가 있다.
“FC 서울은 안양 LG 치타스(1996~2003) 시절 정말 우리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FC 서울이 안양을 떠나서 결과적으로 우리가 시민주도형 FC 안양을 창단했으니 한국 축구 전체로 보면 잘된 일이다. 프로팀이 하나 늘어난 것 아닌가. 또 하나, 대한민국의 대표 경기장인 상암 구장에서 K리그 빅클럽 경기가 열려야 한국 축구가 발전한다. 축구팬으로서의 제 소신이다. 그래서 유감은 없다.”
– 정말 유감이 없나.
“이성적으로는 없고, 정서적으로는 다소 유감이 있다. 하하.”
– 두 구단 사이에 얽힌 사연 때문에, FC 서울과 FC 안양 경기가 과열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
“걱정 안 하셔도 된다. 우리 팬들이 열정적이지만, 경기장 안에서만 열정적이다. 우리는 비폭력 평화주의자다. 안양이라는 도시명 자체가 ‘모두 지극히 즐겁고 자유로운 세상’을 뜻한다.”
– FC 안양의 다큐멘터리 영화 ‘수카바티 안양’에도 나온다.
“맞다. ‘수카바티’는 극락정토를 뜻하는 산스크리트어다. ‘극락정토’를 ‘안양정토’라고도 쓴다.”
– 특정 종교 편향 시비는 혹시 없었나.
“전혀 없었다. 지명과 관련한 이미지를 만든 거니까. 축구는 종교, 인종, 성별, 국적, 세대를 넘어선다. 내년에는 어르신과 다문화 관중이 늘어나기를 기대한다. 축구 안에서 안양 시민은 하나다.”
– 팬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FC 안양은 시민들의 청원으로 창단한 구단이다. 상향식 의사 결집을 통해 만든 축구팀이다. 그래서 민주주의의 상징이다. 1부리그로 올라갔으니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우리가 가는 길이 다른 시민구단의 이정표가 될 수 있어서다. 안양 시민들, 그리고 축구팬들의 성원 부탁한다. 축구 보러오셔서 안양 시내도 둘러보시고 맛난 음식도 잡숫고 가시기 바란다. 안양에 오시면 극락을 맛보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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