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징역형 집행유예 판결을 놓고 민주당이 주말 집회 등에서 “미친 판결”이라며 공세에 나서자 사법부 독립을 인정하라는 아침신문 사설이 이어졌다. 조선일보는 “정치적 위력으로 사법 진실을 가리려는 ‘방탄 올인’ 전략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 예상했고 중앙일보도 “항소는 장외 정치 말고 법리로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및 특검 촉구’ 3차 집회에서 “미친 정권에 미친 판결”이라며 “(윤 정권은) 이 대표의 정치생명만 없애면 자신들은 처벌받지 않을 것이고, 그 알량한 권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단단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사법의 정치화’, ‘정치의 사법화’ 모두 경계할 때”
조선일보는 18일자 사설 「李 대표 앞으로도 방탄 정치로 국정 가로막을 텐가」에서 민주당의 발언들을 나열하며 “이 대표와 민주당은 선거법 1심 선고를 앞두고 매 주말 장외 집회를 열어 법원을 압박했다”며 “민주당은 그동안 국회를 이 대표 방탄의 무대로 만들며 법원을 겁박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정치적 위력으로 사법 진실을 가리려는 ‘방탄 올인(다 걸기)’ 전략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도 비슷한 취지의 사설을 냈다. 중앙일보는 「항소는 장외의 정치 말고 법리로 해야 한다」 사설에서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대법원 내년 예산을 정부 원안보다 246억원이나 더 늘려주며 회유하더니 판결이 나오자마자 판사들을 향해 무섭게 좌표를 찍어대고 있다. 판결 불복에 나서는 모습이 참으로 볼썽사납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이 대표의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방탄 투쟁에 세게 나설수록 중도층은 물론이고 지지층마저 멀어지는 자충수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지금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장외 선동이 아니라 법리로 대응하되 사법부의 권위를 확실하게 인정하고 일단 겸허히 1심의 결과를 수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도 18일 「李 중형 파장… ‘사법의 정치화’도 ‘정치의 사법화’도 경계할 때」 사설을 내고 “민주당이 이번 판결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금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한 뒤 “갈수록 정치와 사법이 뒤엉켜 국가적 혼란을 부추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헌법과 법률에서 법원의 독립성과 검찰의 중립성을 명시하고 있는 것은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재명 대표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비교하는 칼럼도 나왔다. 태원준 국민일보 논설위원은 「트럼프를 닮은 이재명」 칼럼에서 “둘 다 전형적인 포퓰리스트로 불려왔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이재명의 기본 시리즈는 전혀 다른 성격의 정책임에도 대중영합주의란 본질을 공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태원준 논설위원은 “무엇보다 중범죄 피고인이란 점이 같았다. 트럼프는 성추문 입막음, 기밀문서 유출, 대선 뒤집기 등, 이재명은 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대장동, 대북송금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며 “재판을 지연시켜 확정 판결 전에 대통령이 된다는 정치적 돌파 전략도 같았는데, 이 대목에서 닮은꼴 행진에 균열이 생겼다. 트럼프는 그것을 해냈다. 34가지 중범죄의 배심원 유죄 평결을 받았지만 선고 전에 대선이 열렸다. 반면 이재명은 선거법 1심을 2년 넘게 끌었지만 결국 유죄 선고가 나왔고, 아직 2년반이 남은 대선의 피선거권 박탈 위기에 몰렸다”고 했다.
경향신문 “이재명은 이재명, 김건희는 김건희다”
반면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정부·여당이 이번 판결만으로 분위기 반전을 꾀하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경향신문은 18일 「이재명은 이재명, 김건희는 김건희다」 사설에서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의혹으로 궁지에 몰린 국면을 반전시킬 기회로 삼으려고 한다. 그러나 이 대표 판결과 김 여사 의혹은 전혀 다른 사안”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명태균 게이트’로 번진 김 여사의 공천·국정·인사 개입 의혹은 연일 새로운 내용이 폭로되며 확산하고 있다. 여당은 대다수 국민이 찬성하는 김건희 특검법을 막고 강제수사권도 없는 특별감찰관으로 이 국가적 혼돈을 비켜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며 “김 여사·채 상병 사건의 진상을 묻어둔 채 국정과 협치와 신뢰가 제 위치로 회복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인가. 여당이 무기력함을 벗고 민심과의 거리를 좁히는 길은 특검 협상에 나서는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했다.
한겨레도 18일 사설에서 “자체적인 쇄신책 대신 야당 대표의 중형 선고를 빌미로 대통령과 당 지지율을 반등시키겠다는 구상인데, 국민이 이런 ‘눈속임’을 받아들일 것으로 본다면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여야 모두에 “아직 상급심이 남아 있는데다, 진행 중인 재판들도 있다. 이번 선고 결과를 놓고 과도하게 반응하거나 정략적으로 활용하려는 것은 여야 모두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군 러시아 파병에… ‘시진핑이 달라졌다’
지난 15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등과 함께 양자회담을 가졌다.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모두 회담 소식을 1면에 다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에 중국 방문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는 1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강력한 중국 견제 전략을 예고한 만큼 이런 흐름에 동참하지 말라고 시 주석이 한국에 우회적인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한중 관계 개선이 본격화되는 것이라 봤다. 1면 「시진핑 11년 만에 방한할 듯」 기사에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이번 회담을 계기로 내년 경주 APEC 정상회의 시 주석 참석은 사실상 굳혀진 것으로 해석된다. 성사되면 11년 만의 방한”이라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은 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후속 협상도 가속화하기로 했다. 중국의 한국인 비자 면제, 공석이던 주한 중국 대사 임명에 이어 2년 만에 정상회담까지 개최하면서 한중 관계 개선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라고 덧붙였다.
중앙일보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놓고 한·미·일이 공통된 목소리를 낸 것에 주목했다. 1면 「북한의 러시아 파병 시진핑도 달라졌다」 기사에서 중앙일보는 “APEC 정상회의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등에 대응하기 위한 중국의 역할을 압박하는 무대가 됐다”며 “(미중 정상회담) 당시만 해도 다른 굵직한 현안들에 밀려 북한 문제가 심도 있게 다뤄지지 않았는데, 파병이라는 무리수 감행으로 오히려 미·중 간 의제 중 우선순위가 높아진 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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