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전 11시30분쯤 안산시 단원구 안산시장애인주간보호시설. 뇌병변장애인 전문 주간보호시설인 이곳에선 점심 시간을 앞두고 사회복지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명선아 사회복지사는 뇌병변장애와 발달장애 등 이중 장애가 있는 김나은씨의 섭식 지원을 위해 턱받이를 해준 뒤 식판에 생선과 김치, 계란찜 등을 골고루 담고 나서 비닐장갑으로 생선살을 꼼꼼하게 발랐다.
명 복지사는 김씨가 탄 이너(맞춤형 자세 유지 장치 장착 휠체어) 앞에 식판을 올려두고 그에게 밥을 먹이려 했다. 그러자 김씨는 갑자기 자기 머리를 주먹으로 쉴 새 없이 때리는 등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명 복지사는 이 같은 돌발 행동이 익숙한 듯 잠시 김씨에게 식사를 멈추게 한 뒤 김자반을 가져와 밥과 뭉쳐 주먹밥을 만들었다. 명 복지사는 30여분 동안 김씨에게 “너무 멋지다”, “스스로 밥도 잘 먹고 대단하다”라고 말하며 한 손으로는 머리에 손을 갖다 대는 김씨 손을 제지, 다른 한 손으로는 그에게 주먹밥을 먹여줬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간 시간만 운영하는 이곳에는 현재 30여명의 뇌병변장애인들이 생활한다. 시설 운영 규정상 복지사 1명이 3명의 장애인을 담당하는데, 복지사들은 식사나 화장실 사용 같은 각종 돌봄부터 장애인들이 의미 있는 활동을 경험하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아플 때 간단한 치료도 해주는 등 종합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신체기능 장애가 있는 뇌병변장애인의 경우 복지사들이 세세한 모든 부분까지 돌봐야 하다 보니 현실적으론 1대1로 붙어서 지원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시니어봉사자나 공익근무요원 등 보조 인력의 도움이 없다면 몸이 10개여도 모자랄 정도다.
최하연 복지사는 “복지사도 점심시간이 1시간 있긴 하지만 담당하는 이용인에게 무슨 일이 생길 수 있단 불안감 때문에 대부분 밥을 10분 정도 빠르게 먹고 곧바로 와서 다시 이용인들을 돌본다”고 했다.
시설 내부 곳곳에는 그림이나 사진 등 여러 작품이 붙어 있었는데, 이는 뇌병변장애인들이 복지사들과 함께 각종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하지만 복지사들은 자신이 담당하는 장애인을 돌보면서 동시에 프로그램까지 직접 운영해야 하는 탓에 업무가 가중되는 부담도 있다.
뇌병변장애와 희귀난치성질환으로 누워서 생활 중인 노시은씨를 돌보는 강혜선 복지사는 “복지사들이 많은 활동을 지원해야 하기에 체력적·정신적 소진이 큰 데 그에 비해 처우가 따라오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복지사들에게 당연한 희생을 요구하는 인식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강경의 센터장은 “장애 특수성이 있는 이들의 돌봄을 제공하는 사회복지사들은 현장에서 몸이 부서질 정도로 일하고 있다”며 “복지사들의 업무 노동 강도에 맞는 임금과 처우 등 개선이 필요하다. 사회복지사협회 차원의 개선이 이뤄진다면 현장 근무자들에게 위로가 될 것 같다”고 했다.
/글·사진 김혜진 기자 trust@incheonilbo.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