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남미 순방길에 오른 윤석열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 나선다. 지난 2022년 이후 약 2년 만에 한중 정상 간 만남이 성사되면서 한중 관계 개선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15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APEC 정상회의 참석차 페루 리마를 방문한 윤 대통령은 현지시각으로 15일 오전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이날 현지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2022년 11월 인도네시아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회담한 이래 약 2년 만에 다시 정상회담을 개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한반도를 포함한 역내 정세에 대한 심도 있는 의견교환을 가질 전망이다. 양측이 제안하는 현안을 자유롭게 논의할 예정으로 “굵직한 현안이 오갈 수 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북한이 러시아에 군을 파병하는 등 동북아 긴장 고조가 당면한 문제로 떠오른 만큼 이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의 만남이 성사되면서 한중 관계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최근 중국은 잇따라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중국이 새로운 주한 중국대사에 다이빙(戴兵) 주유엔 중국 부대표를 내정한 게 일례다. 주한 한국대사는 부국장급 인사가 국장으로 승진하며 부임했다. 하지만 이번엔 이미 국장을 지낸 인사가 주한 중국대사로 내정되면서 중국이 인사에 신경을 썼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정부가 지난 1일 한국 여권 소지자에 대해 내년 말까지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을 발표한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 정부와 논의가 없었던 중국의 ‘깜짝 발표’에 대통령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을 만나 “사전에 우리와 협의 과정은 거치지 않았음을 볼 때 우리에 대한 어떤 깜짝 우호적인 조치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 국제정세 혼란 속 영향력 확보 나선 중국
이같은 중국의 행보는 불안정성이 높아진 국제정세 속 동북아 지역의 영향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최근 북한이 러시아에 군사를 파병하는 등 러북 간 밀착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7월 북한의 전승절과 지난 9월 북한의 창건 76주년 행사에 주북 중국대사가 불참한 것은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에 대해 중국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미국에 트럼프 신행정부가 들어서게 된 것도 중국의 발걸음을 바빠지게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뚜렷한 ‘미국 우선주의’ 기조는 미중 간 갈등 심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으로선 다른 국가와 협력이 중요해진 셈인데,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방위비 분담 등을 요구하며 기존 동맹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기회다.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는 지난 11일 발간한 ‘미국 대선 분석 특별리포트 : 미국 대선과 중국’을 통해 “트럼프 정부의 고립주의적 외교정책이 만들어낸 빈틈을 중국이 비집고 들어가 미국과 동맹 간 균열을 더욱 확대할 수 있는 전략적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최근까지도 중국이 한중 관계에서 적극적으로 활로를 모색해보자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졌다”며 “현안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미국 대선도 끝났고 안보와 경제 모든 측면에서, 글로벌 질서에서 새로운 관점에서 도전 요인을 바라봐야 하므로 거시적 차원에서 정상회담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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