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도와주세요.”
지난 10월24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해 무릎을 꿇고 호소한 강화도 주민 안모(37)씨와 허모(58)씨가 인천시의회 행정사무감사장에서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했다.
15일 열린 인천시의회 행정안전위원회 시민안전본부 소관 행정사무감사에 강화도 주민 2명이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전날 행안위가 강화도 송해면 일대를 방문해 대남방송 피해 현장을 둘러본 데 이어 후속 조치다. 「인천일보 2024년 11월 15일 1면 “철책 너머 확성기, 주민 삶을 할퀴다”」
행감장에서 먼저 입을 땐 허씨는 “대남방송 때문에 잠을 못 자서 병원에 가서 수면제를 처방받고 있다”라며 “지치고 힘들다. 정치인들은 맨날 이야기 들으러 왔다면서 오는데 달라지는 것은 없다. 도와달라고 하면 법안이 통과 안 돼서 못 해준다고말만 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두 아이의 엄마라고 밝힌 안씨는 “7월 중순부터 시작한 대남방송으로 새벽 3~4시까지 잠을 자지 못한다”며 “잠을 못 잔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졸고 있다. 그리고 구내염을 달고 산다. 지속된 소음 폭격으로 가족 같은 반려견도 보내줘야 했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들은 ‘대남방송 중단’과 ‘집마다 방음창과 방음벽 설치’를 요구하며 ‘대남방송 소음피해 주민 서명부’를 김재동(국·미추홀 1) 행정안전위원장에게 전달했다.
주민들이 국감장에 이어 행감장까지 선 이유는 지난 7월부터 지금까지 대남방송으로 고통을 겪고 있지만 체감할 수 있는 대안들이 마련되지 않아서다.
행안위 의원들은 행감장에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집행부에 질타하며,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방음창’과 함께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남북 긴장 상황이 수십 년째 이어오고 있는 상황에 접경지 주민 안전을 위한 선제적 대응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취지다.
김대영(민·비례) 의원은 “잘 생각해보면 대남방송 자체가 하루 이틀 있었던 것이 아니다”라며 “수십 년 동안 비일비재했던 일인데 (이번에) 대응이 너무 늦지 않았나 싶다. 시장님이 접경에 사는 것이 애국이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참 공허한 허울인 것 같다. 지금이라도 중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명주(민·서구 6) 의원도 “남북이 통일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이같은 일이 발생할 텐데 장기적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라며 “대남 방송 관련해 내년 예산 1억 원을 편성했던데 사업 내용을 보면 귀마개다. 어제 현장 방문에서 들어보니 귀마개 사업은 주민들에게 와닿지 않는 것이다. 주민들과 상의해서 사업 방향을 다시 잡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성훈 시 시민안전본부장은 “시에서도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국방부와 행정안전부 등 여러 기관에 요청했는데 늦어지고 있어 죄송하다”라며 “(행안부에서 방음창 관련)방침이 정해진 만큼 빠르게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원님들의 말처럼) 이 상황이 계속 진행되지 않을까 판단하고, 방음창 외에도 접경지역 특별법에 주택개량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유정복 인천시장은 송해면을 방문해 소음피해가 심각한 당산리 35세대에 우선적으로 ‘방음창’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예비비 예산 약 3억5000만원이 긴급 투입된다.
/글·사진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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