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 재무부가 한국을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재지정하면서 한국에 대한 통상 압박이 예상보다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재무부는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와 경상흑자가 상당히 증가했다며 1년 만에 환율 ‘관찰 대상국’ 명단에 한국을 다시 올렸다. 올해 상반기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55%가량 증가하는 등 올해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내년 5월 발간될 환율 보고서에서 한국의 이름이 관찰 대상국 명단에서 지워질 가능성도 낮은 상태다.
◇ 對美 경상흑자 역대 최대… 한국 경상수지 구조 바뀌어
15일 미 재무부가 발간한 환율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일본·중국·대만·베트남·독일·싱가포르와 함께 관찰 대상국에 지정됐다.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된 7개국 중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지난해 11월 관찰 대상국에서 벗어난 이후 1년 만에 재지정된 것이다.
미 재무부는 6개월에 한번씩 환율보고서를 통해 제재 검토 대상이 되는 ‘환율 조작국’(심층분석 대상국)과 그 전 단계인 ‘관찰 대상국’을 발표한다. ①무역흑자(對美 상품 및 서비스 무역흑자 150억달러 이상) ②경상흑자(GDP의 3% 이상) ③외환시장 개입(GDP의 2% 이상 및 8개월 이상 미국 달러 순매수) 등 세 가지 평가 조건의 충족 여부를 바탕으로 평가된다. 셋 중 둘을 충족하면 ‘관찰 대상국’, 모두 충족하면 ‘환율 조작국’ 명단에 오르게 된다.
우리나라는 그간 ‘무역흑자’ 항목 1가지만 충족해 관찰 대상국에서 1년 동안 제외됐는데, 이번에 ‘경상흑자’ 조건에 해당하면서 관찰 대상국 명단에 이름을 다시 올렸다. 강달러 상황인 만큼, ‘달러 순매수’ 방향으로의 외환시장 개입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평가는 작년 6월부터 지난 6월까지 1년 동안의 추이를 대상으로 한다.
미 재무부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이 지난해 6월 0.2%에서 올해 6월 3.7%로 크게 확대됐다”며 “주로 한국의 IT(정보기술) 관련 제품에 대한 대외 수요 강세로 인한 상품수지 흑자 증가에 기인한다”고 했다. 이어 “한국의 본원소득(임금·배당·이자 등)은 해외로부터의 투자 소득 증대에 뒷받침되고 있다”며 “여기엔 해외 자회사 수익의 국내 송금을 장려한(해외 자회사가 국내로 보내는 배당에 대해 비과세) 작년 세제 개편 효과도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 “내년 미국산 수입 확대 압박 등 요구 커질 것”
우리나라의 최근 경상수지는 지역별로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 미·중 무역분쟁과 팬데믹을 계기로 그 구조가 변화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 ‘최근 우리나라 경상수지의 지역별 구조 변화’란 제목의 블로그 게시물을 통해 “대미 경상수지는 2021년부터 3년 연속 최대치를 경신한 반면, 대중 경상수지는 2022년 적자 전환 후 적자 폭이 더욱 커진 모습”이라며 “이런 상반된 흐름은 2018년 이후 나타나기 시작했고, 2020년 대미 경상수지가 대중 경상수지를 추월하면서 뚜렷해졌다”고 했다.
특히 경상수지를 구성하는 항목 중에서도 ‘상품수지’와 ‘본원소득수지’ 대미 흑자가 크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354억9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는데, 미국에 대한 912억5000만달러 경상수지 흑자의 힘이 가장 컸다. 대미 상품수지는 821억6000만달러 흑자, 본원소득수지는 186억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 다른 나라에 대한 흑자 규모를 압도적으로 앞질렀다. 다만 대미 서비스수지만이 74억9000만달러 적자다.
관찰 대상국 지정은 ‘심층분석 대상국’보단 한 단계 낮은 것이어서 당장 특별한 제재를 받진 않는다. 다만 ‘워치리스트’에 오른 만큼 앞으로 한국이 미 정부의 면밀한 감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관찰 대상국 지정이 한국에 끼칠 당장의 영향은 없다고 보면서도, 내년 트럼프 행정부가 공식 출범하면 통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트럼프 정부가 관세 정책과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는 정책을 펼치면서 통상 압박이 본격화할 수 있다”며 “미국산 제품을 더 수입해야 한다든지 미국 측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릴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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