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파격적인 인사가 단행되면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밝힌 ‘성과 중심 인사’가 좋은 결과를 가져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자동차 창사 57년 만에 처음으로 외국인을 CEO 자리에 앉히는 등의 전례 없는 인사를 결정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 글로벌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중남미법인장인 호세 무뇨스(José Muñoz)를 한국으로 불러들였다. 이에 따라 호세는 사장은 내년 1월 1일부로 현대차 최고경영자(CEO)직을 수행하게 됐다. 또 성 김 (Sung Kim) 고문역도 사장으로 승진했으며 정 회장은 성 김 사장에게 그룹 싱크탱크 수장 자리를 맡겼다.
두 해외 인재를 요직에 투입한 것은 정 회장의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트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됨에 따라 불확실해진 글로벌 시장 상황에 철저하게 대비하고 차후 상황에 발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또 이번 사장단 인사는 정 회장의 ‘성과 중심‘ 인사 기조가 그대로 드러났다. 정 회장은 실력이 있으면 국적과 나이, 성별과 관계없는 인사를 할 것이라는 원칙을 밝힌 바 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의 부회장 승진은 정 회장의 인사 원칙이 반영된 대표적인 예다. 장 신임 부회장의 승진으로 윤여철 부회장 퇴임 후 공백이었던 부회장 자리가 3년 만에 부활하게 됐다.
장 신임 부회장은 지난 2020년 현대차 사장 취임 후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등 불확실한 정세 속에서도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내며 현대차를 글로벌 ‘톱3’ 자리에 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번 승진은 장 신임 부회장이 거둔 성과와 그룹의 최대 미래성장동력인 수소 사업까지 맡게 되면서 향후 사업 확장을 위해 더 큰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인사를 통해 장 신임 부회장은 상품기획부터 공급망 관리, 제조·품질 등에 이르는 밸류체인 전반을 관할하면서 완성차 사업 전반의 운영 최적화 및 사업 시너지 확보를 도모하고 미래 경쟁력 확보에 집중할 예정이다.
호세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 역시 성과 중심의 인사로 풀이된다. 호세 사장은 스페인 출신으로 토요타자동차 유럽법인과 닛산 미국법인을 거쳐 현대차에 합류했다. 그의 등장 후 현대차는 미국 시장 내에서 눈 부신 성과를 달성했다. SUV와 전기차, 하이브리드 등을 앞세워 판매량과 브랜드 입지를 크게 높였다. 그의 활약으로 지난 2018년 68만대 수준이었던 판매량은 87만대로 급상승했다. 매출 역시 15조 3000억원 수준에서 40조 8238억원으로 올랐고 2조778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호세 사장의 인사는 정 회장이 성과를 인정하고 순혈주의를 깬 첫 번째 사례가 될 것이다”며 “정 회장이 내건 인사 원칙을 통해 현대차그룹은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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