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한국 정착을 위해 평생 노력하다 올해 취업에 성공해 안정적 체류자격을 받은 ‘미등록 이주아동’ 출신 청년 노동자 고(故) 강태완(32)씨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다. 이에 이주·시민사회에서는 이주민에게 차별적인 사회와 제도가 이 같은 비극을 초래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5일 이주노동자평등연대 등에 따르면 재해자 강태완씨는 1992년생 몽골 국적 남성으로 올해 3월부터 전북 김제 소재 모 특장차 제조 공장에 입사해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만 6세부터 한국에서 생활해 온 강씨는 올해 대학을 졸업한 뒤 사업장에 입사했고, 무인건설장비의 프로그램 개발과 신규 개발 장비를 시험하는 업무를 맡았다.
그러던 지난 8일 오전 11시 1분경 강씨가 근무하던 중 건설장비와 고소작업대에 끼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소방당국에 의해 상급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고가 발생한 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끝내 숨을 거뒀다.
지난 14일 유족과 시민사회단체는 고용노동부 전주지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의 사죄와 노동당국이 이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민주노총 전북본부 등 시민단체는 “고 강태완은 TAIVAN(타이왕)이라는 이름이 찍힌 외국인 등록증이 아니라 강태완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살아가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왔다”며 “한국인이 되고 싶어 했던 청년 노동자는 본인이 원하던 꿈을 펼쳐보기도 전에 숨졌다”고 밝혔다.
이어 “살아온 길 자체로 이주 아동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며 한국에서 평생 살아왔고 앞으로 살아가려 했던 청년 노동자의 산재사망사고에 우리는 분노한다”며 “또 다른 노동자가 다치고 죽지 않게 즉각 진상규명을 해 사측을 특별근로감독하고 진상규명할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2006년부터 강씨를 지원해 왔던 이주와 인권연구소 김사강 연구위원은 “그는 진심으로 자기가 하는 일을 좋아했고 더 잘하고 싶어 했다. 그런 회사에서 산재 사고로 사망했다”며 “회사에서 보여준 CCTV는 사고 순간에 끊겨있었고 경찰과 회사의 사고 당시에 대한 설명도 다르며 지난 일요일에 만났던 회사 관계자들은 고용노동부의 조사 결과를 기다려봐야 하지 않겠냐며 말을 삼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러니 고용노동부는 부디 철저하고 신속하게 조사를 해야 하며 도대체 왜 이런 사고가 일어난 것인지, 이러한 사고를 막을 수는 없었던 것인지 저희에게 설명해야 한다”며 “아까운 청년의 목숨을 앗아간 중대재해에 대한 회사의 책임을 낱낱이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강씨의 어머니 이은혜(몽골명 엥흐자르갈)씨는 “남편 없이 힘들게 30년 넘게 아이들을 키웠는데 하루아침에 아들을 잃었다. 너무 억울하다”며 “일을 시작한 지 8개월 된 사람한테 위험한 일 시켜놓고 다치면 보호해 줄 옷 같은 것도 없었다. 왜 아무도 도망칠 수 있게 도와주지 않았냐”고 호소했다.
많은 이주·시민사회단체들도 성명을 내 고인을 추모했다.
이주노동자평등연대는 전날 성명을 통해 “이제야 겨우 평범한 일상을 누리던 32살 이주 청년노동자 강태완님이 산재사고로 사망했다는 날벼락같은 소식을 들었다”며 “도대체 어떻게 이런 비극적 사고가 있을 수 있는 것인지 믿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체류비자가 없었던 미등록 상태에서부터 자진출국, 단기비자로 재입국, 유학생 비자, 지역특화비자에 이어 산재사망사고에 이르기까지 체류자격에 저당 잡히고 결국은 산업안전이 부실한 현장에서 안타깝게 생명을 잃은 이주 청년노동자의 초상이 너무나 처절하다”며 “이주민 차별적인 사회와 정책이 결국은 이런 비극을 초래한 것에 한국사회와 정부는 답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산재사망 사고가 철저하게 조사, 수사돼 진상이 제대로 밝혀져야 하며 중대재해 발생에 대한 회사 책임을 단단히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가족에 대해서도 피해회복과 권리가 보장돼야 하고 이에 발맞춰 회사는 제대로 된 피해보상 대책과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을 것을 촉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15일 “그의 삶은 차별과 배제받는 미등록 이주아동의 현실과 위험한 노동환경에 놓인 이주노동자의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며 “우리는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안타까운 비보와 활동가의 절규를 들어야 할 것인가”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전체 취업자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2%에 불과하지만 산업재해 사망자는 전체 사망자 812명 중 외국인은 85명으로 10.5%를 차지하고 있다”며 “노동환경의 개선 없이 위험한 일자리를 이주노동자로 채우려는 ‘위험의 이주화’는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정영섭 집행위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이주청년노동자의 죽음은 정말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그를 어릴 때부터 봤던 이주단체 활동가 등은 상심이 너무 크고 막막한 상태”라며 “현재 사측이랑 지속 대화를 하면서 사인 규명에 집중하고 있고 그의 어머니는 하루 빨리 진상규명이 이뤄져 장례를 치르기를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진상규명을 위해서 많은 단체가 연대하고 싸워나갈 것”이라며 “더 나아가 그와 비슷한 국내 미등록 이주아동, 이주청년노동자 등이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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